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레바논 맹폭·이란 해협 재봉쇄…2주 휴전 '살얼음판'
"레바논 헤즈볼라 계속 친다"는 이스라엘 vs 이란은 "공격 지속시 휴전 파기"
"호르무즈 해협 통행 다시 중단"…통행료 징수 문제도 혼란 가중
- 최종일 선임기자
(서울=뉴스1) 최종일 선임기자 = 8일(이란 현지시간) 극적으로 타결된 미·이란 간 '2주 휴전'이 하루 만에 아슬아슬한 상태에 놓였다. 양국의 엇갈린 합의 해석 속에서 이스라엘은 레바논 공격을 전격 강화했고, 이에 맞서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 재봉쇄 카드를 꺼내며 중동 정세의 불확실성이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
이번 위기의 핵심은 휴전 범위에 레바논이 포함되는지 여부다. 레바논의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는 3월 초 개전 초기 이스라엘에 대한 공격을 시작하며 참전했고, 이스라엘은 지상전을 포함한 강력한 보복을 이어오고 있다.
중재국 파키스탄과 이란은 합의안에 레바논이 포함된다는 입장이다. 셰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는 엑스(X)를 통해 "레바논을 포함한 전 지역의 즉각적 휴전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스라엘의 판단은 달랐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합의를 부인하며, 이날 하루에만 레바논 내 100여 곳의 목표물에 개전 이래 최대 규모의 폭격을 퍼부었다. 레바논 보건부에 따르면 이번 공격으로 최소 254명이 사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역시 초기 침묵을 깨고 언론 인터뷰에서 레바논은 이번 합의와 무관한 "별도의 교전"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에 이란은 즉각 반발했다.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 의장은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격 지속 △이란 영공 드론 침범 △우라늄 농축 권리 부인 등 미국과 이스라엘이 10개 항목 휴전 제안 중 3가지를 위반했다고 비판했다.
이란 반관영 타스님통신은 이란 소식통을 인용해,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격이 계속될 경우 휴전 파기도 불사하겠다고 경고했다. 소식통은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격에 대응하기 위한 표적도 선정하고 있다고 전해 보복 차원의 공격을 예고했다.
헝가리를 방문 중인 J.D. 밴스 미 부통령은 갈리바프 의장의 주장에 즉각 반박하며, "이란이 자신들과 무관한 레바논 문제 때문에 협상을 결렬시키려 한다면, 그것은 결국 그들의 선택"이라고 경고했다.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혼란도 심화하고 있다. 이란 파르스 통신은 유조선 통행이 다시 중단됐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휴전 첫날 해협을 통과한 선박은 3척뿐이다. 당초 휴전 발표 직후 배럴당 100달러 아래로 급락했던 국제 유가와 반등했던 글로벌 증시는 다시 불안에 휩싸였다.
백악관은 해협 봉쇄 보도를 "거짓"으로 규정하며 즉각적인 재개방을 요구했지만, 상충하는 보도들이 이어졌다. 이란 국영 학생뉴스네트워크(SNN)는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 항로가 지정됐으며, 여러 선박은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 협력해 해당 항로를 이용해야 한다고 전했다.
통행료 문제도 논란이 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ABC 기자와 통화에서 호르무즈 해협에 통행료를 부과하는 것을 이란과 "합작 사업으로 진행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논란이 확산하자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대통령의 최우선 과제는 통행료 여부와 관계없이 해협을 제한 없이 재개방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해협을 현재 누가 통제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했다.
한편, 이란 석유·가스·석유화학 제품 수출업자 협회의 하미드 호세이니 대변인은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이란이 통과하는 모든 유조선에서 통행료를 징수하고 각 선박을 검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양측이 들고 있는 합의서 자체가 다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언급한 이란의 '10개 항목' 제안 대신, 미국의 15개 항목 제안을 바탕으로 협상이 진행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우라늄 농축은 전면 금지될 것이며, 깊이 매설된 핵물질도 발굴·제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이란이 공개한 해석본은 페르시아어 버전(우라늄 농축 인정 포함)과 영어 버전(미포함)이 서로 다르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보도했다. 이는 휴전 조건의 핵심인 이란의 우라늄 농축 권리를 두고 양국이 합의에 도달했는지에 대해 큰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은 이날 백악관 브리핑에서 "이란이 농축 우라늄을 넘기지 않으면 직접 확보할 것"이라며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이란이 군사적 위기 상황에서 휴전을 요청했다고 주장했다.
휴전 발표 직후에도 바레인,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등지에서는 이란발 미사일 경보가 발령됐고, 이란 라반 섬 정제소가 공격받는 등 교전은 완전히 멈추지 않고 있다. 호르무즈를 피해 홍해 연안으로 원유를 육상 운송하는 사우디의 동서 송유관도 이란 공격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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