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도 초청한 트럼프 평화위원회는…유엔 배제 '세계 대통령' 야심

가자 재건 명분 내세웠지만…헌장엔 '전 세계 분쟁 개입'
의장 트럼프에 절대적 권한 부여…사실상 유엔 대체 시도

유엔 로고 앞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3D 프린팅 모형이 놓여 있다. 2026.1.8 ⓒ 로이터=뉴스1 ⓒ News1 강민경 기자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가자지구 평화 정착·재건 명분으로 세운 국제기구 '평화위원회'가 출범 시점부터 논란에 휩싸였다.

자신이 주도하는 평화위원회를 통해 가자를 넘어 광범위한 국제 현안에 개입하려는 포석으로, 유엔의 역할을 노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 대통령을 넘어 세계 대통령을 향한 야심이다.

20일(현지시간) AFP통신과 가디언 등에 따르면 트럼프를 의장으로 하는 평화위원회는 우선 10억 달러(약 1조 4800억 원)를 내는 국가에 영구 회원국 자격을 부여하는 파격적인 조건으로 비판을 사고 있다.

사실상 돈으로 국제 외교 무대 영향력을 사는 방식으로, 부유한 국가들만의 배타적인 모임이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나라를 비롯해 약 60개국 정상에 평화위원회 참여를 초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캐나다와 일본, 호주, 이스라엘 등 서방·친미 국가뿐만 아니라 중국, 러시아, 벨라루스 등 반미 성향의 국가들도 포함됐다.

특히 평화위원회 헌장은 의장에게 절대적인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위원회 산하 기구 설립과 해산은 물론 집행위원의 임명과 해임까지 의장이 독점적인 권한을 행사한다.

회원국 과반의 찬성으로 결정된 사안조차 의장이 거부할 수 있다. 가디언은 이를 "황제의 환심을 사려는 봉신 국가들의 제국 궁정"에 비유했다.

이 기구는 당초 가자지구 평화 계획을 감독한다는 명분으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지지를 얻어냈다.

하지만 막상 공개된 헌장에는 가자지구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도 없이 "분쟁의 영향을 받거나 위협받는 지역에서 평화를 구축한다"는 포괄적인 목표만 쓰여 있다.

이 때문에 유엔을 의도적으로 배제하고 이를 대체하려는 '미끼 작전'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유엔 산하 31개 기구에서 무더기 탈퇴하는 등 유엔의 역할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평화위원회 산하에는 집행위원회 및 별도의 가자 집행위원회 등 집행 조직을 두고 가자 휴전 이행 및 재건 등을 이끌도록 했다.

평화위원회는 가자 외에도 다른 분쟁 상황에서 유사한 성격의 위원회 등을 창설·수정·해산할 수 있도록 해, 향후 다양한 분쟁이나 주요 국제 현안을 논의하거나 합의할 기구를 목표로 하고 있다.

초청장을 받은 각국의 반응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대표적인 친트럼프 인사인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는 "영광스러운 초청"이라며 즉각 참여 의사를 밝혔고 아랍에미리트(UAE)와 베트남, 아르헨티나 등도 동참을 선언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서 연설하고 있다. 2026.1.20 ⓒ AFP=뉴스1 ⓒ News1 김경민 기자

반면 프랑스는 "현 단계에서는 참여 의사가 없다"며 사실상 거부 입장을 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위원회가 유엔의 원칙을 훼손할 수 있다며 우려를 제기하기도 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프랑스산 와인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며 노골적인 보복을 시사해 양국 간 긴장이 고조됐다.

다른 동맹국들도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캐나다는 위원회 참여 가능성은 열어두면서도 10억 달러 기부금은 내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영국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초청 명단에 포함된 것을 두고 "우려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유럽연합(EU) 회원국 대부분도 참여를 거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스라엘은 초청받았으나 가자지구 행정 문제를 다룰 집행위원회에 튀르키예와 카타르가 포함된 것에 강하게 반발했다.

pasta@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