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마주 앉는 美-이란…'20년 농축중단' 놓고 힘겨루기 속개
트럼프 "이틀내 파키스탄서 2차 회담 가능성"…파키스탄 중재 급물살
농축우라늄 금지 기간 "20년" vs "5년"…일각선 '12.5년' 타협안도 거론
- 최종일 선임기자
(서울=뉴스1) 최종일 선임기자 = 미국의 호르무즈 해협 역봉쇄 조치가 본격화되면서 중동 긴장이 다시 고조되는 가운데, 전쟁 종식을 위한 외교 채널도 동시에 빠르게 가동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의 2차 회담 가능성을 직접 언급하면서, 결렬됐던 1차 협상의 불씨를 살리려는 중재국들의 움직임도 속도를 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뉴욕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이틀 내" 파키스탄에서 이란과의 2차 평화 회담이 재개될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아심 무니르 파키스탄 육군 참모총장을 "훌륭한 일을 하고 있다"고 평가하며, 중재국으로서 파키스탄의 역할에 힘을 실었다.
이날 폭스비즈니스 인터뷰에서는 "거의 끝났다고 생각한다. (전쟁이) 끝나는 게 매우 가깝다고 본다"며 "어떻게 될지 지켜보자. 그들이 매우 절박하게 합의를 원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이날 이샤크 다르 파키스탄 부총리와의 면담 이후 "회담 재개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그는 "이처럼 복잡하고 장기적인 문제를 단 한 번의 협상으로 해결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라며, 휴전 유지와 지속적인 협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로이터통신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과 이란 대표단이 이번 주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 다시 만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파키스탄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란 측과 접촉한 결과 2차 협상에 열려 있다는 긍정적인 신호를 받았다"고 밝혔으며, 이란 측 역시 "구체적인 날짜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17~19일 일정은 비워둔 상태"라고 전했다. 2주 휴전은 오는 21일로 종료된다.
중재국 파키스탄의 외교 행보도 적극적이다. 셰바즈 샤리프 총리는 사우디아라비아와 튀르키예를 잇달아 방문해 추가 협상 성사를 위한 조율에 나설 예정이다. 이란 역시 주변국과의 접촉을 확대하며 협상 환경 조성에 나서는 모습이다.
다만 이란은 2차 회담 재개 여부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관영 IRNA 통신은 "파키스탄과의 접촉은 지속되고 있지만, 미국과의 추가 협상에 대한 최종 합의는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협상이 재개될 경우, 최대 쟁점은 이란의 우라늄 농축 중단 기간이 될 전망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은 1차 협상에서 기존의 '농축 전면 금지' 입장에서 한발 물러나 '20년간 농축 중단'을 제안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란이 '5년 중단'으로 수정제안했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전했다.
이 '20년'은 2015년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의 15년 제한보다 강화된 조건이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과거 자신이 "최악의 합의"로 비판하며 탈퇴했던 JCPOA보다 더 강력한 결과를 도출해야 한다는 정치적 부담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트럼프는 이날 인터뷰에서 '20년 중단안'에 대해 공개적으로 불만을 드러냈다. 그는 "이란이 핵무기를 가져서는 안 된다고 줄곧 말해왔다"며 "따라서 '20년'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이란이 이를 '승리'로 받아들이게 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이는 협상 전략적 메시지로도 해석된다. '20년'이라는 조건조차 충분하지 않다는 신호를 공개적으로 발신함으로써, 향후 협상에서 이란을 더욱 압박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미국이 영구적인 핵 프로그램 포기를 고수할 경우 협상 타결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란은 평화적 핵 이용 권리를 지속적으로 주장해왔으며, 영구 폐기는 이를 전면 부정하는 것으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다. 특히 이러한 합의는 이란 내 강경파와 혁명수비대(IRGC)의 강한 반발을 초래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양측이 정치적 명분과 실리를 챙길 수 있는 제3의 타협점을 모색 중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정치컨설팅 업체 유라시아그룹의 이안 브레머 대표는 엑스(X)를 통해 "미국과 이란이 우라늄 농축 '12.5년 중단' 합의에 근접하고 있다"며 기간 이외에 농축우라늄 비축분 처리 등에서 미국의 입장이 반영돼 이견을 조정할 수 있다고 봤다.
브레머 대표는 또 휴전 유지와 2차 회담 재개 움직임이 트럼프 대통령의 실질적인 출구 전략 가동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란은 휴전이 지속되는 한 협상을 이어갈 의지가 있으며,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영향력보다 핵 농축 문제에서 양보할 가능성이 더 크다"고 평가했다.
그는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에 갱신된 JCPOA를 제안하고, 여기에 해협 통과 선박에 대한 통행료 징수권까지 허용한다면, 이는 이란이 수용할 만한 거래"라고 분석했다.
한편 중동 정세의 또 다른 축인 이스라엘과 레바논 관계에서도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워싱턴에서는 양국 주미 대사가 수십 년 만에 처음으로 직접 협상에 나섰으며,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이 중재에 나섰다. 당장 가시적인 성과를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긴장 완화를 위한 의미 있는 시도로 평가된다.
다만 이스라엘은 이란과의 휴전이 레바논 전선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국제적 비판을 의식해 공습을 일시적으로 자제하고는 있으나, 헤즈볼라의 완전한 무장 해제를 협상의 전제 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에 대해 헤즈볼라 측은 어떠한 합의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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