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이란 '인내심 대결' 국면…"시간, 적어도 트럼프 편은 아냐"

美, 갈수록 물가 등 정치적 부담 커져…"호르무즈 무력개방도 어려워"
이란, 원유 저장시설 부족 문제에도 '버티기' 용이…추가 카드도 있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장용석 기자 = 미국·이란 간 전쟁이 전면 폭격전에서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의지와 인내심의 대결'로 바뀌었다고 2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와 CNN이 나란히 분석했다.

양측 모두 휴전 연장 후에도 해상 봉쇄 대치에서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전쟁이 군사적 충돌보다 정치·경제적 고통을 누가 더 오래 감당할 수 있느냐의 장기 소모전 국면으로 들어섰다는 진단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이 시간과의 싸움에서 유리하다고 주장하지만, 현재 상황을 종합하면 이란이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에 "난 시간이 무한하지만 이란은 아니다"는 글을 올렸다.

그러나 수잔 말로니 브루킹스연구소 부소장은 NYT에 "호르무즈 해협이 닫혀 있는 한 트럼프도 여기에 발이 묶여 있다"며 "미국이 이렇게 빨리 수렁(quagmire)에 빠진 것 자체가 놀라울 정도"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개전 이후 이란의 원유 수출길을 조여 정권의 핵심 수입원을 차단하려 했다. 그러나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와 미국의 역봉쇄가 겹치면서 글로벌 에너지·상품시장을 압박하고 있고, 이는 미국 내 물가 상승과 트럼프 대통령의 중간선거 부담으로 돌아오고 있다.

NYT는 미국이 무력으로 호르무즈 해협 개방을 시도할 경우 병력의 피해가 커질 위험이 있을뿐더러, 이란의 고농축우라늄(440kg·핵폭탄 12개 분량 추정)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게 되는 등 출구전략이 간단치 않다고 지적했다.

22일(현지시간) 이란 수도 테헤란의 한 건물에 호르무즈 해협 관련 광고판이 설치돼 있다. 2026.4.22. ⓒ 로이터=뉴스1

CNN 또한 "이란 해군 대부분이 격침됐지만, 2~6명이 탑승하는 소형 보트는 사실상 아무런 제재 없이 상선을 공격하고 있다"며 "미군이 시간을 들이면 이들을 제압할 수 있겠지만, 시간은 트럼프에겐 없는 사치품"이라고 평가했다.

미 NBC 방송이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13일까지 진행한 온라인 여론조사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은 재집권 후 최저치인 37%까지 떨어졌고, 응답자의 3분의 2가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전 처리를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렇지 않아도 물가 문제로 예민한 미국인들은 이란 전쟁으로 인한 기름값 급등에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부담이 커진다.

반면 이란은 더 잘 버티고 있다. CNN은 "이란은 즉각적인 폭격 재개 위협이 없는 상황에서 전쟁의 핵심 목표인 유가 상승을 달성하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자국의 요구를 수용하도록 압박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란 역시 수십 년간의 제재에 더해 지난해 6월에 이은 또 한 번의 전쟁으로 극도의 경제난에 처해 있지만, 그간 구축해 온 이른바 '저항 경제'가 작동 중인 데다 권위주의적 신정 체제의 특성 상 미국보다 상대적으로 국력을 결집하기에 용이하다.

물론 이란 역시 미국의 해상봉쇄로 원유 수출이나 상품 수출입이 극도로 제한을 받기 시작하면서 형편이 좋은 것은 아니다. 특히 원유 저장시설이 곧 한계에 도달할 경우 유정을 막는 극단 조치에 들어가야 하는데, 이 경우 유정의 영구적인 피해를 입힐 수 있다.

앞서 파이낸셜타임스(FT)는 역봉쇄 직전 이란의 육상 원유 저장 탱크가 저장 용량의 약 51%가 이미 채워진 상태로, 봉쇄가 이어질 경우 약 2주면 원유 생산을 중단해야 할 수 있다는 분석을 전했다. 미국의 역봉쇄는 지난 13일 시작됐다.

조지 W 부시 행정부 연설문 비서관 출신 마크 티센은 전날(22일) 워싱턴포스트(WP) 칼럼에서 "이란 정권은 석유 저장 시설도, 자금도, 시간도 부족해지고 있다"며 "2주간의 대규모 전투와 봉쇄 조치가 결합되면 협상 테이블에서 트럼프의 협상력은 극적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이날 SNS에 이를 공유하며 "전적으로 옳다!!!"고 적었다.

버티는 이란, 호르무즈 외 카드 만지작…"해저케이블 경고"

이런 가운데 이란은 확전 카드도 공개적으로 언급하고 있어 미국을 향한 압박 카드를 확대할지 주목된다.

이란 매체들은 최근 아랍에미리트(UAE) 루와이스 정유시설, 사우디아라비아 아브카이크(세계 최대 원유 처리 시설)을 비롯해 호르무즈 해협 해저에 집중된 데이터 케이블 7개 등을 타격 가능 대상으로 거론했다.

이란 측은 트럼프 대통령의 '휴전 연장' 발표에 대해서도 자신들이 요구한 게 아니라며 공식 대응을 거부하고 있다. CNN은 상대가 눈치 채지 못한 상태에서 무언가를 얻어낸 뒤 다른 요구로 넘어가는 이란의 "살라미 전술(Salami Slicing)"이 예술적 경지에 이르렀다고 전하기도 했다.

ys417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