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로 제조업 살린다 했지만…美상품 무역적자 '사상 최대'

서비스 덕에 2025년 무역적자 소폭 감소…상품 무역적자는 확대
대중 무역적자 줄었지만 베트남 등 다른 국가와의 적자폭 커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30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 웨스트미플린에 위치한 US스틸 어빈제철소를 방문해 공장을 둘러보고 있다. 2025..5.31 ⓒ AFP=뉴스1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고율 관세를 통해 미국의 수입을 줄이고 제조업을 되살리겠다고 공언했던 것과 달리 지난해 상품 무역적자가 사상 최대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관세 정책이 제조업 회복이 아닌 단순히 무역 관계를 재편한 것에 그친 거 아니냐는 평가로 이어졌다.

1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기업들은 관세를 피하기 위해 공급망을 재편하고 주문을 우회했지만, 생산을 미국으로 대거 이전하지는 않았다. 인공지능 데이터센터용 반도체나 외국산 의약품 수요는 오히려 늘어 교역은 여전히 활발했다. 전체 무역적자는 서비스 분야 흑자 덕분에 소폭 줄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집중해 온 상품 무역적자는 수입 증가 때문에 확대됐다.

정부 자료에 따르면 전체 상품 및 서비스 수입은 2025년 4.7% 증가한 약 4조 3000억 달러에 달했고, 수출은 6.2% 증가한 약 3조 4000억 달러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무역적자는 대략 9010억 달러로, 2024년의 9030억 달러에서 소폭 감소했다. 무역적자는 연말에 급격히 증가해 12월에 32.6% 늘었는데, 막판에 수입이 증가하고 수출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상품만 따로 떼어 살펴보면 지난해 상품 수입은 전년 대비 약 4% 증가한 약 3조4400억 달러, 상품 수출은 약 2조2000억 달러였다. 상품 무역적자는 1조2410억 달러로 2014년의 1조2150억 달러에서 확대, 사상 최대치가 됐다.

대중국 수입은 30% 가까이 줄며 2009년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대중국 수출도 비슷하게 감소했지만 그래도 중국과의 무역적자는 20여 년 만에 최소치로 줄었다. 대신 베트남, 인도, 멕시코 등 다른 국가와 적자는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의 수석 경제학자인 버나드 야로스는 "트럼프의 무역 정책이 장기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아직 판단하기 이르다"고 말했다. 트럼프의 관세 부과 직전 수입업자들이 대규모로 들여온 물품의 재고가 바닥난 후 수입이 어떻게 될지 봐야 한다는 것이다. 예일 예산연구소의 계산에 따르면 1월 기준 평균 관세율은 16.9%로 1932년 이후 최고 수준에 달했다.

경제학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적자 축소 집착에 회의적이다. 무역적자는 다양한 요인으로 줄거나 늘 수 있으며, 반드시 경제 회복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브래드 세처 미국 외교협회(CFR)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가 다른 아시아 국가 제품보다 특별히 높지 않아 기업들이 공급망을 완전히 중국 밖으로 옮길지는 불확실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일부 중국 기업은 동남아에 공장을 세워 우회 수출을 하며, 중국산 부품이 여전히 미국 시장에 들어오고 있다. 중국의 대미 무역흑자는 줄었지만, 다른 지역으로의 다각화 덕분에 세계 전체와의 무역흑자는 오히려 급증했다.

관세는 미국 소비자 물가 상승을 초래했지만, 다만 그 폭은 일부 경제학자들이 당초 우려했던 것보다 작았다. 뉴욕 연방준비은행 연구에 따르면 관세 부담은 약 90% 미국 기업과 소비자가 떠안았다.

농업 분야는 큰 타격을 입었다. 대두 수출은 중국의 보복으로 급감해 2025년 미국 농가의 대두 수출액은 175억 달러로 전년 대비 크게 줄었다. 중국은 브라질 등 다른 국가에서 대두를 수입하며 미국산을 사실상 보이콧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손해를 입은 농가에 120억 달러의 지원금을 지급했지만, 장기적으로 관세 정책이 농업 회복으로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

한편, 전자제품과 반도체, 의약품은 관세 대상에서 제외돼 아시아와 유럽으로부터의 수입이 계속 증가했다. 이는 무역적자 확대 요인으로 작용했다. 트럼프 행정부 관세의 합법성은 곧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어, 향후 정책 변화 가능성도 남아 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은 미국 경제를 수입 의존에서 벗어나게 하기보다는 공급망을 재편하고 무역 상대국을 바꾸는 효과에 그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무역적자 축소와 제조업 부활이라는 목표가 실현될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고 밝혔다.

ky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