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총 한자루로 버틴 F-15 장교…첩보영화처럼 네이비실 CIA가 구출

이란軍 추적 피해서 해발 2000m 이상 산악 능선따라 이동
美해군 특수부대 투입, CIA 기만작전 병행…"대담한 구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일(현지시간) 이란과의 전쟁과 관련한 대국민연설을 위해 워싱턴DC 백악관의 크로스홀에 들어서고 있다. 2026.04.01. ⓒ 로이터=뉴스1

(워싱턴·서울=뉴스1) 류정민 특파원 김지완 기자 = 이란 남서부 깊숙한 산악지대에서 격추된 미 공군 F-15E 전투기의 실종 승무원은 호신용 권총 한 자루만 지닌 채 24시간 넘게 이란군의 추적을 따돌리고 극적으로 구조된 것으로 알려졌다.

5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 보도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트루스소셜 게시글에 따르면 구조된 승무원은 공군 대령 계급의 무기 관제 장교로, 지난 3일 이란군의 공격으로 격추된 F-15E 전투기에서 탈출했다.

함께 탑승했던 조종사는 비교적 빠르게 구조됐으나, 해당 장교는 산악 지대에 고립돼 위치가 확인되지 않으면서 긴급 수색 작전이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미군과 이란군은 해당 장교를 먼저 확보하기 위해 총력전을 벌였으며, 이란 정부는 주민들에게 협조를 요청하고 포상금까지 내걸며 수색을 확대했다.

미군은 지난 48시간 동안 해당 승무원 구조를 최우선 과제로 설정하고, 특수부대와 항공 전력, 정보 자산을 총동원했다.

미 중앙정보국(CIA)은 이란군을 교란하기 위해 이미 구조돼 이동 중이라는 허위 정보를 흘리는 기만 작전을 펼쳤고, 이후 실제 은신 위치를 파악해 국방부에 전달했다.

이에 따라 미 해군 특수부대 네이비실(Navy SEAL) 6팀 소속 특수부대원들을 포함한 수백 명 규모 병력이 투입된 대규모 구조 작전이 4일 밤 진행됐다. 작전에는 수십 대의 전투기와 헬기, 위성 및 사이버 정보 자산까지 동원됐다.

구조 대상 승무원은 24시간 이상 이란군 추적을 피해 이동하며, 한때 해발 7000피트(약 2100미터) 높이의 산악 능선을 따라 이동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군은 공습을 통해 이란군 병력의 접근을 차단했고, 특수부대는 구조 과정에서 경고 사격을 실시했으나 직접적인 교전은 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승무원은 위치 신호기와 암호화 통신 장비를 보유하고 있었으나, 신호 노출 위험을 고려해 사용을 제한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군 고위 관계자는 이번 작전에 대해 "산악 지형과 부상 상태, 그리고 빠르게 접근하는 이란군까지 고려할 때 미 특수작전 역사상 가장 복잡하고 어려운 임무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구조 이후에도 긴장은 이어졌다. 구조 인원 철수를 담당할 수송기 2대가 현지 기지에서 문제가 발생해 발이 묶이자, 미군은 추가 항공기 3대를 투입해 전원 탈출시켰다. 아울러 기존에 투입했던 항공기 2대는 적에 넘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현장에서 폭파했다.

구조된 무기 관제 장교는 부상을 입었으나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으며, 이후 쿠웨이트로 이송돼 치료받고 있다.

이번 사건은 지난달 28일 시작된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이란 군사 작전 이후 처음으로 적의 공격에 의해 F-15E 전투기가 손실된 사례로, 이란의 군사 능력이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같은 날 A-10 공격기 역시 추락하면서 미군 전력 손실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구조 작전은 반정부 성향이 강한 이란 지역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현지 주민 일부가 은신을 도왔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CIA는 이처럼 민간인을 활용해 고립된 병력을 지원하는 작전을 병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올린 게시글에서 "우리가 그를 구출했다"면서 "지난 몇 시간 동안 미군은 미국 역사상 가장 대담한 수색 및 구조 작전 중 하나를 성공적으로 수행했다"라고 밝혔다.

이어 "적들은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그에게 가까워지고 있었지만, 그는 결코 홀로 남겨지지 않았다"면서 "나의 지시에 따라 미군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무기로 무장한 수십 대의 항공기를 투입해 그를 구출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적진 깊숙한 곳에서 두 명의 미군 조종사가 각각 구조된 것은 군 역사상 처음"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는 이어 게시한 글에서는 "두 번째 구조 작전은 첫 번째 작전 이후에 이뤄졌으며, 우리는 대낮에 조종사를 구조했는데, 이것 역시 이례적인 일로, 이란 상공에서 7시간을 보냈다"면서 "나는 월요일 오후 1시에 백악관 집무실에서 군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구조 성과를 강조하는 동시에 이란에 대한 강경 메시지도 이어갔다.

그는 별도의 게시글에서 "화요일은 이란에 있어 발전소의 날이자 교량의 날이 될 것"이라며 "그야말로 전무후무한 날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트럼프는 "이 미친 자식들아(crazy bastards), 당장 그 빌어먹을 해협(fuckin' straits)을 열어라"며 호르무즈 해협 개방을 촉구했다. 이어 "안 그러면 지옥에서 살게 될 테니, 두고 보라"고 적었다. 또 "알라께 찬양을"이라는 문구도 덧붙였다.

트럼프는 이날 폭스뉴스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는 "나는 내일(6일)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괜찮은 수준이라고 생각한다"며 "그들(이란)은 지금 협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들이 빨리 합의하지 않으면 난 모든 것을 날려버리고 석유를 차지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게시글에서는 "미 동부시긴 화요일(7일)오후 8시!"라고 적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이란 발전소 공격 최후통첩 시한을 열흘 보류했고, 이에 따라 협상 시한은 미 동부 시간 기준 오는 6일 오후 8시(한국시간 7일 오전 9시)까지로 연장된 상태인데 이를 하루 연장할 것임을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이란 혁명수비대(IRGC)가 5일(현지시간) 공개한 항공기 잔해. 이란 언론은 실종된 미국 전투기 승무원을 구출하려던 항공기가 격추됐고, 그 잔해라고 보도했다. 2026.04.05. ⓒ AFP=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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