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고위관료, 中 비밀 핵실험 정황으로 카자흐 관측소 자료 제시

국무부 차관보 "로프노르 인근 규모 2.75 폭발 관측, 채굴·지진과 달라"
2020년 6월 中핵실험 거듭 주장, CTBTO "핵실험 폭발 수준에 못 미쳐"

크리스토퍼 야우 미국 국무부 차관보(사진 오른쪽)가 17일(현지시간) 워싱턴DC 허드슨연구소에서 열린 행사에서 중국의 2020년 비밀핵실험 의혹에 대해 말하고 있다.(허드슨연구소 방송 캡처, 재판매 및 DB금지) ⓒ 뉴스1 류정민 특파원

(워싱턴=뉴스1) 류정민 특파원 = 미국 국무부 고위 당국자가 중국의 2020년 지하 핵실험 의혹의 구체적인 근거로 관련해 카자흐스탄 지진 관측 자료를 제시했다.

크리스토퍼 야우(Christopher Yeaw) 미국 국무부 군비통제 및 비확산국 차관보는 17일(현지시간) 워싱턴DC의 보수성향 싱크탱크인 허드슨연구소가 주최한 행사에서 "카자흐스탄 마칸치의 지진 관측소가 2020년 6월 22일 오전 9시 18분(UTC 기준) 중국 서부 로프노르 핵시험장에서 약 720km 떨어진 지점에서 규모 2.75의 폭발 신호를 감지했다"라고 밝혔다.

야우 차관보는 "추가 데이터를 검토한 결과 이것이 폭발이 아닌 다른 것일 가능성은 매우 낮다"면서 "채굴 폭발이나 지진과도 일치하지 않는, 핵폭발 시험에서 예상되는 유형의 신호"라고 주장했다.

그는 중국이 충격파 규모를 줄이기 위해 대형 지하 공간에서 핵장치를 폭발시켜 지진감지 효과를 떨어트리는 '디커플링' 방식으로 실험을 은폐했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이번 야우 차관보의 언급에 앞선 지난 6일 토마스 디나노(Thomas Dinanno) 미 국무부 군비통제 및 국제안보 담당 차관은 스위스 제네바 군축회의에서 중국이 비밀 핵실험을 실시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당시 디나노 차관은 해당 핵실험을 지적하면서 구체적인 증거는 제시하지 않았는데, 이번에 야우 차관보가 카자흐스탄 지진 관측소 감지 자료를 근거로 든 것이다.

이에 대해 로버트 플로이드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기구(CTBTO) 사무총장은 이날 성명을 내고 "모니터링 시스템은 TNT 약 500톤 이상의 위력을 가진 핵실험 폭발과 일치하는 활동을 식별할 수 있다"면서 "이 두 활동은 그 수준에 훨씬 못 미쳤다. 따라서 이 데이터만으로 원인을 확신할 수 없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중국은 지난 6일 디나노 차관이 처음 해당 핵실험 의혹을 제기했을 때 "미국이 핵실험 재개 구실을 만들려 한다"며 반발하는 등 핵실험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중국은 1996년 핵실험 금지 조약에 서명했지만 아직 비준하지 않았으며, 마지막 공식 지하 핵실험도 같은 해 실시했다고 주장한다.

이번 논란은 미중 간 핵 군비 경쟁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제기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달 5일 만료된 미·러 전략핵무기 제한 협정(New START)을 대체할 새로운 핵 군축 협상에 중국도 참여할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중국은 자국 핵전력이 미국과 러시아보다 훨씬 적다며 이를 거부하고 있다.

미 국방부는 중국이 현재 600기 이상의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으며 전략 핵전력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 2030년까지 핵탄두 수가 1000기를 넘을 것으로 전망한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주미중국대사관에 야우 차관보의 주장에 대한 논평을 요청했지만, 즉시 응답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ryupd0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