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법원, 트럼프의 연준 이사 해임 시도에 '제동'…"독립성 훼손 우려"
법무부 수사 받는 파월 직접 참관… 보수파 대법관들도 "해임 사유 불충분"
- 신기림 기자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미국 연방대법원이 리사 쿡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이사를 해임하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시도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번 사건은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가늠할 중대한 시험대로 여겨지고 있다.
특히 이 자리에는 법무부의 수사를 받고 있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직접 참관하며 연준의 독립성 수호 의지를 강력히 피력했다.
미 대법원은 21일(현지시간) 약 2시간 동안 진행된 구두 변론에서 보수와 진보를 막론하고 상당수 대법관이 트럼프 대통령의 해임 사유가 불충분하다는 견해를 피력했다고 AFP, 로이터 통신 등 주요 언론들이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연준 통화정책 결정에 참여하는 리사 쿡 이사가 모기지(주택담보대출) 사기를 저질렀다며 해임을 시도했다. 쿡 이사는 미시간과 조지아주에 주거지를 허위 보고해 유리한 이자율을 적용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으나, 그는 이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임명한 보수 성향의 브렛 캐버노 대법관은 이날 변론에서 "해임 사유의 기준을 너무 낮게 설정하면 대통령이 연준 이사를 마음대로 해임할 수 있게 된다"며 "이는 연준의 독립성을 약화시키는 것을 넘어 파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캐버노 대법관은 이어 "이런 논리라면 2029년 1월 민주당 대통령이 취임할 때 현직 대통령이 임명한 모든 이사가 해임될 수 있다"며 정치적 교체에 따른 연준의 불안정성을 지적했다.
또 다른 보수파인 새뮤얼 알리토 대법관 역시 사실관계가 여전히 다투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사건을 "서둘러 처리하려는 방식"에 문제를 제기했다.
이날 법정에는 파월 연준 의장이 직접 출석해 쿡 이사에게 힘을 실어줬다. 파월 의장은 최근 연준 본부 리모델링 공사와 관련해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는데, 그는 이를 "금리 인하 압박을 위한 정치적 보복"이라고 규정하며 백악관과 날을 세우고 있다.
쿡 이사 측 변호인인 폴 클레멘트는 "대출 서류상의 실수는 부주의한 실수였을 뿐"이라며 "미 역사상 연준 이사를 해임하려 한 대통령은 단 한 명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대통령이 개별 이사를 신뢰하는 것보다 시장과 대중이 연준의 독립성을 신뢰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취임 이후 공격적인 금리 인하를 요구하며 연준을 압박해왔다. 쿡 이사를 해임할 경우 본인의 입맛에 맞는 인사를 임명해 통화정책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대법원은 트럼프 재집권 이후 여러 독립 행정기관장의 해임권에 대해 대통령의 손을 들어준 바 있지만, 연준에 대해서는 '준민간(quasi-private)' 기관이라는 특수성을 인정해 예외를 두어 왔다.
쿡 이사는 변론 직후 성명을 통해 "이번 사건은 연준이 증거와 독립적 판단에 따라 금리를 결정할 것인지, 아니면 정치적 압력에 굴복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라며 "연준에 재직하는 동안 미국 시민을 위해 정치적 독립성 원칙을 수호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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