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란드發 유럽의 상처 아물기 어렵다…"美 더는 못믿겠다"

트럼프 "무력 배제·관세 철회"에도 불신 여전…대서양동맹 회복 불능 수준
"미국은 환상 속 동맹 아냐"…유럽, 80년 동맹 뒤로하고 자강론 부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의 그린란드 인수에 반대하는 유럽 8개국을 대상으로 관세 부과를 위협했다가 21일 철회했다. (자료사진) 2026.1.17 ⓒ 로이터=뉴스1 ⓒ News1 강민경 기자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덴마크령 그린란드 강제 점령을 배제하고 예고했던 '그린란드 관세'도 철회하며 유럽과의 극단적 충돌은 피했지만, 대서양 동맹간의 신뢰가 돌이킬 수 없을 만큼 손상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연차총회 특별연설에서 "그린란드 방어를 위해서는 소유권이 필요하다"면서도 "무력은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같은 날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과 회담한 뒤에는 2월 1일 유럽 8개국에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던 관세를 부과하지 않겠다고도 말했다.

하지만 유럽 지도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액면 그대로 믿지 않는 분위기라고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가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여전히 그린란드를 "우리 영토"로 부르며 동맹국들을 향해 "감사할 줄 모른다"고 비난하는 등 소유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21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스위스 다보스의 세계경제포럼(WEF) 행사장에서 열린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과의 회담 중 발언하고 있다. 2026.01.21 ⓒ AFP=뉴스1 ⓒ News1 김지완 기자

이날 트럼프의 연설을 직접 본 유럽 관리는 폴리티코에 "그의 약속과 발언은 신뢰할 수 없고, 그가 유럽에 품고 있는 경멸은 일관된다"며 "우리는 더 이상 미국이 환상 속의 나라라는 착각에 매달릴 수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그린란드를 둘러싼 사태가 동맹의 근간을 흔든 심각한 사건이라고 평가한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고문이었던 찰스 쿱찬 미국외교협회(CFR) 유럽담당 국장은 "미지의 영역을 넘어 우주 공간으로 가버린 것과 같다"며 "상상조차 힘든 일이었기에 유럽이 이전과 다른 반응을 보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 지도자들은 이제 미국에 대한 의존에서 벗어나 독자 노선을 걸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2009~2014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을 지낸 안데르스 포그 라스무센 전 덴마크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이나 시진핑처럼 오직 힘만 믿는다"며 "유럽도 같은 규칙으로 맞설 준비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바마 행정부 시절 국무부 관리를 지낸 제러미 샤피로 유럽외교협회(ECFR)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방식이 미국의 가장 큰 자산인 동맹 시스템과 소프트파워를 버리는 어리석은 행위라고 비판했다.

그는 "우리가 신뢰해 온 방식에서 푸틴의 방식으로 옮겨가는 것은 범죄보다 더 나쁜 어리석은 행위"라며 "장기적으로 미국을 약화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pasta@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