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평화위원회' 상임이사국 가입비 10억달러…"돈으로 사는 평화"

10억달러 내면 영구적 지위…트럼프 초대 의장 '거부권' 행사
가자지구 재건 명분 '사적 통제' 우려… 유럽·이스라엘 등 반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사우스론에서 마린원에 탑승하기 전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5.1.16./뉴스1 ⓒ AFP=뉴스1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엔을 대체해 새롭게 창설하려는 국제기구인 '평화위원회(Board of Peace)'의 영구 회원국 지위를 얻기 위해 각국에 최소 10억 달러(약 1조4775억원)의 기여금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 대통령이 초대 의장을 맡아 전권을 행사하는 구조로 사실상 '돈으로 사는 상임이사국'이자 유엔을 무력화하려는 시도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18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이 입수한 평화위원회 헌장 초안에 따르면 이 기구는 분쟁 지역의 안정과 법치 회복을 목적으로 하는 국제기구를 표방한다. 하지만 가입 조건과 운영 방식은 기존 국제기구의 상식을 뛰어넘는다.

기본 회원국은 무료로 임기는 3년으로 가입할 수 있지만, 창설 1년 이내에 10억 달러 이상의 현금을 기부하는 국가는 임기 제한 없는 영구 회원국 지위를 얻는다. 트럼프 대통령이 초대 의장을 맡으며, 회원국 초대권은 물론 모든 의사결정에 대한 최종 승인권(거부권)을 갖는다. 의장은 자신의 후계자도 직접 지명하며, 위원회의 공식 인장(Seal) 승인권까지 독점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평화위원회의 첫 번째 프로젝트로 '가자지구 평화위원회' 구성을 추진 중이다. 이미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과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 등 우방국 인사들을 초청한 상태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계자는 블룸버그에 "기부금은 가자지구 재건에 직접 사용될 것이며, 모금된 돈의 거의 모든 달러가 목적에 맞게 집행되도록 보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백악관은 이미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트럼프 사위인 제러드 쿠슈너 전 백악관 선임고문,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 등이 포함된 집행 위원회 명단을 발표하며 속도를 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돈으로 사는 평화 구상과 비즈니스식 외교에 우방국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우리와 조율되지 않은 내용"이라며 즉각 우려를 표명했다.

유럽 국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개인적으로 자금을 통제하려 한다는 점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한 유럽 외교관은 블룸버그에 "대통령 한 명이 돈과 의제를 모두 쥐고 흔드는 기구에 주권 국가가 참여하는 것은 수용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평소 비판해 온 유엔을 대체할 자신만의 '글로벌 사조직'을 만들려 한다고 분석한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유엔 산하 31개 기구에서 무더기 탈퇴하며 유엔의 숨통을 조이고 있다.

shinkir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