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템 노려 총기 강도까지"…'서른 살' 포켓몬 카드 슬픈 광풍

출시 30주년 맞아…수집가치 상승에 강도 범죄 연이어 발생
유명인들 카드 구매 소식이 시장의 과도한 관심 부추기기도

포켓몬 카드 게임을 즐기고 있는 사람들 <자료사진>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이정환 기자 = 출시 30주년을 맞는 인기 게임 프랜차이즈 포켓몬스터의 희귀 트레이딩 카드 가치가 급등하자, 미국에서는 이를 노린 무장 강도 사건이 연이어 벌어지고 있다.

AFP통신은 지난 26일(현지시간) 미국에서 포켓몬 트레이딩 카드가 최근 몇 년 사이 희귀 수집품으로 주목받으면서 "돈벌이에 혈안이 된 범죄자들을 끌어들였다"고 보도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지난 18일 도둑 4명이 캘리포니아주 애너하임의 한 수집품 매장 벽에 구멍을 뚫고 침입해 약 18만 달러(약 2억 4000만 원) 상당의 포켓몬 카드를 훔쳐 달아났다. 상점 주인 두이 팜은 절도 사건을 겪은 뒤 CBS 뉴스 인터뷰에서 "이제 트레이딩 카드와 수집품 세계에서 우리 등 뒤에 커다란 표적이 붙은 셈"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14일에도 미국 뉴욕시의 포켓몬 카드 가게인 '포케 코트'에 정체불명의 남성 3명이 들어와 총기로 직원과 손님들을 위협한 뒤 현금과 포켓몬 카드 등을 훔쳐 달아났다. 경찰은 장당 최대 5500달러에 이르는 고가 포켓몬 카드 등 약 10만 달러의 피해액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했다.

이외에도 일본, 영국, 캐나다, 호주에서도 포켓몬 카드 상점이 도둑들의 습격을 받는 등 강도 피해가 계속되고 있다.

2019년 8월 16일 미국 워싱턴 DC의 워싱턴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2019 포켓몬 월드 챔피언십' 첫날, 초보자 클리닉을 위해 포켓몬 카드들이 분류되어 있다. 2019.08.16. ⓒ AFP=뉴스1

1996년 2월 일본에서 처음 출시된 포켓몬 시리즈는 미국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다. 미국에서 어릴 적 추억의 놀이로 인식되던 포켓몬 카드는 최근 몇 년 사이 일부 희귀 카드가 비싼 값에 팔려나간 사실이 주목받으며 투자 자산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포켓몬 카드는 주기적으로 출시되지만, 발행량이 적거나 독특한 일러스트가 그려져 있는 등 일부 카드는 높은 수집 가치를 인정받는다. 이러한 카드는 시간이 지날수록 재판매 시 가치가 더 높아진다.

지난 16일 세계레슬링엔터테인먼트(WWE) 스타이자 구독자 2290만 명의 유튜버 로건 폴은 자신의 희귀 피카츄 일러스트레이터 카드를 경매에서 1650만 달러(약 236억 원)를 받고 팔아 세계 신기록을 세웠다. 폴은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젊은 세대가 주식과 부동산 같은 전통적인 투자 방식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며 포켓몬 카드 같은 "비전통적 자산"들이 더 뛰어난 투자 성과를 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공인 트레이딩 카드 협회의 설립자 닉 자먼은 포켓몬 카드가 "작은 크기에 비해 가치가 높고, 수요가 광범위하며 지속적일 뿐만 아니라 재판매 생태계가 크다"라고 AFP통신에 전했다.

코리윌리엄스 시펜스버그대 교수는는 팬데믹 당시 많은 사람이 여유 자금과 시간을 갖게 되면서 포켓몬을 다시 접하게 됐고, 이것이 포켓몬 카드 열풍을 일으켰다고 설명했다. 윌리엄스 교수는 카드 제작사가 "특정 카드의 희소성을 인위적으로 높이기 위해 매우 의식적인 결정을 내리고 있다"며 고 뉴욕타임스(NYT)에 전했다.

여기에 유명 인플루언서들의 카드 구매 소식, 기록적인 경매 낙찰 소식이 포켓몬 카드에 대한 시장의 관심을 부채질한다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일부 마니아들은 본래의 수집·교환·오락 목적을 넘어 포켓몬 카드가 투기 자산으로 취급되면서 취미생활의 즐거움이 사라졌다고 토로했다.

포켓몬 분야 인플루언서 그레이스 클리치는 "물건의 가치나 명성을 얻기 위함이 아니라, 이 멋진 프랜차이즈를 진심으로 사랑했기 때문에 시작했던 일이었다"며 최근 포켓몬 카드 가격 급등에 '피로감'을 느껴 수집 활동을 줄였다고 AFP통신에 전했다.

클리치는 "동네 카드 상점이 털리고 사람들이 카드 때문에 총기 위협을 당하는 상황에 이르면, 더 이상 즐겁고 귀여운 일로만 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jwle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