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시 지명에 높아진 시장 불확실성…금·은·비트코인 폭락으로 나타났다

‘매파적 비둘기’ 워시, 금리 인하와 유동성 긴축 병행 전망
시장, 연준 독립성 흔들릴 가능성에 불확실성 확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차기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에 케빈 워시 전 연준 이사를 지명했다. 사진은 지난 2017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손 투자 콘퍼런스에서 케빈 워시가 발언하는 모습. ⓒ 로이터=뉴스1 2026.1.30/뉴스1 ⓒ News1 이호윤 기자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매파 성향으로 알려진 케빈 워시를 새 연준(Fed) 의장 후보로 지명하면서 지난 30일(현지시간) 금과 은, 비트코인 가격이 수십 년 만의 폭락을 기록했다. 시장은 워시가 ‘매파적 비둘기’라는 모순적 별칭처럼 금리를 인하하면서도 동시에 유동성을 조이는 정책을 펼 수 있다고 예상하며 불확실성을 크게 우려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워시 지명을 발표하며 그의 풍부한 경력을 강조했다. “무엇보다도 그는 딱 맞는 사람이며 결코 실망하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시장은 오히려 그의 지명이 정책 불확실성을 키운다고 받아들였다.

전문가들의 평가는 엇갈린다. 워시가 트럼프와 보조를 맞춰 정책을 펼지, 아니면 연준 독립성을 지켜낼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CNBC에 따르면 에버코어 ISI의 크리슈나 구하는 보고서에서 “워시는 이념적 매파라기보다는 실용주의자”라며 “그의 독립적 성향과 평판을 고려할 때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설득해 올해 최소 두 차례, 많게는 세 차례 금리 인하를 이끌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르네상스 매크로 리서치는 “워시는 경력 내내 매파였으며, 현재의 비둘기파적 태도는 편의적일 수 있다”며 트럼프가 속을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워시가 내세운 전략은 장기금리 거품을 채권 매입 등 양적긴축(QT)으로 제거한 뒤 이를 명분 삼아 기준금리를 과감히 내리는 ‘선(先)긴축 후(後)인하’ 방식이다. 물가 상승 기대를 억제한 뒤 금리를 낮추겠다는 정공법이지만, 시장에서는 정책 모순으로 인한 혼란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AI 기반 투자 플랫폼 에이인베스트닷컴은 세인트루이스 연준 데이터를 인용해 “신임 의장 선출 후 몇 년간 미국 경제 성장률은 평균 0.6~1.5% 둔화한다”며 “워시 지명은 트럼프의 정치적 영향력과 결합해 이러한 효과를 증폭시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달러는 워시 지명 발표 이후 등락을 거듭하다 반등했다. 로이터는 KCM 수석 분석가 팀 워터러의 말을 인용해 “덜 비둘기파적인 의장 선출과 달러 반등, 그리고 귀금속 시장의 과매수 상황이 맞물려 금·은 가격 하락을 촉발했다”고 전했다. 투자자들이 이미 과도하게 몰린 상황에서 인사 불확실성과 달러 강세가 겹치며 차익실현 매물이 폭발한 것이다.

일본 니혼게이자이는 비트코인의 급락에 대해 통화 완화 기대 축소가 암호화폐 같은 성장 민감 자산에 압력을 가한다고 분석했다. 유동성이 줄고 금리가 높아지면 비트코인 같은 위험자산에 대한 선호가 감소한다는 것이다. 이 밖에도 AI에 대한 과도한 투자, 너무 불어난 미국의 통화공급도 위험자산에 대한 경고등을 켰다.

암호화폐 거래소 크라켄의 매트 하웰스-바비 부사장은 “빅테크의 막대한 AI 투자에 대한 우려가 광범위한 위험자산 불안을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유명 투자자 캐시 우드는 워시 지명 전날인 29일 X(옛 트위터)에 “금 시가총액과 미국 통화공급(M2) 비율이 사상 최고치에 도달했다”며 “이는 상승 사이클의 끝에서 나타나는 전형적 신호”라고 주장했다. 그는 “거품은 이제 AI가 아니라 금에 있다”며 강한 달러가 거품 붕괴의 계기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ky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