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엔 패권, 국민에겐 재앙?"…트럼프 AI 가속에 민심 '급브레이크'

美국민 50% "AI 도입에 기대보다 불안 더 커"…전기료 급등·일자리 대체 반발
美여야 정치권 'AI 위험론' 등장…빅테크, 친AI여론 조성 '총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내각 회의에서 루이지애나에 건립을 추진하는 메타의 새 데이터 센터를 뉴욕 맨해튼에 겹치게 한 이미지를 들고 규모를 설명하고 있다. 2025.08.26. ⓒ AFP=뉴스1

(서울=뉴스1) 이정환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인공지능(AI) 경쟁이 "21세기를 정의할 싸움"이라고 규정하며 전폭적인 빅테크(거대 기술기업) 지원에 나서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취임 후 페이팔 창업자 출신 데이비드 색스 등 IT업계 인사를 등용하고, AI 산업 육성을 위한 투자 계획을 발표하는 한편, AI 안전 관련 규제는 대거 철폐했다.

정작 미국 사회에서는 급속도로 발전하는 AI가 이끌 경제적·사회적 변화에 대중들의 불안감이 고조되는 상황이다. 여야 정치권에서도 AI 규제 목소리가 등장하면서 오는 11월 중간선거의 최대 변수로 부상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AI 인프라' 데이터센터 '우후죽순' 건설에…"전기료 인상 주범"
미국 버지니아주 소재 아마존 데이터센터의 모습 ⓒ 로이터=뉴스1

먼저 AI 모델 구동을 위한 핵심 인프라로 꼽히는 데이터센터 건설 과정에서 잡음이 발생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취임 초 오픈AI, 오라클 등 빅테크가 참가하는 5000억 달러(약 718조 5000억 원) 규모 AI 인프라 투자 프로젝트를 발표하고 미국 전역에서 데이터센터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인근 지역에서는 데이터센터가 '혐오 시설'로 낙인찍히며 지역 주민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이들은 데이터센터가 지역 경제에 기여하는 대신 막대한 물과 전력을 소비하면서 공공요금 폭등을 일으키는 주범이 되고 있다고 비판한다.

미국 각지에서는 건설 반대 시위가 거세지고 있다. 연구기관 '10a Labs'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4~6월 미전역에서 980억 달러 규모 데이터 센터 프로젝트 20건이 지역 주민들의 반대로 좌초됐다. 지난해 11월 버지니아·뉴저지 주지사 선거에서도 공공요금 문제가 쟁점이 돼 데이터센터 업체들에 전력 인프라 개선 비용을 부담시키는 공약을 내세운 민주당 소속 후보들이 당선됐다.

트럼프는 "AI 패권" 강조…美국민은 "내 일자리 뺏긴다"
2025년 7월 29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의 한 전봇대에 'AI를 멈추라'는 표지판이 걸려 있다. 2025.07.29. ⓒ 로이터=뉴스1

각종 여론조사에서 미국 대중들은 AI 발전이 사회 전반에 확산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의 정서가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AI가 사무직 노동자를 중심으로 일자리를 대체할 것이라는 전망이 잇달아 제기되면서 불안감은 점점 고조되고 있다.

지난해 8월 로이터통신·입소스 조사에서는 71%의 응답자들이 AI가 "너무 많은 사람을 영구적으로 실직시킬 것"이라고 우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0월 퓨리서치센터 조사에서는 미국인 50%가 일상생활에서 AI 사용이 증가하는 것에 대해 '기대감보다 우려가 크다"고 답해 "기대감이 더 크다"고 답한 10%를 크게 앞섰다.

대럴 웨스트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주식시장이 호황을 누리고 있더라도 실업률이 상승하고 인공지능이 일자리를 빼앗아 간다면 일반 미국인에게는 좋은 일이 아니다"라고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전했다.

AI에 대한 업계의 낙관론과 대중의 비관론이 엇갈리면서, 빅테크가 시민들에게 AI 개발의 이점을 제대로 납득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벤처 투자자 세바스찬 칼리리는 지난해 12월 소셜미디어 엑스(X)에서 "사람들은 집을 살 여력이 없고 의료비 때문에 파산할 지경인데, 중국과의 경쟁 따위에 신경 쓸 겨를이 없다"며 "AI가 미국에 어떻게 이로운지에 대한 더 설득력 있는 서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AI 규제 놓고 美 정치권도 분열 조짐…'억만장자 배불리기 vs 혁신 방해'
버니 샌더스 무소속 버몬트주 상원의원 ⓒ AFP=뉴스1

중간선거를 앞두고 AI에 대한 대중적 불안감이 고조되자, 빅테크의 영향력이 강한 미국 정치권에서도 "무분별한 AI 개발을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등장하고 있다.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버몬트)은 지난해 12월 CNN에 출연해 "기술은 인간의 삶을 개선하는 것이어야지, 머스크, 저커버그, 베이조스를 지금보다 더 부유하게 만드는 것이 돼서는 안 된다"며 데이터 센터 개발을 일시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크 켈리 상원의원(민주·애리조나)은 AI 기업에 새로운 세금을 부과해 얻은 수익금을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을 재교육하는 데 사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공화당 진영에서도 AI 규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백인 노동자가 주축이 된 마가(MAGA)를 비롯한 공화당 인사들은 지난해 12월 트럼프 대통령이 주 정부의 AI 규제 권한을 제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것을 두고 '빅테크 기부자들에게 굴복했다"고 비판했다.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는 지난달 12일 "플로리다 주민들이 현재 진행 중인 AI 혁명으로 인해 희생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주 정부의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디샌티스 주지사는 플로리다 내 데이터센터 건설 반대 등의 의제를 내세우면서 공화당 내 대표적 AI 규제론자로 떠올랐다.

실리콘밸리는 미국 여론의 변화를 감지하고 AI 논의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지난해 8월에는 조 론스데일 팔란티어 공동창업자 등 빅테크 인사가 주도해 친(親)AI 성향 양당 정치인을 지원하는 슈퍼팩(정치활동위원회) '리딩더퓨처'가 출범했다.

이들은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AI 개발을 지지하는 정치인들을 지원하는 한편, 반대 정치인들을 겨냥해 "혁신을 저해한다"며 공격을 가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러한 행보를 두고 "전국의 현직 의원들과 후보들에게 테크 산업에 반대하는 것이 당선 가능성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레베카 리스너 미국외교협회 선임연구원은 시사주간지 타임에서 "기업들이 AI를 더욱 공격적으로 도입하게 될 경우 일자리 감소는 미래의 정치 쟁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미국은 머지않아 AI에 대한 본격적인 포퓰리즘적 반발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jwle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