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걸어온 男 안경에 몰카가…스마트글라스 영상 SNS 게시 기승

SNS 조회수 위해 여성 '번따' 영상 동의없이 촬영…"사생활 침해" 우려

메타의 2세대 레이밴 스마트글라스(특정 기사 내용과는 무관한 자료사진) ⓒ AFP=뉴스1

(서울=뉴스1) 이정환 기자 = 최근 여성을 유혹하는 영상을 당사자의 동의 없이 스마트글라스로 촬영해 소셜미디어에 게시하는 '맨플루언서'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9일(현지시간) 미국 CNN에 따르면 틱톡,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에서는 남성이 공공장소에 있는 여성에게 다가가 말을 걸거나 번호를 물어보는 '리즈'(rizz) 영상을 올리는 사용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남성 시청자를 겨냥한 콘텐츠를 제작하는 일부 맨플루언서은 여성들을 유혹하는 데 성공하는 영상을 소셜미디어에 게시해 관심을 끈다.

이 과정에서 스마트글라스로 당사자의 동의 없이 영상을 촬영하는 경우도 빈번해지고 있다. 이들이 촬영한 영상은 소셜미디어에서 때때로 조회수 수백만에서 수천만 회를 기록하며, 촬영된 여성을 겨냥한 혐오성 댓글이 달려 문제가 되고 있다.

톨루와는 워싱턴 DC의 공항 라운지에서 낯선 남성과 대화를 나눈 뒤 번호를 교환하기로 했다. 귀가 후 소셜미디어에서 그의 계정을 검색하자, 톨루와는 그가 스마트글라스를 이용해 공항에서 여성들을 유혹하는 수많은 영상을 게시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후 남성은 게시 동의를 받으려고 설득했지만, 톨루와가 명확히 동의하지 않았음에도 소셜미디어에 영상을 올렸다.

톨루와는 "영상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며 "워싱턴 DC의 대형 광장 유니언 마켓에서 누군가 얼굴 앞에 영상을 들이밀며 '이게 당신이냐'고 묻기도 했다"고 CNN에 전했다.

또 다른 피해자 매닉 뮤즈는 텍사스주의 한 식료품점에서 안경을 쓴 한 남성과 번호를 교환했지만, 곧 남성이 자신을 스마트글라스로 몰래 녹화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뮤즈는 "메시지를 보내 온라인에 나를 올리지 말아 달라고 말했지만,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며 "다음 날 아침 영상이 동의 없이 게시돼 있었다"고 CNN에 전했다. 이어 뮤즈는 "너무나 치욕적이다. 비밀 촬영에도, 수천만 명의 낯선 이들을 위한 콘텐츠가 되는 것에도 동의한 적이 없다"고 분개했다.

스마트글라스엔 녹화 중임을 나타내기 위해 측면에 깜빡이는 불빛이 있지만, 이는 온라인에서 판매되는 LED 빛 차단 스티커로 가려질 수 있다. CNN과 인터뷰한 여성들은 누구도 대화 중에 안경에서 깜빡이는 불빛을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영국과 미국 등 일부 국가의 법률은 예외 상황을 제외하면 일반적으로 공공장소에서 동의 없이 사람들을 촬영하는 것을 허용한다. 다만 영국에서는 공공장소 촬영 영상을 상업적 목적으로 온라인에 올릴 경우, 데이터 보호법과 사생활 보호법이 적용될 수 있다.

이러한 영상들은 사생활 침해이자 여성을 공개적으로 모욕하는 행위라는 비판을 받는다.

호주 모나쉬 대학의 교육·문화·사회학 강사인 스테파니 웨스코트는 온라인 영상에서 여성이 "전리품, 상품, 보상"으로 취급되고 있다며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신체적 자율성을 상실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jwle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