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달래던 유럽 "레드라인 넘었다"…대미 강경 모드 전환

그린란드 관세에 '무역 바주카포' 등 고강도 반격 검토
트럼프 회유책 실패 평가…유럽 '재무장' 가속화 전망

EU기 앞의 트럼프 미국 대통령. 2025.07.27 ⓒ 로이터=뉴스1 ⓒ News1 이지예 객원기자

(런던=뉴스1) 이지예 객원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그린란드 병합 반대를 이유로 유럽의 주요 동맹들에 기습 관세를 부과하면서 유럽 내 대미 전략 변화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동안 유럽은 어떻게든 아첨과 달래기로 트럼프 대통령의 폭주를 막으려 했지만, 이제는 미국이 '레드 라인'(금지선)을 넘었다는 경고가 나온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18일(현지시간) 유럽 외교관과 관계자 10여 명을 인용해 그린란드와 관련한 트럼프 대통령의 공격적 언사가 유럽의 대미 강경책을 자극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유럽국 고위 관료들은 "트럼프를 달래는 시대는 끝났다", "기존의 트럼프 집권 2기 대처법은 무용지물", "상식적 대응이 가능한 선을 넘어섰다"고 앞다퉈 토로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 균열을 막기 위해 미국의 방위비 증액 요구도 불균형한 무역 합의도 묵묵히 받아넘기고 유럽이 '문명 말살' 위기에 처했다는 막말까지 참았지만, 드디어 한계점이 왔다는 지적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덴마크령 그린란드 병합을 견제하는 유럽 8개국(덴마크·노르웨이·스웨덴· 프랑스·독일·영국·네덜란드·핀란드)에 2월부터 10% 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또 해당 관세를 6월 1일부터 25%로 인상할 방침이며, 미국의 그린란드 매입 합의가 완료될 때까지 부과를 계속하겠다고 위협했다.

유럽은 지난해 미국과 가까스로 관세 합의(영국 10%·유럽연합(EU) 15% 관세율)를 이루고, 우크라이나 종전 해법을 놓고도 트럼프 대통령을 달래며 원활한 협력을 진행하고 있다고 여기다가 발칵 뒤집혔다.

일간 가디언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관세는 대서양 동맹에 대한 또 다른 타격이자 유럽 동맹에 대한 조롱"이라고 강하게 비판하면서 "미국 대통령을 달래고 회유하려던 유럽의 전략은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유럽 8개국은 미국의 그린란드 관세에 대한 공동 대응을 천명하고, 이번 주 스위스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 연차총회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상대할 때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조치를 서두르고 나섰다.

특히 EU가 아껴왔던 '무역 바주카포'를 꺼내 들 가능성이 커졌다. EU의 '반 강압 수단(ACI)'은 2023년 도입한 통상 위협 대응 조치로, 수입품 관세 부과는 물론 디지털 서비스 부문까지 광범위하게 겨냥할 수 있다.

그린란드를 둘러싼 갈등은 서구 동맹 간 무역 전쟁 재발을 넘어 미국을 상대로 한 유럽의 자강 움직임을 더욱 가속할 전망이다. EU는 작년 3월 독자적 방위 역량 강화를 통해 2030년까지 '재무장'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스티븐 에버츠 유럽안보연구소(EUISS) 소장은 "우리는 아첨하고 주의를 돌리고 협상하며 폭풍이 지나가길 바랐다. 분석적 정치적 실수였다"며 "대서양 관계의 재균형과 협상이 아니라 미국의 강압과 이념·영토적 지배에 관한 문제"라고 말했다.

ez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