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이란 침공으로 페트로 달러 체제 깨져…달러 패권 흔들

해당 기사 - 블룸버그 갈무리

(서울=뉴스1) 박형기 기자 =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란 침공으로 70년대 이후 계속되던 ‘페트로 달러’ 체제가 무너지면서 미국 달러 패권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6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유조선에 배럴당 1달러의 통행료를 부과하고, 이를 위안화나 암호화폐(가상화폐)로 결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페트로 달러에 큰 위협은 아니다. 이란이 통행료를 징수하면 얼마나 징수하겠는가!

중요한 것은 70년대 이후 세계 질서의 한 축이었던 페트로 달러 시스템 자체가 무너졌다는 것이다.

아랍 산유국은 원유 거래를 달러로 하고, 원유 거래에서 벌어들인 달러를 미국 채권에 투자했다. 이들이 많은 미국 채권을 사주었기 때문에 미국의 천문학적 재정적자에도 달러는 기축통화로서 역할을 계속 수행할 수 있었다.

미국은 그 대가로 친미적 중동 산유국 안보를 책임졌다.

이 시스템을 완성한 장본인이 바로 ‘20세기의 외교관’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이다.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 2023.11.30 ⓒ 뉴스1

그는 1974년 중동으로 날아가 산유국이 달러로 원유를 거래하고, 여기에서 나는 수익금은 미국 국채에 투자하는 협정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석유 소비자들이 에너지를 위해 달러를 지불하고, 그 달러는 리야드와 아부다비로 일단 들어갔다 다시 워싱턴으로 흘러 들어왔다.

그런데 이 선순환이 이번 전쟁으로 깨졌다. 이번 전쟁에서 이란이 친미적 아랍 국가의 원유시설을 공격하자 산유국들은 화들짝 놀랐다.

이란의 드론 공격을 받은 아랍에미리트(UAE)의 푸자이라 원유 시설 인근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2026.3.3 ⓒ 로이터=뉴스1

이란의 원유 시설 공격으로 일단 산유국의 달러 수입이 크게 줄었다. 쿠웨이트, 이라크,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을 포함한 걸프 국가들은 3월에 하루 최소 1000만 배럴 이상의 생산량을 감축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UAE는 대체 파이프라인을 통해 수출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정상 해협 처리 용량의 4분의 1에 불과하다.

이란이 원유시설을 공격하자 UAE의 경우, 한국산 미사일 요격 시스템인 ‘천궁’을 수입하는 등 자체 방공망 건설에 달러를 우선 투자하고 있다.

이에 따라 산유국의 미국 채권 매입이 크게 줄었다. 2월 28일 미국의 이란 공격 이후 외국 중앙은행들은 5주 연속 미국 국채를 순매도하고 있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의 보유 자산은 약 820억 달러 감소한 2조7000억 달러로, 이는 2012년 이후 최저 수준이다.

산유국뿐만 아니라 터키, 인도, 태국 등 제3국도 미국 채권 매도에 동참하고 있다.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었고, 이들의 통화는 달러 대비 약세다. 이에 따라 중앙은행은 환율 시장에 개입해야 했다. 환율 시장 개입에는 돈이 필요하다. 이들 국가는 미국 국채를 팔아 그 자금을 마련한다.

키신저의 1974년 합의는 동서 냉전, 걸프전, 금융 위기, 코로나 팬데믹 기간에도 꾸준히 유지돼 왔다. 하지만 이번에 붕괴했다.

트럼프의 이란 공격은 70년대 이후 세계 질서의 한 축인 페트로 달러 체제를 무너트린 엄청난 결과를 초래했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sinopar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