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압박과 대화 병행 전략…실세 라리자니 "협상 없다" 항전

이란 안보수장 라리자니 "트럼프 망상적 환상에 지역 혼란"
트럼프, 이란 신정 붕괴보다 '권력재편' 무게…베네수엘라식 접근 시사

미국 백악관이 1일(현지시간) 공개한 지난달 28일 대(對)이란 군사작전 '에픽 퓨리'(Epic Fury) 상황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자택인 플로리다주 마러라고에 트럼프와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댄 케인 합참의장, 수지 와일스 백악관 비서실장 등이 모여 있다.(백악관 엑스 계정, 재판매 및 DB금지) ⓒ 뉴스1 류정민 특파원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을 받은 이란이 핵협상을 재개할 수 있다는 낙관론이 제기됐지만 이란 측은 공식 부인하며 엇갈린 신호가 나왔다. 중동 전역으로 전쟁이 확산할 전면전과 외교적 출구 모색이 동시에 진행되는 극도로 복합적 상황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일(현지시간) 아랍권 및 미국 당국자를 인용해 이란의 알리 라리자니 국가안보최고회의 사무총장이 오만을 통한 중재 채널로 미국에 핵 협상 재개 의사를 타진했다고 보도했다. 이란 핵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진 뒤 미·이스라엘 공습이 개시되고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한 직후 이뤄진 접촉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라리자니는 2일 소셜미디어 X에 올린 글에서 "이란은 미국과 협상하지 않을 것"이라며 관련 보도를 부인했다. 라리자니는 X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는 '망상적 환상'으로 이 지역을 혼란에 빠뜨려 놓고 이제 더 많은 미군 사상자가 발생할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고 힐난했다.

하지만 미국과 이란의 접촉 보도는 미국이 즉각적인 이란 정권 붕괴를 전제로 행동하고 있지 않음을 시사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 정보당국은 하메네이 사망에도 불구하고 단기간 내 이란 정권 교체 가능성은 낮게 보고 있다.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의 결속이 유지되고 있고, 야권 세력이 체제를 전복할 역량을 갖추지 못했다는 판단이다.

백악관 내부에서도 정권 붕괴보다는 권력 재편 가능성과 핵 협상 향방에 더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후임 지도부가 핵 협상에서 유연한 태도를 보일지에 대해서는 미 정부 내에서도 합의가 없는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은 뉴욕타임스(NYT)와 인터뷰에서 이란 공격을 4~5주간 지속할 수 있다고 밝히며 군사적 압박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동시에 이란의 새 지도부가 "실용적 파트너임을 증명한다면" 제재 해제도 검토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트럼프는 향후 이란 정부를 이끌 인물에 대해서는 "아주 좋은 세 가지 선택지(인물)가 있다"면서도 "지금은 밝히지 않겠다. 우선 일을 끝내자"고 말했다.

이란은 하메네이 사망 후 3명으로 구성된 임시위원회가 새로운 최고지도자 선출 때까지 국정을 운영하고 있다. 이와 관련, 압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1일 중동 매체 알자지라와의 인터뷰에서 "헌법에 따른 승계 절차가 이미 가동됐다"며 "아마 하루나 이틀 안에 새로운 지도자가 선출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하메네이의 유력한 후계자로 거론되고 있는 라리자니 최고국가안보회의 사무총장이 이란 정부를 이끌 인물로 보느냐는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트럼프는 베네수엘라에서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 부부를 체포·압송한 뒤 정부 구조 자체는 유지했던 사례를 "완벽한 시나리오"라고 평가하며, 이란에도 유사한 접근이 가능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이는 체제 전면 붕괴보다는 지도부 교체 또는 권력 재편을 통한 협상 재개를 염두에 둔 구상으로 읽힌다.

다만 트럼프 참모들 사이에서는 베네수엘라 모델을 이란에 그대로 적용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신중론도 제기되고 있다.

결국 워싱턴의 전략은 단기적으로 군사 압박을 유지하되, 이란 내 권력 재편 과정에서 보다 유화적인 지도부가 등장할 경우 핵 협상과 제재 완화라는 출구를 열어두는 방식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공격은 당장 멈추지 않겠지만, 협상 창은 닫지 않겠다는 메시지다.

알리 라리자니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 사무총장이 2025년 8월 베이루트 레바논의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2025.8.13 ⓒ AFP=뉴스1

shinkir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