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중재로 트럼프에 과시한 中…내달 정상회담 지렛대 챙겨"

"이례적으로 적극적 개입…왕이, 각국 외교장관과 26차례 통화"
美도 역할 인정…WSJ "시진핑, 美의 '대만 독립 반대' 원해"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2025.10.30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김경민 기자 = 중국이 이란 전쟁에서 이례적으로 외교적으로 개입해 휴전 및 이란과 미국의 종전 협상을 이끌어냈다. 오는 5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중국은 귀중한 자산을 확보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9일(현지시간) 평가했다.

여러 중국 관리는 이날 WSJ에 왕이 중국 외교부장(장관)이 중국의 중재자 역할을 부각하기 위해 각국 외교장관과 26차례 통화하며 파키스탄이 제안한 휴전과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계획을 말했다고 전했다.

미국 행정부는 중국의 계획이 중국을 안보 파트너이자 석유 고객으로 간주하는 이란에 외교적 명분을 제공했다고 판단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란이 합의에 도달하도록 만든 중국의 공로를 사실상 인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5월 베이징 정상회담은 미국 농산물, 공산품, 에너지 제품에 대한 중국의 구매 주문을 확보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로, 정상회담 성과를 11월 중간선거에서 과시할 수 있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2주 휴전 합의 다음 날인 8일 "미국 정부와 중국 정부의 최고위급 사이에 대화가 있었다"며 "대통령은 시 주석을 매우 존중하며, 시 주석 및 중국과 실무적으로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의 외교적 협력은 다음 달 미·중 정상회담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한 계산된 움직임으로 보인다. 미국과의 협상에서 관세·기술 수출통제 완화와 대만 독립 저지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지지를 얻기 위함이라고 매체는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은 내달 14~15일 예정됐다.

중국에 대만은 궁극적인 목표다. WSJ은 시 주석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통해 민주적으로 운영되는 대만이 본토와 재통일해야 할 '이탈한 성'이라는 중국의 관점으로 미국의 정책을 전환하길 희망한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대만 자치권 지지가 흔들린다면, 대만 내부에서 어떤 형태로든 통일이 불가피하다는 생각이 커질 수 있다.

기본적으로는 경제적 생존에 기반했다. 이란 전쟁이 장기화되면 중국 제품에 대한 글로벌 수요 자체가 위협받기 때문이다. 또한 미국이 물리적 타격에서 경제 전쟁으로 방향을 틀 경우 중국은 취약해질 수 있다.

왕이 외교부장의 평양 방문도 연장선상이다. 왕이 부장은 평양을 이틀간 방문 중이다. 복수의 전문가는 이번 방북은 북한 핵 프로그램 및 지역 안보와 관련된 잠재적 협상에서 중국의 역할이 여전히 중요하다고 백악관에 보내는 신호라고 해석한다.

나아가 책임감 있는 지역 안정자 입지를 다지기 위해 시 주석은 대만의 친중 야당인 국민당의 정리원 주석을 중국으로 초청했다. 국민당 지도자의 방중은 10년 만으로, 시 주석과 정 주석은 10일 베이징에서 '국공회담'을 갖는다.

여러 명의 중국 분석가는 국민당의 평화 사절단과 이란 휴전에서의 역할을 나란히 보여줌으로써 중국이 미국의 군사 개입이 필요 없는 지역 질서에 대한 비전을 제시했다고 분석했다.

국가안보 고위 관리 출신인 에반 메데이로스 조지타운 대학교 교수는 "베이징의 외교는 백악관에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것"이라며 "중국이 대만 해협과 호르무즈 해협 문제에 대해 합리적인 태도를 보인다면, 트럼프 대통령도 중국의 가장 중요한 사안에 대해 동등한 지원을 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다만 중국의 '연극적인 외교'엔 한계가 있다고 일부 전문가는 전했다.

스티머슨 센터 싱크탱크의 중국 프로그램 책임자인 윤 선은 "이란은 중국에 휴전 보증을 요청했지만, 중국은 이를 거부했다"며 중국은 주요 강대국으로 협상 테이블에 계속 남기 위해 중재자 역할을 연출하고 있다고 평했다.

아시아소사이어티 정책연구소의 대니 러셀 전 고위 외교관은 "중국 수뇌부의 주된 생각은 누구를 위해서도 위험을 무릅쓰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중국은 실질적인 위험이나 비용을 들이지 않고 공로만 챙길 수 있는 중재에만 참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km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