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으로 지켜줬으니"…트럼프, 동맹국 호르무즈 파병 압박 강화
"주한미군 4만5000명이 방어" 부풀려 언급…日·獨 주둔 미군도 거론
각국 신중한 움직임에 압박 수위 높여…군함·기뢰제거선 파견 요구
- 류정민 특파원
(워싱턴=뉴스1) 류정민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한국, 일본, 독일 등 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국가들을 언급하며 호르무즈 해협 선박 호위 작전 참여 압박 수위를 한층 높였다.
한국의 에너지 산업이 호르무즈 해협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고 지적한 데 이어, 주한미군까지 거론한 것으로 트럼프는 "우리가 오랫동안 보호해 왔는데 왜 돕지 않느냐"는 취지의 불만을 공개적으로 드러냈다.
16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의 오벌오피스(미 대통령 집무실)에서 열린 행정명령 서명 행사에서 호르무즈 해협 대응 문제에 대해 언급하면서 "우리는 일본에 4만5000명, 한국에 4만5000명, 독일에 4만5000명 또는 5만명의 병력을 두고 이 모든 나라를 방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런데 기뢰제거선이 있느냐고 물으면 개입하고 싶지 않다고 한다"며 "우리는 40년 동안 여러분을 보호해 왔다"고 덧붙였다.
다만 트럼프가 언급한 한국 내 미군 병력 규모는 실제와 차이가 있다. 주한미군 규모는 약 2만8500명 수준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에도 이를 4만5000명으로 과장해 언급한 바 있다.
그는 또 "중국은 91%, 일본은 95%를 그 해협에 의존하고 한국도 석유와 에너지의 상당 부분을 해협에 의존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들은 미국에 감사해야 할 뿐 아니라 우리를 도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날 백악관에서 열린 트럼프-케네디센터 이사회 오찬 행사에서는 구체적인 국가명은 언급하지 않은 채 "어떤 나라에는 4만 5000명의 훌륭한 군인을 배치해 위험으로부터 지키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40년 동안 우리가 여러분을 보호했다"며 "(그런데) 이제 와서 사소하고, 그들(이란)이 남은 탄약이 많지 않아 실제 교전도 거의 없을 일에 휘말리고 싶지 않다는 말이냐"라고 지적했다.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위협에 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4일 트루스소셜을 통해 한국·일본·중국·영국·프랑스 5개국에 을 안전하게 유지하기 위해 군함을 파견해달라고 공개적으로 요구한 바 있다.
또 15일에는 기자들과의 문답에서 약 7개국에 유조선을 호위하고 이란 공격에 대비한 군함 파견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처음 밝힌 5개국보다 2개국이 늘어난 것으로, 다만 트럼프는 7개국이 어디인지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은 미국의 파병 요청에 주요 동맹국들이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데 대해 수위를 한층 높여 압박을 강화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전날 청와대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 등 국가에 호르무즈 해협 군함 파견을 요청한 것과 관련, "미국과 긴밀하게 소통하고 있다"면서도 "신중하게 결정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는 최근 "함정 파견에 관해 어떤 결정도 내리지 않았다. 일본이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일과 법적 틀 안에서 할 수 있는 일을 계속 검토 중"이라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사나에 총리는 오는 19일 워싱턴DC에서 트럼프와 정상 회담을 앞두고 있어, 회담에서 어떤 입장을 밝힐 지 주목된다.
독일의 경우 "우리는 이 전쟁의 당사자가 아니다"라며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비록 주한미군의 경우 잘못된 숫자를 언급했지만, 구체적 숫자를 말한 것은 협조에 미온적일 경우 향후 이들 국가에 주둔 중인 병력을 감축도 고려할 수 있음을 시사하며 압박 수위를 한층 높인 것으로도 볼 수 있다.
트럼프는 전날 플로리다 마러라고에서 백악관에 복귀하면서는 "지원을 받든, 않든 상관없지만 우리는 (그들의 참여 여부를) 기억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또 같은 날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전화 인터뷰에서는 호르무즈 해협을 개방하기 위한 군사 작전에 동맹국들이 참여하지 않을 경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미래가 매우 나빠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울러 중국을 향해서는 만약 협조하지 않을 경우 이달 말 베이징에서 예정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을 연기할 수도 있다고 했는데, 하루 만인 이날 "한 달 연기를 요청했다"라고 밝혔다.
트럼프의 호르무즈 군함 요청에 중국은 "각국이 즉시 군사 행동을 중단하고 긴장 상황이 더욱 악화하는 것을 피해야 한다"며 사실상 함정 파견 요구를 거부한 바 있다.
워싱턴DC의 한 외교·안보 전문가는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국들이 미국 안보에 무임승차하고 있다는 인식을 자주 강조해 왔다"며 "미국 입장에서는 동맹이면 당연히 나서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인식이 있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일본이나 한국 같은 동맹국이 군사적으로 직접 개입하기는 쉽지 않지만, 기뢰 제거 능력이나 정보 지원 등 제한적인 방식의 기여는 현실적인 옵션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일본 언론들은 일본 정부가 자국 관련 선박과 승무원 보호를 위한 정보 수집을 목적으로 중동 지역에 자위대를 파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호르무즈 해협에 직접 자위대를 파견하기는 어렵지만 지난 2019년과 유사하게 페르시아만과 호르무즈 해협을 제외한 오만만·아라비아해 북부·아덴만 등에서 정보 수집 활동을 수행하는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다.
ryupd0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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