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합의' 韓도 못피한 트럼프 관세 망치…우방까지 무차별난사

그린란드 사태로 英 및 EU 7개국에도 기존 무역합의 뒤집고 최대 25% 관세 발표 후 철회
무역합의 내용 자체 문제삼아 번복은 韓 처음…각국에 다양한 사유로 보복관세 휘둘러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2025.7.27 ⓒ AFP=뉴스1 ⓒ News1 강민경 기자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한국 국회가 무역 합의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며 관세를 15%에서 25%로 인상하겠다고 밝히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무기화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와 복스(Vox) 등에 따르면 트럼프는 스스로를 '관세 사나이(tariff man)'라 부르며 관세를 대표 정책으로 내세워 왔지만, 상황에 따라 기준을 바꿔 상대를 압박하며 국제 경제의 불확실성을 키워왔다.

가장 최근에는 덴마크령 그린란드 병합 의지를 노골화하는 과정에서 이에 반발하는 유럽 국가들을 상대로 상호관세 인상을 전격 발표했다.

그린란드에 소규모 훈련 병력을 파견한 덴마크와 노르웨이·스웨덴·프랑스·독일·영국·네덜란드·핀란드에 대해 2월 1일부터 10%의 상호관세를 추가 부과(6월 1일부터 25%)할 것이라고 밝혔다가 며칠 뒤 이를 철회했다.

영국은 지난해 무역 협상을 타결해 10%의 상호관세를, 나머지 7개국은 유럽연합(EU)이 합의한 15%의 상호관세를 부과받고 있는데, 이날 한국 관세처럼 무역 합의를 뒤집은 조치였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가 별개의 사안이 아닌 무역 합의 자체를 문제 삼아 기존 합의 내용을 번복한 경우는 이번 한국의 사례가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보다 수사적인 위협으로는 지난 23일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가 중국과 무역 협정을 체결하면 모든 캐나다산 상품에 10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경고한 것이나,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가자 평화위원회 참여에 부정적이라는 이유로 지난 19일 와인에 200% 관세를 경고한 사례 등이 있다.

트럼프는 지난해 1월 백악관 복귀 이후 줄곧 외교·안보 정책의 핵심 수단으로 관세를 휘둘러 왔다. 사태가 해결된 뒤 관세를 철회하거나 완화한 경우도 있었지만, 계속 유지되는 경우도 있다.

브라질을 상대로는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 기소 등 내부 정치적 사안을 문제 삼아 당초 10%에 상호관세에 40%를 더해 50%의 징벌적 관세를 부과한 뒤 유지 중이다.

인도에도 25% 상호관세에 러시아산 석유 구매를 문제 삼아 25%를 더해 50%를 부과하고 있다.

트럼프는 스페인에는 국방비 증액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관세를 두 배로 내야 한다"고 경고한 적도 있다. 캄보디아와 태국에는 국경 분쟁에서 철수하지 않으면 관세 완화 협상을 할 수 없다고 압박하며, 관세를 노벨평화상 전략의 수단으로까지 활용했다.

이전 행정부들이 주로 법적 제재를 활용했다면, 트럼프는 미국의 경제력을 지렛대로 삼아 관세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로버트 졸릭 전 세계은행 총재는 "트럼프는 정책 자체보다 협상과 거래주의에 집중하며, 관세를 지배력 과시 수단으로 활용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가 경제 정책을 정치적 목표와 직접 연결하면서 글로벌 무역 시스템의 불확실성을 증폭시키고 있다고 지적한다. 조지타운대 마크 부시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다른 나라의 잘못에 대해 재판관이자 배심원 역할을 자임하는 것은 매우 도발적"이라고 말했다.

합의 체결 여부와 관계없이 정치적 목적에 따라 관세를 예측 불가능하게 조정하는 행태가 기존 합의의 신뢰성을 약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전문가는 "합의가 언제든 뒤집힐 수 있다는 가능성만으로도 세계 무역 시스템에 영구적인 불확실성이 생긴다"며 트럼프가 요구액을 계속 바꿔가며 '골대 이동'을 반복하는 상황을 우려했다.

ky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