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타냐후 구상에 CIA 실소했는데…트럼프 이란전쟁 이렇게 시작됐다

NYT, 2월 28일 전후 백악관 안팎 움직임 상세 보도
네타냐후 백악관 브리핑에 CIA 국장 "우스꽝" 혹평…예스맨 참모들 "당신이 결정하면 옳은 결정"

27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플로리다주 마이애미비치의 파에나포럼에서 열린 사우디 국부펀드 주도의 미래 투자 이니셔티브(FII) 서밋에서 춤을 추고 있다. 2026.03.27 ⓒ AFP=뉴스1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과 5주 이상 전쟁을 벌인 끝에 40일째가 된 8일(이란 현지시간 기준) 마침내 2주간의 휴전이 발표됐다. 이란과 레바논을 중심으로 수천 명의 사망자를 내고 세계 경제에 강한 타격을 준 이 전쟁은 어떻게 시작됐을까.

뉴욕타임스(NYT)는 7일(미국 현지시간 기준) 장문의 기사를 통해 이 전쟁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2월 중순 백악관을 비밀리에 방문해 이란에 대한 공동 공격을 "강력하게 촉구"한 데서 시작됐다고 보도했다.

NYT 기자 조너선 스완과 매기 하버먼은 곧 출간될 신간 "정권 교체: 도널드 트럼프의 제왕적 대통령직 내부"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어떻게 네타냐후에 의해 이란 전쟁에 휘말리게 되었는지 심층 보도했는데 이의 축약판이다. 이들은 트럼프가 네타냐후의 자신감 넘치는 프레젠테이션에 감명받아 '우스꽝스러운 계획'이라는 미국 정보기관의 분석을 무시한 채 '예스맨'에 둘러싸여 결국 전쟁을 승인했다고 전했다.

네타냐후, 2월11일 백악관 상황실서 브리핑

세계를 뒤흔든 전쟁의 서막은 네타냐후의 백악관 비밀 방문에서 시작됐다. 2월 11일 오전 11시 직전, 네타냐후의 검은색 SUV 차량이 백악관에 도착했다. 당시 미국과 이스라엘 고위 관리들은 이미 백악관 각료회의실에서 회담을 갖고 있었다.

네타냐후 총리는 백악관 상황실로 내려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란에 대한 극비 공격 계획을 브리핑했다. 외국 정상들이 백악관 상황실에 들어가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트럼프 대통령은 통상적인 의전석이 아닌 네타냐후 총리 바로 맞은편에 앉았다. 대형 스크린에는 이스라엘 정보기관인 모사드의 데이비드 바네아 국장과 여러 군 장교들의 모습이 나타났다.

비공개 회담에는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존 랫클리프 미중앙정보국(CIA) 국장,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댄 케인 합참의장, 수지 와일스 백악관 비서실장 등 미국 고위 관리들이 참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와 스티브 위트코프 중동특사도 참석했다. 하지만 JD 밴스 부통령은 아제르바이잔 방문으로 불참했다. 회의 내용 유출을 막기 위해 주요 내각 관료 몇 명은 초청되지 못해 회의 사실을 알지 못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란 정권 교체가 임박했고, 미국과 이스라엘의 행동으로 이란 이슬람 공화국 정부가 종식될 것이라고 믿었다. 그는 또한 미국에 망명 중인 마지막 국왕의 아들 레자 팔라비를 포함한 잠재적 후계자들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란의 탄도미사일 시스템을 몇 주 안에 파괴할 수 있으며, 그렇게 되면 이란 군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수 없게 되어 주변국에 대한 공격 능력이 크게 저하될 것이라고 자신 있게 주장했다.

모사드 정보 분석에 따르면 이란에서 반정부 시위가 다시 격화되고, 정보기관들이 소요 사태를 선동하는 데 협조하며,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 이후 이란 반군이 정부를 전복시키고, 이라크의 쿠르드족이 북서부 국경에 전선을 구축하여 정권 붕괴를 가속화할 것이라는 예측이 제시됐다.

참석자 중 상당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 분석에 크게 영향을 받았다고 생각했다. 네타냐후의 브리핑 후 트럼프 "좋다(sounds good to me)"고 말하자 네타냐후는 이를 청신호로, 그리고 참모진 역시 이미 대통령이 마음을 굳힌 것으로 받아들였다.

미 정보기관 "우스꽝스럽다" 평가…밴스 부통령도 반대

백악관 상황실에서 네타냐후의 성공적인 브리핑이 있은 다음 날, 이란 사정에 정통한 미국 정보 전문가들이 같은 장소에서 비슷한 브리핑을 열었다. 이들은 네타냐후의 계획을 4단계 즉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 암살 △이란의 군사력을 약화시켜 주변국에 대한 보복 및 위협을 방지하는 것 △내부 불안을 조장하는 것 △정권 교체 등으로 정리했다.

미국 관계자들은 미국의 군사력과 정보력을 통해 첫 번째와 두 번째 목표는 달성할 수 있다고 봤지만, 세 번째와 네 번째 목표는 쿠르드족의 개입 가능성 때문에 비현실적이라고 판단했다. 랫클리프 CIA 국장은 트럼프에게 이란 정권 교체 구상은 "우스꽝스럽다(farcical)"고 직설적으로 말했다. 루비오 국무장관도 "다시 말해, 그는 헛소리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거들었다.

케인 합참의장은 이것이 이스라엘의 일반적인 작전 절차이지만 과장된 측면이 있으며, 이스라엘의 계획이 완벽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은 미국의 도움이 필요했기에 이 계획을 "강력하게 설득"하려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는 이란 정권 전복은 그들의 문제라고 반박했다. 여기서 그들이 이스라엘인지 이란 국민인지는 불분명했다.

케인 의장은 이후 이란 공격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이미 감소한 미군의 무기 비축량을 더욱 고갈시키고, 호르무즈 해협의 안보 유지를 극도로 어렵게 만들며, 봉쇄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트럼프는 자신이 듣고 싶은 말만 들었다고 NYT는 지적했다.

NYT는 47년 전 이슬람 혁명으로 이란 신정이 들어선 이후 자신이 이란에서 정권 교체를 이뤄낸 최초의 대통령이 될 수 있다는 욕심, 이란이 2020년 1월 카셈 술레이마니 장군 암살에 대한 보복으로 자신을 암살하려 했다는 점을, 트럼프가 이란 공격으로 기운 바탕으로 꼽았다.

그리고 헤그세스 장관이 가장 전쟁에 적극적이었고 루비오 장관은 모호했으며 와일스 비서실장은 군사 문제라 한발짝 물러나 있었고, 밴스 부통령이 전쟁을 막으려고 가장 노력한 사람이라고 NYT는 평가했다.

이란 지휘부 회의 첩보에…참모들 찬성 속 트럼프 "작전 승인!"

그러던 2월 말, 미국과 이스라엘은 전쟁 일정을 크게 앞당길 새로운 첩보를 입수했다. 이란 최고지도자가 다른 고위 관리들과 대낮에, 공습에 완전히 노출된 채 지상에서 회담을 가질 예정이라는 정보였다. 이란 지도부의 심장부를 때릴, 다시는 없을지도 모르는 기회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이란에게 핵무기 개발을 막을 수 있는 협상에 나설 또 다른 기회를 줬다. 2월 초부터 2월 26일까지 미국과 이란은 스위스 제네바와 오만에서 3차례 핵 협상을 가졌다. 이 외교적 노력은 미국이 중동에 군사 자산을 배치할 시간을 벌어주기도 했다.

대통령은 이미 몇 주 전에 마음을 굳혔다고 여러 참모들이 전했다. 다만 정확한 시기는 아직 정하지 못했던 것이다. 이제 네타냐후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신속하게 움직일 것을 촉구했다.

쿠슈너와 위트코프 주도의 3차례 협상은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미국의 장기 무상 핵연료 제공을 이란은 국가적 위신에 해로운 것으로 간주하여 거부했고, 이에 두 사람은 트럼프에게 협상은 가능하겠지만 몇 달은 걸릴 거라고 보고했다.

2월 26일 오후 5시, 주요 관계자들이 마지막으로 백악관 상황실에 모였다. 스티븐 청 백악관 공보국장과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이 회의에 처음으로 참석했다. 하지만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부 장관, 털시 개버드 국가정보국장은 여전히 ​​핵심 관계자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여러 관계자들과 차례로 협의했는데 밴스조차 "내 생각엔 좋지 않은 생각이지만, 만약 당신이 하고 싶다면 지지하겠다"며 한발 물러섰다. 와일스 비서실장은 "대통령이 미국의 국가 안보를 위해 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한다면, 진행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랫클리프 국장은 "단지 최고지도자를 암살하기 위한 것이라면, 어쩌면 가능할지도 모른다"고 말했고, 스티브 청은 "선거 운동 기간 동안 우리는 더 이상의 전쟁에 반대했고, 국민들은 해외 전쟁에 투표하지 않았다. 하지만 어떤 결정이 내려지든, 그것은 옳은 결정일 것"이라고 답했다.

헤그세스는 "이스라엘은 결국 이란과 협상해야 할 것이므로, 지금 행동하는 것이 낫다"고 했고, 루비오는 "정권 교체나 혁명이 목표라면 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이란의 미사일 프로그램을 파괴하는 것이 목표라면 달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들 모두의 찬성을 들은 트럼프는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고 2월 28일 에어포스 원 기내에서 "에픽 퓨리 작전 승인. 취소는 없다. 행운을 빈다"고 명령했다.

ky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