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이란, 파키스탄서 '살얼음판' 종전 협상…레바논이 최대 뇌관

이란 "레바논 휴전 없으면 협상 없다"…미국 "별개 사안" 맞서
호르무즈 해협 재봉쇄로 긴장 최고조…양측, 협상 앞두고 샅바싸움

ⓒ AFP,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미국과 이란이 2주간의 위태로운 임시 휴전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11일(현지시간)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의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는다.

양측은 협상 시작 전부터 레바논 사태와 호르무즈 해협 문제를 놓고 한 치 양보 없는 신경전을 벌이며 험로를 예고하고 있다.

AFP통신은 JD 밴스 부통령이 이끄는 미국 대표단이 이슬라마바드를 향해 떠난 가운데,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의회 의장과 아바스 아라그치 외무장관 등으로 구성된 이란 대표단도 이슬라마바드에 도착했다고 전했다.

벌써 양측 대표단의 기 싸움이 팽팽하다. 밴스 부통령은 워싱턴DC 인근 앤드루스 합동기지를 떠나기 전 기자들과 만나 "긍정적인 회담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면서도 "하지만 그들이 우리를 가지고 놀려고 한다면 이번 협상이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갈리바프 의장은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미국과의 협상 경험은 실패와 깨진 약속으로 가득 차 있다"며 깊은 불신을 드러냈다.

이번 협상의 가장 큰 변수는 레바논 문제다. 이란은 레바논에서의 교전 중단과 이란 동결 자산 해제를 협상 선결 조건으로 내걸었다.

미국과 이란의 휴전 합의가 발표된 지 불과 몇 시간 만에 이스라엘이 베이루트 등 레바논 전역에 대규모 공습을 단행해 350명 이상이 숨지자 이란은 이를 휴전 위반으로 규정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하지만 미국과 이스라엘은 레바논에서의 전쟁이 이란과의 휴전 합의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스라엘이 레바논에 대규모 공격을 단행한 가운데 9일(현지시간)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구조대원들이 공습 현장의 잔해를 치우고 있다. 2026.4.10 ⓒ 뉴스1 ⓒ 로이터=뉴스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레바논 사태를 "별개의 작은 충돌"로 규정하며 선을 그었고, 이스라엘 또한 레바논 정부와는 대화할 수 있으나 친이란 무장 정파 헤즈볼라와의 휴전 협상은 없다고 못 박았다.

레바논 공습에 대한 보복 조치로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다시 막아서면서 긴장은 최고조에 이르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협조 여부와 상관없이 해협을 개방하겠다"면서 군사적 조치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호르무즈 해협 정상화는 유가 안정을 바라는 미국에 우선 과제다.

미국은 갈등의 근본인 이란의 핵 보유 문제부터 해결하겠다는 입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협상의 목표 99%가 "이란의 핵무기 보유 금지"라고 명확히 밝혔다.

이란의 고농축 우라늄 처리 문제와 우라늄 농축 권리 인정 여부가 호르무즈 해협 개방과 맞물려 이번 담판의 핵심 의제가 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일에도 "(이란의) 우라늄 농축은 절대 없을 것이며, 미국은 이란과 협력해 땅속 깊이 매몰된(B-2 폭격기 투하로 인한) 모든 핵 잔해를 파헤쳐 제거할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양측의 입장차가 워낙 커 단기간에 극적인 타격을 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다만 전쟁 장기화에 부담을 느끼는 미국과, 협상을 통해 제재 해제와 전략적 이득을 얻으려는 이란 모두 대화의 판을 깨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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