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 모자 소년' 리암, ICE 체포됐다가 부친과 함께 집으로

텍사스주 연방법원 판사 "아동 트라우마 유발" 석방 명령

지난 1월 20일(현지시간)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의 밸리 뷰 초등학교에서 연방 이민세관집행국(ICE) 요원이 5세 학생 리암 코네호 라모스의 배낭을 붙잡은 채 구금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2026.01.23 ⓒ AFP=뉴스1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미국 연방 이민세관집행국(ICE)에 체포되어 텍사스 수용소에 구금됐던 5세 소년 리암 코네호 라모스(Liam Conejo Ramos)와 그의 아버지가 법원의 전격적인 석방 명령으로 미네소타주 자택으로 돌아갔다고 로이터통신이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텍사스주 연방법원의 프레드 비어리 판사는 지난 주말 리암과 그의 부친 아드리안 코네호 아리아스에 대한 석방을 명령했다. 이들은 지난달 미네소타주 콜롬비아 하이츠에서 실시된 대대적인 이민자 단속 과정에서 체포되어 약 1300마일(약2100km) 떨어진 텍사스 딜리의 수용소로 압송된 상태였다.

"아동을 미끼로 사용"…법원, '할당량 중심' ICE 단속 질타

비어리 판사는 판결문에서 이번 사건을 "아동에게 트라우마를 주면서까지 일일 추방 할당량에만 집착해 잘못 고안되고 무능하게 실행된 정부 (조치)의 결과"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특히 판결문에 리암이 체포 당시 파란색 토끼 모자를 쓰고 스파이더맨 배낭을 멘 채 요원들에게 둘러싸여 있던 사진을 첨부하며, 성경 구절(마태복음 19:14, 요한복음 11:35)을 인용해 "예수께서 눈물을 흘리셨다"는 이례적인 표현으로 행정부의 비인도적 처사를 질책했다.

앞서 학교 측과 목격자들은 ICE 요원들이 집 안에 있는 어머니를 유인해 내기 위해 5살 리암을 '미끼'로 사용했다고 주장해 거센 공분을 샀다. 국토안보부(DHS)는 이를 "명백한 거짓"이라며 부인했으나, 법원은 영장 주의를 무시한 행정 집행의 위헌성을 지적하며 가족의 손을 들어줬다.

리암 가족은 에콰도르 출신으로 2024년 미국에 합법적으로 입국해 망명을 신청한 상태였으며, 범죄 기록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어리 판사는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임명한 인물로, 최근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단속 작전에 제동을 거는 판결을 잇달아 내놓았다.

민주당의 거센 반격과 국토안보부 예산안 표류

리암 부자의 귀환에는 정치권의 움직임도 긴박하게 작용했다. 호아킨 카스트로 하원의원(민주·텍사스)은 토요일이었던 지난달 31일 밤 직접 수용소를 찾아 이들을 인계받았으며, 일요일인 다음날 직접 미네소타까지 동행해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냈다.

이번 사건은 최근 미네소타에서 발생한 ICE 요원의 민간인 총격 사망 사건과 맞물려 이민 집행 개혁을 요구하는 민주당의 목소리에 불을 붙였다.

현재 미 상원에서는 바디캠 착용 의무화, 복면 금지 등 강력한 감시 조항이 포함되지 않을 경우 국토안보부(DHS) 예산안 승인을 거부하겠다는 민주당의 입장 고수로 정부 셧다운 위기까지 거론되고 있다.

트럼프 "조만간 논의할 것"…보수 시장들조차 "신뢰 저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1일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기자들과 만나 DHS 예산 문제에 대해 "조만간 논의하게 될 것"이라며 짧게 언급했다.

그러나 오클라호마시티의 데이비드 홀트 시장 등 일부 공화당 소속 시장들조차 연방 요원들의 강압적인 도시 내 단속이 주민들과의 신뢰를 무너뜨리고 있다며 우려를 표하고 있어,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 정책은 당분간 거센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shinkir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