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 다큐 위축 속 '멜라니아' 흥행…"아마존, 마가 비위 맞추기"

개봉 첫주말 100억원 수익…판권 4000만·마케팅 3500만달러 투입
보수 다큐멘터리 흥행 성공 이어가…"진보 다큐 기피 심화 우려"

2026년 1월30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컬버시티에 걸린 다큐멘터리 '멜라니아'의 홍보판. 활동가 예술 집단 ‘인디클라인(INDECLINE)’이 멜라니아 밑에 불타는 미국 국기 그래피티를 그려넣었다. 2026.01.30.ⓒ AFP=뉴스1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아마존 MGM 스튜디오가 제작한 다큐멘터리 영화 '멜라니아'가 개봉 첫 주말 700만 달러(약 100억 원) 흥행을 기록했지만, 이 작품의 성공으로 진보적인 다큐멘터리의 제작 기피가 더욱 심화할 것이라고 한 매체가 내다봤다. 멜라니아는 주말 북미 박스오피스에서 최근 10여년간 음악 다큐를 제외한 작품 중 가장 높은 오프닝 성적을 거뒀다.

3일(현지시간) 미국의 영화·TV 전문 온라인 매체 인디와이어는 이 작품에 대해 "애초에 다큐멘터리라고 할 수도 없다"면서 "오히려 이 영화는 수백만 달러의 음악 저작권료를 쏟아부은, 화려한 광고나 설득력 없는 선전 영화에 가깝다"고 했다.

매체에 따르면 아마존 MGM 스튜디오는 영화 제작 판권을 4000만 달러에 사들였고, 여기에 무려 3500만 달러의 마케팅 예산을 쏟아부었다. 아마존은 이 비용을 지출하는 와중에 1만 6000명의 직원을 해고했다.

인디와이어는 이어 "스트리밍 플랫폼의 자금 지원을 받아 치밀하게 기획되고, 지루하기 짝이 없는, 유명인 홍보용 영화를 다큐멘터리라는 이름으로 포장한 최신 사례"라고 비판하면서 "이 영상을 보고 알 수 있는 거라고는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가 마이클 잭슨의 '빌리 진'이라는 것뿐"이라고 혹평했다.

매체는 10여년 전부터 최근까지 미국 극장가에서는 보수 성향 다큐멘터리의 흥행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전했다. 2024년 개봉한 매트 월시의 '나는 인종차별주의자인가?'는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 정책을 비판하며 1200만 달러를 벌어들였고, 같은 해 '트럼프 옹호하기(Vindicating Trump)'도 130만 달러를 기록했다고 했다.

10여 년 전, 트럼프 시대 이전에도 보수 성향의 영화 제작자 디네시 디수자의 '2016: 오바마의 미국'과 '미국: 그녀 없는 세상을 상상해 보라'가 각각 3300만 달러와 1400만 달러의 흥행 수익을 올렸다.

반면 진보 성향 다큐멘터리의 흥행은 약세라고 전했다. 2004년 마이클 무어의 '화씨 9/11'은 1억1900만 달러로 역대 최고 성적을 기록했지만, 최근 아카데미 수상작 '다른 땅은 없다'는 360만 달러, '마리우폴에서의 20일'과 '나발니'는 각각 수만 달러 수준에 그쳤다.

업계에서는 '멜라니아'의 성공이 향후 정치·사회적 논쟁을 다루는 진보 성향 다큐 제작 기피 현상을 더 심화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아마존은 과거엔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작품의 권리를 확보하고 제작하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파라마운트와 디즈니까지 합세해 멜라니아 배급권을 노렸다면서 인디와이어는 "이는 진보적인 다큐멘터리로 도널드 트럼프나 그의 마가(MAGA) 지지층을 불쾌하게 하지 않겠다는 제작사들의 분명하고 의도적인 신호"라고 분석했다.

ky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