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이란전 출구전략 메시지 혼선?…"백악관 내 권력 싸움 탓"

치솟는 기름값에 '조기 종전' 목소리…경제팀, 정치적 부담 경고
매파는 '끝장 보자' 압박…엇갈린 메시지에 시장 혼란 가중

미국 백악관이 1일(현지시간) 공개한 지난달 28일 대(對)이란 군사작전 '에픽 퓨리'(Epic Fury) 상황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자택인 플로리다주 마러라고에 트럼프와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댄 케인 합참의장, 수지 와일스 백악관 비서실장 등이 모여 있다.(백악관 엑스 계정, 재판매 및 DB금지) ⓒ 뉴스1 류정민 특파원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미국 백악관이 이란과의 전쟁 출구 전략을 두고 격렬한 내부 암투에 휩싸였다고 로이터통신이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로이터는 현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들이 크게 3가지 세력으로 나뉘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

경제 및 정무팀 중심의 온건파는 유가 급등으로 인한 정치적 부담을 경고하며 조기 종전을 촉구하는 반면, 공화당 매파 중심의 강경파는 이란의 군사력을 완전히 무력화해야 한다며 지속적인 압박을 주장한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 마가(MAGA)를 대변하는 고립주의파는 중동의 또 다른 수렁에 빠져서는 안 된다며 확전 자제를 요구하고 있다.

수지 와일스 비서실장 등이 이끄는 온건파는 치솟는 유가가 11월 중간선거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한다.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승리의 기준을 좁게 설정하고 작전이 거의 마무리됐다는 신호를 보내 유가와 시장을 안정시켜야 한다고 조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백악관이 공개한 지난달 28일 대(對)이란 군사작전 '에픽 퓨리'(Epic Fury) 진행 점검 상황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자택인 플로리다주 마러라고에 트럼프와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수지 와일스 백악관 비서실장 등이 모여 있다.(백악관 엑스 계정, 재판매 및 DB금지) ⓒ 뉴스1 류정민 특파원

반면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공화·사우스캐롤라이나) 등 공화당 강경파는 이란의 핵무기 개발 가능성을 뿌리 뽑고 미군에 대한 위협을 완전히 제거해야 한다며 군사작전의 지속을 강하게 촉구하고 있다. 이들은 지금 압박을 멈추면 이란의 숨통을 틔워 주는 꼴이라는 입장이다.

스티브 배넌 같은 고립주의 성향 인사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중동의 장기전에 휘말려서는 안 된다는 기본 입장을 고수할 것을 압박하고 있다.

이런 내부 갈등은 트럼프 대통령의 엇갈린 메시지로 고스란히 표출되고 있다. 그는 지난 12일 켄터키 유세에서 "우리가 이겼다"고 선언했다가, 불과 몇 분 뒤 "하지만 일을 끝내야 한다"며 입장을 바꿨다.

익명의 백악관 고문은 로이터에 "대통령은 강경파에게는 캠페인이 계속될 것이라 믿게 하고, 시장에는 전쟁이 곧 끝날 것이라 믿게 하며, 자신의 지지층에게는 확전이 제한적일 것이라 믿게 만들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 인근 유조선을 공격하며 국제 유가를 100달러 위로 밀어 올리는 데 성공했다. 이는 유가 상승이 지지율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는 온건파의 경고가 현실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트럼프 대통령은 군사적 성공 선언과 경제 충격 최소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쫓는 형국이다. 일부 참모들은 지난 1월 손쉽게 성공했던 베네수엘라 작전처럼 이란전도 빠르게 끝날 것이라 오판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이란은 훨씬 강력한 상대임이 증명됐고, 트럼프 대통령은 복잡한 내부 역학 관계 속에서 출구가 보이지 않는 전쟁을 이끌어야 하는 어려운 과제에 직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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