찰스3세, 美의회서 "고립주의 경계해야…언제나 함께 헤쳐와"(종합)
"英·美, 국방·정보·안보 등 분야서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
1991년 엘리자베스 2세 이후 英국왕의 美의회 연설 35년 만
- 류정민 특파원, 김경민 기자
(워싱턴·서울=뉴스1) 류정민 특파원 김경민 기자 = 미국을 국빈 방문 중인 찰스 3세 영국 국왕은 28일(현지시간) "우리가 직면한 도전은 어느 한 나라가 홀로 감당하기엔 너무 크다"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를 중심으로 한 대서양 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찰스 3세 국왕은 이날 워싱턴DC 연방 의회 의사당에서 열린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에서 "우리의 차이점이나 의견 차이가 무엇이든 간에 우리는 민주주의를 수호하고 국민을 보호하며, 조국을 위해 목숨을 걸고 헌신하는 이들의 용기를 기리겠다는 다짐 아래 굳건히 단결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의회가 설립된 바로 그 원칙인 '대표 없이 과세 없다'는 구호는 두 나라 간 근본적인 이견의 원인이었지만 동시에 우리가 공유한 민주적 가치였다"며 "양국의 파트너십은 분쟁 속에서 탄생했으나 절대 약해지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국제 안보 환경과 관련해 나토를 중심으로 한 대서양 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2001년 9·11 테러에 대응한 나토의 공조를 언급했다.
찰스 국왕은 "9·11 테러 이후 나토가 역사상 처음으로 집단방위 조항인 제5조를 발동했고, 우리는 함께 대응했다"며 "1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그래왔듯 두 차례 세계대전과 냉전,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이르기까지 양국은 언제나 부름에 응답하며 어려움을 함께 헤쳐나갔다"고 말했다.
찰스 국왕은 이어 우크라이나 전쟁을 언급하며 "진정으로 정의롭고 지속적인 평화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우크라이나와 그곳의 용기 있는 국민을 지키기 위한 흔들림 없는 결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미국과 영국의 국방, 정보, 안보 관계는 수십 년에 걸쳐 구축된 긴밀한 연결로 사실상 하나로 묶여 있다"며 양국 간 군사 협력을 부각했다. 그는 양국이 F-35 전투기를 공동 개발하고 있으며 호주와 함께 핵잠수함 협력체인 오커스(AUKUS)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경제 및 기술 협력 분야에 대해서는 "연간 4300억 달러 규모의 교역과 1조 7000억 달러에 달하는 상호 투자, 수백만 개의 일자리가 양국 경제를 지탱하고 있다"며 "인공지능(AI), 양자컴퓨팅, 핵융합, 신약 개발 등 미래 기술 분야에서도 협력이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찰스 국왕은 미 의회를 "모든 미국 국민의 목소리를 대표하는 민주주의의 요새"라고 표현하고, 영국의 마그나 카르타와 관습법 전통이 미국 헌정 체계의 뿌리가 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마그나 카르타는 1789년 이후 미국 대법원 판례에서 160건 이상 인용됐다"며 "행정부 권력 역시 견제와 균형의 원칙 아래 놓여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최근 백악관 인근에서 발생한 총격 사건을 언급하며 "폭력은 결코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찰스 국왕은 연설 말미에 "우리의 동맹이 유럽과 영연방, 그리고 전 세계 파트너들과 함께 공동의 가치를 계속 지켜나가길 진심으로 기도한다"며 "점점 더 고립주의적(inward looking)으로 변하라는 외침들을 배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찰스 3세는 이날 약 30분간 연설했으며, 영국 국왕의 미 의회 연설은 엘리자베스 2세가 걸프전 직후인 1991년 연설한 이후 35년 만이다.
이날 연설에 앞서 찰스 국왕은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단독 회담을 가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환영식에서 "독립을 쟁취한 이후 수 세기 동안 미국인에게 영국보다 더 가까운 친구는 없었다"며 양국 관계를 "특별한 관계"로 재확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영국군을 언급하며 "이보다 더 잘 협력해서 싸운 나라는 없다"고 평가했고, 비가 내리는 워싱턴DC 날씨를 두고 "정말 아름다운 영국의 날"이라고 농담을 건넸다. 자신의 모친이 생전 찰스 국왕을 "짝사랑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이는 최근 이란 전쟁을 둘러싸고 영국의 군사적 참여를 문제 삼으며 동맹국을 비판했던 기존 입장과는 온도차를 보이는 발언으로 평가된다.
찰스 국왕은 전날(27일) 나흘 일정으로 미국 국빈 방문을 시작했으며, 2022년 즉위 이후 첫 방미다. 왕세자 시절 미국을 19차례 방문한 바 있다. 이날 저녁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주최하는 국빈 만찬에 참석할 예정이다.
ryupd0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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