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표적 선정, SNS로 인지전…美, 대이란 '제2전선' 구축
종교 앱 '바데사바' 통해 심리전…美, 보이지 않는 전쟁
이란 민심 공략과 물리적 타격 동시에…'생각을 지배하는' 인지전 전면화
- 강민경 기자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미국이 이란과의 군사적 충돌에서 물리적 타격을 넘어선 '제2의 전선'을 구축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이란 국민 수백만 명이 사용하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해킹해 반정부 메시지를 보내는 등, 소셜미디어와 사이버 공격을 동원한 고도의 '인지전(Cognitive Warfare)'이다.
미국은 이번 대이란 군사작전의 일환으로 이란의 군사 시설을 폭격하는 동시에, 이란 국민의 생각을 직접 겨냥한 심리전을 펼쳐 정권의 기반을 흔들고 전쟁의 서사를 지배하려는 전면적인 하이브리드 전쟁을 수행하고 있다.
작전 개시일인 지난달 28일 새벽 이란 국민들의 스마트폰에 일제히 기이한 알림이 울리기 시작했다. 알람의 정체는 '바데사바(BadeSaba)'라는 이름의 기도 시간 알림 앱이었다.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만 500만 회 이상 다운로드된 이 앱은 이란의 많은 신자들이 사용하는 국민 앱이다.
해커들은 이 앱의 푸시 알림 기능을 장악해 "도움이 도착했다", "복수의 시간이 왔다"와 같은 페르시아어 메시지를 30분간 연달아 발송했다. 심지어 이란 군인들을 향해 "무기를 버리고 항복하면 사면을 받을 것"이라며 투항을 종용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번 해킹은 정권 지지 성향이 강한 것으로 여겨지는 종교 앱 사용자들을 직접 겨냥했다는 점에서 고도로 계산된 심리전으로 분석된다.
군사작전 개시와 동시에 이란 사회 내부에 혼란을 야기하고 반정부 정서를 부추기려는 의도다. 공식적으로 공격의 주체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전문가들은 미국과 이스라엘이 벌이는 합동 작전의 일부로 보고 있다.
이는 미국이 주도하는 '인지전'의 서막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물리적 폭격과 동시에 이란의 정신을 파고드는 보이지 않는 전쟁, 즉 하이브리드 전쟁을 전면적으로 개시한 것이다.
미국의 인지전은 단순히 앱 해킹에 그치지 않는다. 댄 케인 미 합참의장은 "전쟁의 첫수는 사이버 공간에서 이뤄졌다"며 "우주 및 사이버 작전을 통해 이란의 통신과 센서 네트워크를 효과적으로 교란해 적이 보고, 협력하고, 대응할 능력을 상실하게 만들었다"고 밝혔다. 물리적 타격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적의 눈과 귀를 먼저 멀게 한 것이다.
인지전의 또 다른 축은 미군 중부사령부(CENTCOM)가 이끄는 여론전이다.
중부사령부는 소셜미디어 엑스(X)를 통해 작전 상황을 거의 실시간으로 전 세계에 중계하고 있다.
브래드 쿠퍼 중부사령관은 11일(현지시간) 직접 영상 브리핑에 나서 "현재까지 이란 해군 함정 60여 척을 포함해 총 5500개 이상의 표적을 타격했다"고 발표하며 파괴된 이란 군함의 전후 사진을 공개했다.
이는 "미군 항공모함 격침"과 같은 이란의 허위 선전을 즉각 반박하고 미국의 압도적인 군사적 성과를 각인시키려는 의도다.
특히 이번 작전에는 전례 없는 수준의 인공지능(AI) 기술이 동원되고 있다. 쿠퍼 사령관은 "첨단 AI 도구들이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몇 초 만에 분석해 지휘관들이 더 빠르고 현명한 결정을 내리도록 돕는다"고 밝혔다.
과거 구글이 개발했던 '프로젝트 메이븐'과 같은 AI 시스템은 드론이 촬영한 영상을 분석해 자동으로 군사 목표물을 식별하고, 위성 이미지와 레이더 신호를 종합해 이란 지도부의 지하 벙커 네트워크를 찾아내는 데 활용된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들은 21세기 전쟁의 승패가 영토가 아닌 '생각'을 지배하는 능력에 달려있다고 분석한다. 미국은 폭탄과 미사일뿐만 아니라, 코드와 메시지를 무기로 이란 정권의 심장부를 직접 겨냥하고 있다.
국제 안보 및 디지털 지정학 분야 전문가인 에미네 첼릭은 언론 인터뷰에서 "이제 전쟁의 승패는 누가 더 많은 폭탄을 투하하느냐가 아니라, 누가 더 정교하게 상대의 알고리즘과 인식을 장악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past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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