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독립성 가를 '운명의 수요일'…파월 등장할 대법 관전포인트
쿡 이사 해임 정당성 다툴 구두변론 진행…파월 직접 참관 '배수진'
트럼프 해임 '정당한 사유' 여부 촉각…113년 연준 독립성 영향권
- 신기림 기자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정치적 독립성과 관련해 113년 역사상 가장 중요한 시험대에 오른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리사 쿡 연준 이사를 모기지(주택담보대출) 관련 사기 혐의로 해임하려는 시도와 관련해 연방대법원이 21일(현지시간) 양측의 구두변론을 듣는다.
특히 이날 심리는 연준법에서 정의하는 해임 기준인 '정당한 사유(cause)'에 대한 양측의 논리가 전개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이번 심리의 중요성을 인식한 듯 제롬 파월 연준 의장까지 매우 이례적으로 직접 참관한다.
대법원은 21일 오전 트럼프 행정부를 대표하는 정부측 변호인과 쿡 이사측 변호인으로부터 각각의 주장을 듣는다.
트럼프 행정부에서는 존 사우어 연방 법무차관, 쿡 측에서는 워싱턴 정가에서 거물급 변호사로 유명한 애브 로웰이 나온다.
사우어 차관은 트럼프 행정부에서 법률적 '창'과 같은 역할을 수행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2024년 대법원에서 트럼프의 '재임 중 면책특권' 승소를 이끌어내며 대통령의 권한을 헌법적으로 정당화한 핵심 전략가로 유명하다.
로웰 변호사는 워싱턴 정가에서 '권력층의 수호자'로 통하는 거물급 변호사로, 빌 클린턴의 탄핵 심판부터 조 바이든의 아들 헌터 바이든의 형사 재판까지 미 정계의 가장 민감한 스캔들을 전담해 온 인물이다.
정파를 초월해 트럼프의 사위 재드 쿠슈너와 민주당 밥 메넨데스 상원의원의 부패 혐의를 성공적으로 방어하며, 정치적 외압에 맞서 피고인의 권리를 지켜내는 데 독보적인 역량을 입증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각각 30분씩 구두 변론할 예정이지만 더 길어길 수 있다고 법률전문매체 스코터스블로그(SCOTUSblog)는 전했다.
파월 의장도 직접 참관할 예정이라는 점에서 긴장감이 더해질 전망이다. 별다른 대응을 보이지 않았던 기존 행보와 대조적이다. 그는 지난해 12월 기자회견 당시 쿡 사건에 대해 "우리는 법률 논평가가 아니다"라며 답변을 피한 바 있다.
하지만 상황이 급변했다. 최근 법무부(DOJ)가 연준 본부 개보수 공사와 관련해 파월 의장에게 직접 대배심 소환장을 발부하고 형사 기소 가능성까지 내비치며 압박 수위를 높였기 때문이다.
파월 의장이 법정에 모습을 드러내는 것만으로도 연준의 독립성을 훼손해선 안된다는 무언의 압박을 대법관들에게 전달할 수 있다.
이날 대법관들은 양측에 질문을 던지고 답변을 듣는데 이 과정에서 대법관들의 성향과 판결의 향방을 가늠해 볼 수 있다. 특히 보수 성향 대법관들이 대통령의 인사권과 연준의 독립성 중에서 어느 쪽에 더 무게를 두는 질문을 던지는지가 중요하다.
현재 연방대법원은 보수 성향 6명, 진보 성향 3명의 보수 우위 구도다.
변론 후 대법관들은 비공개 회의를 열어 예비 투표를 하고 다수 의견서를 작성할 판사를 지명하며 최종 결정문은 의견서 작성과 회람 과정을 거쳐 올해 6월 말쯤(회기 종료 전) 발표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번 구두변론의 핵심 쟁점은 연준법상 이사 해임 요건인 '정당한 사유'의 해석이다. 대통령 측은 검증되지 않았던 과거 의혹임을 내세워 광범위한 인사권을 주장하는 반면, 연준 측은 이를 금리 정책에 대한 정치적 보복이자 독립성을 훼손하는 불법 조치라고 반박하며 맞서고 있다.
법률 전문가들은 보수 성향이 강한 현재의 대법원이 어떤 결론을 내리느냐에 따라 연준의 미래가 극명하게 갈릴 것으로 보고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대법원이 해임 사유를 엄격하게 제한할 경우, 연준의 정치적 중립성은 공고해진다.
다만 쿡 이사가 유임되는 결정이 내려져도 대법원이 어떤 경우에 해임이 가능한지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경우 일종의 해임 청사진이 나와 연준의 독립성이 훼손될 위험이 있다. 가이드라인에 맞춘 해임 시도가 더 적극적으로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연준의 독립성 훼손은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를 자극하고 달러 가치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핵심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고 경제학계와 금융계는 우려한다.
예일대 윌리엄 잉글리시 교수는 로이터에 "독립성이 없는 중앙은행은 인플레이션이 훨씬 높다"며 "트럼프 행정부가 단기 부양을 위해 정책을 완화하라고 압박하는 것은 인플레이션이라는 고통을 다음 세대에게 떠넘기는 것"이고 지적했다.
shinkir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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