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플랜B 가동했지만 한계 뚜렷, 관세 폭탄 무뎌질 수밖에

워싱턴DC 소재 미국 연방 대법원 ⓒ 로이터=뉴스1
워싱턴DC 소재 미국 연방 대법원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박형기 기자 = 지난 20일 미국 연방 대법원이 트럼프 대통령의 국제경제비상권한법(IEEPA)에 근거한 관세를 불법이라고 최종 판결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즉각 새로운 무역법을 동원, ‘플랜B’로 맞서고 있다.

그러나 플랜B는 시간적 제약과 절차가 복잡해 과거처럼 광범위하고 즉각적인 효과를 내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이에 따라 트럼프가 그동안 ‘전가의 보도’처럼 휘둘렀던 관세 폭탄의 효능이 크게 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블룸버그통신은 트럼프가 사용할 플랜B가 범위가 제한적이고, 절차적 복잡성으로 시행 속도가 매우 더딜 것이라고 전망했다.

트럼프는 대법원판결 직후인 지난 20일 기존 관세를 대체할 방안으로 무역법 122조를 발동, 전 세계 수입품에 10%의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고, 이튿날 이를 15%로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백악관 브리핑품에서 연방대법원의 상호관세 위법 판결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6.2.20. ⓒ 뉴스1 ⓒ AFP=뉴스1

122조는 심각한 국제수지 적자 시 대통령이 단독으로 발동할 수 있는 조항이다. 그러나 세율은 최대 15%, 적용 기간은 최장 150일이다.

이후 연장하려면 의회 승인이 필요하다. 그런데 현재 의회는 공화당이 겨우 과반을 차지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민주당은 물론, 일부 공화당 의원도 트럼프 무역 정책에 반발하고 있어 의회 통과가 쉽지 않아 보인다.

트럼프가 들고 나올 다음 카드는 무역법 301조다. 무역법 301조는 외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에 대응해 미국무역대표부(USTR)의 조사 후 대통령이 관세·수입제한 등 보복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한 권한이다.

무역법 301~309조를 포괄해 1988년 종합 무역법으로 강화돼 ‘슈퍼 301조’로 불린다. 슈퍼 301조는 그동안 무역 분쟁에서 미국 정부의 ‘전가의 보도’였다.

트럼프는 일단 무역법 122조를 발동, 15%의 글로벌 관세를 부여한 뒤 무역법 301조를 본격 가동해 관세를 장기적으로 부과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문제는 시간이다. 슈퍼 301조는 상대국과 협의, 연방 관보 공시, 공청회 등을 의무화하고 있다. 만약 절차상 하자가 있으면 이후 소송에서 질 수 있다.

과거 중국, 유럽연합(EU) 등을 상대로 한 슈퍼 301조 조사도 실제 관세 부과까지 6개월에서 1년 이상이 소요됐다.

이번에는 전 세계 주요국을 동시에 다뤄야 한다. 조사를 담당할 USTR의 인력을 고려할 때 150일 안에 실질적 조치를 마무리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보인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 2025.10.30 ⓒ 로이터=뉴스1

이외에 트럼프가 사용할 수 있는 조치는 무역확장법 232조, 무역법 201조, 관세법 338조 등이다.

무역확장법 232조는 특정 수입품이 국가안보에 위협이 되는지를 상무부가 조사한 뒤 대통령이 조치를 취한다. 법정 조사 기간만 최대 270일에 이르며, 적용 대상도 철강·알루미늄처럼 특정 품목에 한정된다.

무역법 201조는 수입 급증으로 인한 국내 산업의 피해를 막기 위한 긴급수입제한조치다. 독립 기관인 국제무역위원회(ITC)의 조사와 공청회를 거쳐 직접적인 산업 피해를 입증해야 하는 등 발동 요건이 매우 까다롭다.

관세법 338조는 1930년대 제정된 조항으로, 미국 상품을 차별하는 국가에 최대 50%까지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적용 사례가 거의 없어 사실상 사문화된 조항이다. 트럼프가 이 조항을 사용한다면 법적 문제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이미 민주당 하원의원들은 지난해 3월 트럼프의 338조 활용 가능성을 경계하며 이 조항 폐지를 위한 결의안을 채택했었다.

이처럼 플랜B는 절차가 복잡하고 포괄적이지 못해 IEEPA를 이용했을 때보다 즉각적이고 전면적인 효과를 내지 못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트럼프의 관세 폭탄이 무뎌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sinopar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