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고비 손님 붙잡아라"…'대용량 천국' 美식당들 사이즈 축소

요식업계, 5개월 연속 방문객·매출 둔화세 '골머리'
가격·양 줄인 메뉴 잇따라 선봬…원가 상승에도 대응

KFC의 치킨 버켓. 2017.04.06.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윤다정 기자 = 어마어마한 양의 '슈퍼 사이즈'로 대표되던 미국 요식업계가 음식 제공량을 줄여 나가고 있다. 위고비와 마운자로 등 '글루카콘 유사 펩타이드-1'(GLP-1) 계열의 비만 치료제 사용 보편화와 식자재·에너지 가격, 인건비 상승이 맞물리면서다.

18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 전역에 200개 매장을 운영하는 아시아 퓨전 음식 체인 피에프창(PF Chang's)은 지난해 메인 요리 '미디엄'(중간) 분량을 도입했다.

수프와 샐러드, 빵을 무제한 리필 제공하는 것으로 유명한 이탈리안 레스토랑 체인 올리브가든은 지난달 미국 내 900개 매장에서 기존 메뉴 7가지를 더 적은 분량으로 담은 새로운 메뉴를 선보였다.

해산물 요리 체인 앵그리크랩쉑은 대구튀김, 치즈버거, 랍스터 롤 튀김, 감자튀김을 작은 바구니에 담은 점심 메뉴를 지난해 새로 내놨다.

뉴욕의 고급 이탈리안 레스토랑 투치는 비만 치료제 사용자들을 겨냥해 음식의 양과 가격을 3분의 1로 줄인 '오젬픽 메뉴'를 도입했다.

창립자 맥스 투치는 "비만 치료제를 권장하려는 것이 아니라 고객이 자신에게 맞는 것을 결정하도록 하려는 것"이라며 "식욕이 억제된 상태에서 고객이 부담감을 느끼거나 음식을 낭비했다고 느끼며 떠나는 일을 원하지 않는다"고 도입 배경을 설명했다.

KFC, 피자헛, 타코벨 등을 소유한 프랜차이즈 운영사 얌브랜즈도 KFC가 미국 내 4000개 매장에서 제품 분량을 조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본래 미국 식품업계를 상징하는 키워드는 '슈퍼 사이즈', '대용량'이었다. 제2차 세계대전 전후 산업화와 옥수수·밀·설탕·육류·기름 가격 하락으로 20세기 내내 음식 분량을 늘려 왔기 때문이다.

국제 학술지 '푸즈'(Foods)에 2024년 게재된 연구에 따르면 미국인이 소비하는 음식량은 프랑스보다 보통 13%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비만 치료제 사용의 보편화와 생활비 부담으로 외식 수요가 줄면서 요식업계는 활로를 찾아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싱크탱크 랜드에 따르면 비만 치료제를 사용하는 미국인의 비율은 약 12%에 달한다. 모닝컨설트 연구에 따르면 치료제 사용자들이 집밥을 먹을 가능성이 높고, 외식 시 주문량도 더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미국인의 식탁을 책임지는 소고기 가격을 비롯해 각종 식자재 가격이 고공행진 중인 데다, 에너지 가격과 인건비도 지속 상승하면서 업계에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로 시장조사업체 블랙박스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요식업계는 5개월 연속 방문객 수와 매출 증가세 둔화를 겪고 있다.

이와 관련해 라보뱅크 소비자식품 애널리스트 JP 프로사르는 "가장 분명한 해답은 분량을 줄이는 것으로, 이는 가격을 더 저렴하게 만들고 고객을 다시 불러올 수 있으며 동시에 GLP-1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고 짚었다.

mau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