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능키' 잃은 트럼프의 관세 전쟁…'누더기 관세 장벽' 재건은 험로

트럼프 "반미적 판결" 맹비난…15일 제한 '무역법 122조' 즉각 소환
공화당 다수 의회도 122조 연장 '부담'…232조·301조 총동원할 듯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백악관 브리핑품에서 연방대법원의 상호관세 위법 판결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6.2.20. ⓒ 뉴스1 ⓒ AFP=뉴스1

(서울=뉴스1) 최종일 선임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전 세계를 대상으로 부과해 온 상호관세가 위법 판결을 받자, 이를 대신해 15%의 ‘글로벌 관세’를 새로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법적 근거를 국제긴급경제권한법(IEEPA)에서 1974년 무역법 122조로 전환하는 방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미 연방대법원이 수개월의 심리 끝에 내린 결정은 터무니없고 형편없이 작성된 반미적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앞으로 몇 달 안에 법적으로 허용되는 새로운 관세를 결정·시행할 것”이라며 다른 법적 수단도 검토 중임을 시사했다. 다만 각 조항에는 적용 범위와 기간 등의 제한이 있어, 그의 관세 정책이 이전만큼 강력하게 작동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우선, 무역법 122조는 미국 대통령이 "대규모의 심각한" 국제 수지 적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대 15%의 관세를 부과하거나 수입 할당제를 적용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다. 이 조항은 부처 간 협의나 공식 조사 없이 대통령의 판단만으로 발동할 수 있다.

다만, 122조에 따른 조치는 의회가 연장하지 않는 한 150일 후에 자동 종료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7월 말까지는 상호 관세를 다시 유지할 수 있다는 의미다. 중요한 점은 122조 조치는 특정 국가를 겨냥할 수 없고 모든 국가에 균등하게 적용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루 마낙 미 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은 "올해는 중간선거가 예정돼 있어 의회가 트럼프의 관세 권한을 연장할 가능성은 작다"고 봤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122조 조치는 모든 국가에 균등하게 적용돼야 한다면서 "트럼프가 개별 국가와 양자 협상을 벌이면서 관세를 마음대로 조정할 수 없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로이터통신은 "지금까지 무역법 122조를 발동한 대통령은 없었고, 이 조항의 사용은 향후 또 다른 법적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의회가 이 관세를 연장해 줄지에 대해 회의적"이라며 "관세가 물가 상승의 원인이라고 비난하는 미국인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검토할 수 있는 법안으로는 1962년 무역확장법 232조도 있다. 이 법안은 상무 장관의 조사와 권고에 따라 미국의 국가 안보를 위협한다고 판단되는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할 수 있게 한다. '국가 안보'에 대한 정의가 모호해 행정부의 해석 재량이 매우 넓다. 관세율 상한선이 없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각) 연방대법원의 상호관세 위법 판결 하루만에 '글로벌 관세'를 10%에서 15%로 인상하겠다고 전격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꺼내든 무역법 122조는 심각한 국제수지 적자 해소를 위해 대통령이 최대 15%의 관세를 150일간 한시적으로 부과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사진은 22일 경기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에 수출용 차량이 세워진 모습. 2026.2.22 ⓒ 뉴스1 오대일 기자

다만, 이 법안은 특정 산업 부문에 적용되기 때문에 보편 관세를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때 철강과 알루미늄에 이를 적용했고, 백악관 복귀 뒤엔 자동차, 자동차 부품, 대형 트럭, 구리, 목재 등으로 범위를 넓혔다. 이 관세는 모든 국가에 적용되지만 특정 국가나 제품이 면제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사용할 수 있는 또 다른 법은 1974년 무역법 301조다. 대통령 지시에 따라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무역협정 위반이나 불합리·차별적 행위로 미국 상업에 부담을 주는 외국의 행위에 대응할 수 있게 한 법안이다. 통상 1년 이상 걸리는 조사 절차가 필요하며, 4년 후 조치 재검토가 요구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 이 조사들이 5개월 안에 끝날 것이라고 말했는데, 이는 새 글로벌 관세의 한계인 150일 시한을 염두에 둔 것을 보인다. 유럽연합(EU)이나 베트남처럼 과거 301조 조사를 받았던 국가들의 경우, USTR이 과거 증거를 활용해 조사를 신속히 진행할 수도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

특히 301조 조치는 특정 국가를 대상으로 하므로 상호 관세를 대체할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동안 6건의 301조 조사를 시작했으며, 관세로 이어진 조사는 중국을 대상으로 한 사례뿐이었다. 이미 존재하는 중국 관세 대부분이 301조에 근거해 있기 때문에, IEEPA 관세 상실은 중국 관세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이밖에 1930년 관세법 338조는 미국 무역을 불합리하게 차별하는 국가의 수입품에 대해 최대 50%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대통령에게 권한을 부여한다. ‘차별이 존재한다’는 사실 판단만으로 조치가 가능하며, 공식 조사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다만, 관세법 338조는 실제로는 발동 사례가 거의 없고, 적용 기준과 절차가 모호해 현대 무역정책에서는 사실상 사용되지 않는 조항으로 평가된다. 이 조항을 사용할 경우 법적 소송에 휘말릴 가능성이 무척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이다.

마낙 미 외교협회 선임연구원은 "대법원의 판결로 트럼프는 가장 강력한 도구 하나를 잃었다"며 "IEEPA처럼 모든 것을 한 번에 해결할 '만능 도구'는 없기 때문에, 트럼프는 이제 누더기(patchwork)처럼 관세 장벽을 재건해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관세 정책에 대한 낮은 여론과 이번 대법원 판결이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정책을 조정할 여지를 줄 수 있다고도 봤다. 그는 "무역 협상 목표는 반드시 관세에 의존하지 않고도 달성 가능하며, 미국의 무역 상대국들은 이미 협상에 협력할 의사를 보여 왔다. IEEPA에 근거한 관세가 사라지더라도 다른 무역 약속과 투자, 규제 협력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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