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생산성, 기업·자본가 독식 위험…美노동소득 분배율 '역대 최저'
로이터 "AI 효율성, 임금 인상보다 고용 감축 수단 활용 우려"
- 신기림 기자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미국에서 인공지능(AI) 확산이 생산성을 끌어올리더라도 과실이 임금 상승으로 이어지기보다 기업과 자본 소유자에게 집중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미국의 노동 소득이 국민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지만 AI 생산성이 노동자의 몫을 회복시킬 것이라는 기대는 제한적일 수 있다는 진단이다.
11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칼럼니스트 제이미 맥기버는 미국 노동소득 분배율(labor’s share of national income)이 53.8%로 낮아져 통계 작성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맥기버는 AI 붐으로 발생할 비용 절감과 효율성 향상의 혜택이 임금보다 기업과 주주에게 더 많이 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맥기버는 노동소득 비중 하락이 소비 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소비는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약 70%를 차지한다는 점에서 전체 파이가 줄어들 수 있다는 의미다.
단기적으로는 미국의 자산 가격 상승이 가계 순자산을 키우면서 소비를 지탱한 측면이 있다. 기업 채용이 둔화해 실업률이 4년 만의 최고 수준으로 높아졌지만 높은 자산가격으로 인해 소비가 크게 꺾이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저축을 줄여 소비를 유지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고 맥기버는 지적했다. 미국의 개인저축률은 3.5%로 3년여 만의 최저치라고 그는 언급했다. 고소득층이 소비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하위 소득층의 지출 여력이 제약될 수 있다.
정치·사회적 파장도 변수로 꼽힌다. 맥기버는 "노동 임금이 더 줄어들 경우 생활비(affordability) 문제를 둘러싼 사회적 긴장이 커질 수 있다"고 봤다. 도이체방크의 짐 리드는 "거시 지표가 좋아 보이더라도 상당수 국민이 혜택을 체감하지 못한다면, 이는 정치적으로 큰 도전이며 향후 선거 주기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맥기버는 노동 소득의 하락이 장기 추세라고 지적했다. 경제정책연구소(EPI) 분석에 따르면 1980년부터 2025년까지 생산성은 90% 이상 증가했지만 시간당 임금은 33% 상승하는 데 그쳤다. 생산성이 임금보다 약 2.7배 빠르게 증가한 셈이다.
이 같은 추세의 배경으로는 노동자의 교섭력 약화, 기술 변화, 세계화 등이 거론됐다. 세계화의 동력은 약해지고 있지만 노동 소득 감소를 되돌릴 정도는 아니라고 맥기버는 평가했다. 원격근무 확산과 파트타임·프리랜서·계약직 증가로 노동시장이 파편화되면서 노조 조직률 반등 가능성도 크지 않다는 점이 언급됐다.
물론 AI가 실질소득을 개선할 가능성도 제시된다. 맥기버는 세계적 채권펀드 핌코의 티파니 와일딩을 인용해 AI가 헬스케어와 기업 서비스 등에서 가격을 낮춰, 명목임금이 크게 오르지 않더라도 실질소득을 끌어올릴 수 있다고 전했다.
반면 자본집약적 투자를 촉진하는 정책 환경이 조성될 경우 기업이 인력 감축과 노동비용 절감에 초점을 맞춘 기술 투자로 방향을 잡을 수 있다는 시나리오도 거론됐다.
맥기버는 아마존 등 일부 대기업의 대규모 감원과 동시에 소수의 대형 기술 기업들이 올해 AI에 약 6500억 달러를 투입하겠다고 밝힌 점을 함께 언급했다. 다만 이러한 감원이 AI와 직접적으로 얼마나 관련 있는지는 불분명하다고 그는 덧붙였다.
와일딩은 "AI는 도입 방식에 따라 노동을 대체할 수도, 보완할 수도 있다"며 "이를 뒷받침하는 제도가 없다면 생산성에서 나오는 이익의 상당 부분이 자본 소유자에게 돌아가 노동 소득의 하락 추세를 강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AI 주도 경제가 만들어낸 재화와 서비스 수요를 소비할 여력이 크게 약해질 수 있다고 맥기버는 지적했다.
shinkir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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