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전쟁 한달, 트럼프 진퇴양난…'최악 아니면 차악' 끔찍한 기로
이란 항복·양보 쉽지 않아…호르무즈 재개방 통한 '승리 선언'도 요원
건재한 이란에 대폭 양보해 휴전하거나 인명피해 커질 전면전 선택해야
- 윤다정 기자
(서울=뉴스1) 윤다정 기자 = 이란 전쟁이 개전 1개월을 넘기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에 대한 양보를 포함하는 굴욕적인 휴전과 지상전 확전을 통한 장기전 사이 진퇴양난에 빠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악 아니면 차악 정도의 나쁜 선택지 밖에 남지 않은 셈인데, 트럼프 대통령은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과 지지율 하락이라는 악재 속에서 그마저도 방향성을 잡지 못하는 모습이다.
29일(현지시간) 유럽의 지정학 전문 매체 모던디플로머시에 따르면, 미국 내에서 반전 여론이 거세지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은 36%로 급락했다.
여당인 공화당 의원들 사이에서도 이란 전쟁이 오는 11월로 예정된 중간선거에 끼칠 영향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을 통해 전쟁을 끝내고자 한다는 의사를 표하면서도, 역내에 미군 병력을 추가 배치하고 협상이 실패할 경우 지상전을 통한 군사 행동 확대를 경고하는 등 '이중 메시지'를 발신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에어포스원(대통령 전용기)에서 기자들과 만나 직간접적인 경로를 통해 이란과 "협상을 극도로 잘하고 있다(doing extremely well)"며 "꽤 조기에(pretty soon)" 합의가 이뤄질 것으로 생각하지만 합의를 이루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그들과 협상을 하다가 그들을 공격해야 할 수도 있다"며 "그들은 우리가 원하는 모든 것을 함으로써 다시 위대한 나라를 건설할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나라를 갖지 못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금융 시장이나 유권자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협상의 긍정적인 진행 상황을 강조하면서도 이란에 대한 압박을 유지하기 위해 협박도 병행하는 전략이다. 군사작전 확대는 장기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어 유권자들의 반감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대규모 공습을 통해 이란 군사력에 타격을 준 뒤 승리를 선언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이것이 곧장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점에서 과제는 여전히 남는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은 중재국 파키스탄을 통해 △이란의 모든 우라늄 농축 활동 중단 △주요 핵 시설 해체 및 농축우라늄 이관 △미사일 사거리 제한 △역내 대리세력 지원 중단 등을 포함한 15개 항 종전안을 전달했다.
이 중 상당수를 이란이 받아들여 미국이 승리를 선언할 만큼 체면을 세우고 전쟁을 끝내는 방안이 트럼프로서는 가장 이상적이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고위급 핵 협상 도중 미국과 이스라엘이 공습을 단행하면서 이란 지도부가 대거 교체되고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불신이 커져, 여기에 이란이 받아들일 만한 조건은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전직 의원인 이브라힘 카르하네이 박사는 이날 이란 최고지도자실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으로 알려진 일간지 카이한에 종전을 위한 9가지 전제 조건을 제시하는 기고문을 올렸는데, 여기에는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 징수와 미군의 중동 철수가 포함됐다.
이스라엘과 걸프 지역 동맹국들의 셈법까지 더해지면 상황은 더욱 복잡해진다.
일부 이스라엘 관리들은 협상 과정에서 미국이 이란에 양보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아랍 동맹국들은 미국이 조기 철수할 경우 이란발(發) 후폭풍이 이어질 것을 염려하면서도 미국의 지상군 파병에는 반대하고 있다.
모던디플로머시는 "안심과 위협 사이를 오가는 트럼프의 엇갈린 신호는 국내외 당사자들 모두를 불확실한 상태로 놓아두고 있다"며 "트럼프 행정부의 다음 행보는 여전히 불확실하며, 미국과 이란 관계의 향후 궤적을 둘러싼 추측과 긴장의 국면이 이어지고 있다"고 짚었다.
mau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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