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쇼'가 지배한 세계…美 우선주의 아닌 '나 우선주의'
본인 '도덕성' 따라 美 국익 재단…암살 면한 뒤 '신의 뜻' 강조
그린란드 등 오락가락 행보 계속…각국, 살길 찾으며 中 밀착
- 이지예 객원기자
(런던=뉴스1) 이지예 객원기자 = 그린란드 사태를 둘러싸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움직이는 동기는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가 아닌 '나 우선주의'(Me First)라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미국의 국익이 트럼프의 지극히 개인적인 신념에 따라 재단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그린란드 병합 반대를 이유로 유럽 8개국에 2월부터 부과하기로 한 관세를 철회한다고 밝혔다. 기습 관세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유럽 동맹들을 충격에 빠뜨린 지 겨우 나흘 만이다.
뉴욕타임스(NYT)의 토머스 프리드먼 칼럼니스트는 "지금 트럼프는 자기 회사를 운영하는 것처럼 혼자 마음대로 끔찍한 거래를 하는 원맨쇼를 벌이고 있다"며 "우리를 미국 우선주의가 아닌 '미국 혼자', '나 우선주의'의 미래로 이끌려 한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주 요나스 가르 스퇴레 노르웨이 총리에게 노벨평화상을 받지 못해 그린란드 병합을 결심했다는 취지의 편지를 보내 "나는 더 이상 순수하게 평화만을 생각할 의무를 느끼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작년 12월 공개한 새 국가안보전략(NSS)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정책은 실용적이지만 '실용주의'가 아니고 현실적이지만 '현실주의'가 아니다. 강경하지만 '매파'는 아니고 절제하지만 '비둘기파'는 아니다"라고 명시했다.
그러면서 "이는 전통적인 정치 이념에 기반하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미국의 이익, 미국 우선주의 두 글자에 의해 움직인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연초 NYT와의 인터뷰에서는 미국 대통령으로서 의사 결정의 기준이 "나 자신의 도덕성"(morality)이라며 "나는 국제법이 필요 없다. 사람들을 해치려는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미국 국익을 위해서라는 '유연한'(Flexible) 외교·안보 전략이 결국 트럼프 대통령 개인이 옳다고 생각하는 대로 움직이는 것이라는 점을 확인한 셈이다.
부동산 재벌인 트럼프 대통령은 인기 서바이벌 프로그램 '어프렌티스'를 진행한 리얼리티쇼 스타이기도 하다. 외신들은 관세와 외교 정책을 둘러싼 그의 오락가락 행보를 놓고 종종 '트럼프 쇼'(Trump show)라는 표현을 쓴다.
미국 우선주의를 주창하며 2017년 첫 미국 대통령에 오른 트럼프의 신념은 2023년 대선 당시 극적으로 암살 시도를 피한 뒤 더욱 강해졌다. 그는 재선 연설에서 "많은 이들이 신이 내 목숨을 살려준 데 이유가 있다고 말한다"며 "이 나라를 구하고 다시 위대하게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의 핵심 지지층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의 주역인 스티브 배넌은 작년 10월 영국 이코노미스트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신의 뜻을 이루는 도구'(instrument of divine will)라고 묘사하기도 했다.
세계 각국은 미국과의 갈등을 봉합하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을 달래고 얼렀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국제 사회에서 트럼프가 우기는 정책을 어떻게든 실행하기 위한 '세인 워싱'(Sane-washing·합리적 포장)이 한창이라고 지적했다.
감당 범위를 벗어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에 각국은 뒤로 각자 살길을 찾는 모습이다. 영국 왕립 국제문제연구소(채텀하우스)는 그린란드 사태에 대해 미국이 중국이 주변국들에나 하던 '경제적 강압'을 가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영국 정부는 안보 우려를 뿌리치고 런던에 유럽 최대 규모의 중국 대사관 건설을 승인했다. 키어 스타머 총리는 다음 주 대규모 경제사절단을 이끌고 방중한다. 캐나다는 8년 만에 중국과의 관계를 정상화했다. 마크 카니 총리는 "세계는 과도기를 겪는 게 아니라 파열되고 있다"고 말했다.
ez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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