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위법'에 물러서지 않는 트럼프…"협정 지켜라" 韓 등 압박
122조 10% 할증 관세 도입, 232·301 등 관세 수단 총동원
美전문가 "李대통령, 투자 합의 재검토 압력 직면 가능성"
- 류정민 특파원, 이창규 기자, 서미선 기자, 금준혁 기자
(워싱턴·서울=뉴스1) 류정민 특파원 이창규 서미선 금준혁 기자 = 미국 백악관은 20일(현지시간) 연방대법원의 상호 관세 위법 판결에도 불구, "무역 협정을 파트너들이 이행할 것을 기대한다"며 한국 등 무역 상대국을 압박했다.
백악관은 이날 발표한 설명자료(Fact Sheet)를 통해 "미국은 법적 구속력이 있는 상호 무역 협정을 계속해서 준수할 것"이라면서 이같이 밝혔다.
IEEPA에 근거해 각국에 부과했던 상호 관세를 인하하는 대신 대미 투자 확대를 약속받는 방식의 무역 합의를 유럽연합(EU), 한국, 일본 등과 체결한 바 있다. 한국의 경우 IEEPA를 근거로 부과한 상호관세 25%를 15%로 낮추는 대신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하는 협정을 체결했다.
한미 양국은 지난해 11월 트럼프 대통령과 이재명 대통령 간 이같은 합의 내용을 담은 공동 설명자료를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이날 미 대법원은 관세도 세금이고, 이는 곧 의회의 과세 권한을 대통령이 침범한 것으로 보고 IEEPA에 근거해 부과한 상호 관세와 펜타닐 관세가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이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핵심 관세 정책의 법적 근거가 붕괴함은 물론 이를 토대로 각국과 맺은 무역 협정의 기반도 뿌리째 흔드는 사안이다.
백악관의 이같은 팩트시트를 통한 언급은 무역 협정 자체를 각국이 문제 삼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우려를 고스란히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날 트럼프 행정부는 각국에 무역 협정 이행을 촉구하는 한편, 대안인 '플랜B'를 즉각 가동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법 판결에 따라 각국에 부과했던 상호관세를 철회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는 대신, 무역법 122조에 따라 대부분의 수입품에 대해 150일 동안 10% 할증 관세를 부과하는 포고문에 서명했다. 또 소액 해외직구 물품에도 10% 할증 관세를 적용하도록 했다.
트럼프는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오늘 대법원의 판결에 강력히 반대하지만, 이 판결이 향후 대통령의 관세 부과 권한을 크게 제한하지 않을 수도 있다"면서 "수많은 다른 연방법들이 대통령에게 관세를 부과할 권한을 부여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해당 대안으로 자동차, 철강 등 품목 관세의 근거인 1962년 무역확장법 232조를 비롯해 이번에 10% 할증 관세 부과의 근거로 삼은 1974년 무역법 122조, 201조, 301조, 1930년 관세법 338조 등을 열거했다. 한시적이지만 상호관세를 일정 부분 대체할 무역법 122조를 우선 활용하되, 모든 관세 수단을 총동원하겠다는 전략인 것으로 풀이된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이날 폭스뉴스의 '윌 케인 쇼'에 출연, 기존 무역 합의가 어떻게 되느냐는 질문에 "우리는 232와 301로 관세로 이동할 수 있다"면서 "따라서 난 모두가 합의를 지킬 것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답했다.
미국은 무역법 301조에 따른 조사도 실시하겠다면서 상대국을 압박하는 전략도 동시에 펴고 있다.
무역법 301조는 외국 정부의 부당하거나 불합리한 차별적인 정책, 관행 등에 대응해 관세를 부과할 권한을 미 행정부에 부여한다. 한국의 경우 미국 디지털 기술 기업에 대한 차별을 문제 삼을 가능성이 높다.
미국 정부는 최근 국회에서 발의된 온라인 플랫폼 관련 법안과 최근 제정된 허위조작정보근절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 등에 대해 미국 기업을 차별하는 조치라는 주장을 해왔다.
이번 위법 판결과 관계없이 한국 국회는 일정대로 대미투자특별법 심사를 진행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국회 대미투자특위 위원장인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은 예정대로 오는 24일 입법 공청회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고, 특위 간사인 정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뉴스1>과의 통화에서 "심사 일정은 (여야 간) 합의가 돼 있는 것"이라며 "한미 간 투자 합의가 취소되지 않는 한 이행해야 하므로 국회 차원에서는 법을 빨리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 합의대로 오는 24일 전체 회의를 통해 입법공청회를 진행하고, 내달 5일 본회의에서 특별법을 처리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청와대는 이날 "정부는 미 연방대법원 판결 내용 및 미국 정부 입장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 국익에 가장 부합한 방향으로 향후 대응계획을 검토해 나갈 예정"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빅터차 한국석좌는 이번 판결과 관련해 "이재명 대통령은 협정을 무효화하라는 국내 압력에 직면할 수 있으며, 야당의 재협상 요구와 여당 강경 지지층의 투자 규모 축소 요구에 직면할 수 있다"면서 "협정에서 후퇴할 경우 조선 및 핵잠수함 등 협정의 다른 중요한 요소들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
ryupd0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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