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법 총기 소지' 시민 쏜 연방요원…총기옹호 보수층도 갈라졌다

트럼프 지지 보수층 "총기 소지 자체가 위협"…평소 총기권리 옹호 입장과 배치
NRA 등 일부 총기단체 "무장 시위는 헌법적 권리"…이례적 비판 제기

24일(현지시간)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이민세관단속국(ICE) 요원들이 알렉스 제프리 프레티(37)를 둘러싸 폭행하며 제압하고 있다. 프레티는 생전 미니애폴리스 재향군인 의료시스템에서 중환자실 간호사로 근무했다. 2026.01.24. ⓒ 로이터=뉴스1 ⓒ News1 윤다정 기자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미국 미네소타주에서 연방 요원이 합법적 총기 소지자를 사살하는 사건이 벌어지면서 미국의 총기 논쟁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워싱턴포스트(WP)는 과거 총기 소지 권리를 옹호했던 일부 보수층이 이번에는 사망자가 총기를 소지했다는 사실만으로 연방 요원의 총격을 정당화하고 있다고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사망자인 남성 간호사 알렉스 프레티(37)는 지난 24일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의 이민 단속 반대 시위 현장에서 연방 요원의 총에 맞아 숨졌다. 당시 그는 허리춤에 총을 휴대하고 있었다.

하지만 목격자들이 촬영한 영상을 보면 프레티는 총을 뽑아 들지는 않았으며, 총에 맞기 전에 이미 연방 요원들에게 총기를 빼앗긴 상태였다. 미니애폴리스 경찰은 프레티가 합법적인 총기 소지 허가증을 보유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이 사건을 두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보수층은 프레티가 총을 소지했다는 사실 자체를 문제 삼으며 연방 요원의 총격 살해를 정당화했다.

25일(현지시간)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의 이트 스트리트 지역에 전날 사망한 알렉스 프레티를 추모하는 사진이 걸려있다. 미군 참전용사 의료센터 중환자실 간호사였던 프레티는 전날 이 장소에서 미 국경순찰대 요원들의 총격을 받고 사망했다. 2026.01.26. ⓒ AFP=뉴스1 ⓒ News1 류정민 특파원

마크웨인 멀린 상원의원(공화·오클라호마)은 폭스뉴스에 출연해 프레티를 "장전된 권총으로 막대한 피해를 주려 한 정신 나간 개인"이라고 치부했다.

인종차별 반대 시위 현장에 총을 들고 나와 시위대를 공격한 극우 성향 인물들을 지지했던 이들의 과거 입장과는 상반되는 발언들이다.

흥미롭게도 미국의 대표적인 총기 권리 옹호 단체인 전미총기협회(NRA)는 이들과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NRA는 캘리포니아의 한 연방 검사가 "총을 들고 법 집행관에게 접근하면 사살될 가능성이 크다"고 발언하자 "위험하고 잘못된 발상"이라고 즉각 반박했다.

이 단체는 "책임 있는 목소리라면 성급한 일반화로 합법적인 시민을 악마화할 것이 아니라 완전한 조사를 기다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24일(현지시간)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연방요원들과 시위대가 충돌하고 있다. 2026.01.24 ⓒ AFP=뉴스1 ⓒ News1 이지예 객원기자

미네소타 총기 소유자 협회 또한 "평화로운 미네소타 주민은 시위 현장을 포함해 언제든 무장할 권리가 있다"며 프레티의 권리를 옹호하고 나섰다.

이런 현상은 미국 정치가 원칙에 대한 토론보다는 '우리 편'과 '저쪽 편'의 대결 구도로 굳어졌음을 보여준다.

로자 브룩스 조지타운대 법학과 교수는 WP 인터뷰에서 "자신이 속한 부족의 승리가 최우선이라면 특정 사안에 대한 입장을 바꾸는 건 위선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지지하는 정치 세력에 따라 총기 소지 권리에 대한 해석도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일각에서는 연방 요원들의 과격한 법 집행 방식이 결국 보수층 내부에서도 반발을 일으킬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셸던 화이트하우스 상원의원(민주·로드아일랜드)은 "연방 요원들이 미국 도시를 순찰하며 무작위로 사람들을 체포하는 모습에 우파 성향의 사람들조차 상당한 반감을 느끼고 있다"고 지적했다.

길 컬리코스키 전 관세국경보호청(CBP) 청장 또한 "연방 요원들이 지역 경찰과 아무런 협의 없이 도시에 투입되는 건 전례 없는 일"이라며 이번 작전 방식을 "끔찍하다"고 혹평했다.

이번 사건은 무장한 사회가 안전한 사회라는 총기 옹호론자의 주장이 현실과 어떻게 충돌하는지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총기 규제 전문가인 로버트 스피처 뉴욕주립대 명예교수는 "일부 사람들은 폭압적인 정부에 맞서기 위해 총을 구입하지만 시민이 정부를 향해 총을 사용하는 게 합법으로 인정되는 경우는 사실상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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