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마두로측근 남겨두되 고강도 압박…임시대통령 "협력" 전환

직접통치·정권교체 아닌 정책개입 전략…트럼프 "석유 및 자원 완전한 접근권" 요구
군사압박·제재 등 유지하며 추가 공격도 열어둬…로드리게스 권한대행 "공존 희망"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플로리다 팜비치에서 워싱턴DC 백악관으로 향하는 에어포스원 기내에서 기자들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6.01.04. ⓒ AFP=뉴스1 ⓒ News1 류정민 특파원

(워싱턴=뉴스1) 류정민 특파원 =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전격 체포·축출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베네수엘라를 직접 통치하지 않고 무력 압박과 제재를 활용해 베네수엘라 정권의 정책에 개입하는 전략으로 가닥을 잡았다.

당초 미국에 강력 반발하던 부통령 등 마두로 측근들도 미국에 협력과 공존을 제안, 미국의 추가 공격을 피하고 내부 수습에 나설 뜻을 시사했다.

직접 통치는 대규모 지상군 투입 등 군사적 부담과 국제적 논란을 수반하는 만큼, 마두로 측근들이 미국의 요구를 어느 수준으로 수용할지 우선 지켜보겠다는 판단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 플로리다에서 워싱턴DC 백악관으로 향하는 에어포스원(미 대통령 전용기)에서 '누가 베네수엘라를 통치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대통령 권한대행에 임명된 델시 로드리게스 부통령을 의미하는 듯 "방금 지지를 받은 사람들을 상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누가 통치하고 있는지는 묻지 말라. 내가 답을 하면 매우 논란이 될 것"이라고 덧붙인 뒤 '그게 무슨 의미냐'는 재차 질문에 "우리가 책임지고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로드리게스 권한대행에게 무엇을 요구하느냐'는 질문에는 "완전한 접근권이 필요하다. 베네수엘라의 석유와 기타 자원에 대한 접근권이 필요하며, 이를 통해 베네수엘라를 재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는 앞서 마두로 체포 당일 "안전하고, 적절하며 현명한 정권 이양이 이뤄질 때까지 베네수엘라를 운영(run)하겠다"며 직접 통치를 시사했던 것과는 달라진 입장이다.

그러면서도 트럼프는 시사주간 애틀랜틱과의 인터뷰에서는 로드리게스 부통령을 향해 "제대로 행동하지 않으면 매우 큰 대가를 치를 것"이라며 "아마 마두로보다 큰 대가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기자들과 만나서는 "그들(새 지도부)이 제대로 행동하지 않으면 2차 타격을 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발언을 종합하면, 당분간 베네수엘라의 행정과 치안을 실제로 담당하고 있는 나머지 마두로 정권 인사들을 그대로 두고 압박하면서 노선 변경을 유도하되 미국이 원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을 경우 다른 선택을 고려하겠다는 것이다.

트럼프가 '우리가 책임지고 있다'라고 밝힌 부분은, 마두로 정권 인사들을 내세운 간접적인 방식이지만 실질적인 통제력은 미국이 행사하고 주장으로 보인다.

'베네수엘라 야권 인사 석방이나 이른 시일 내 선거를 치르도록 요구하겠느냐'라는 질문에는 "아직 그런 상황까진 가지 않았고, 어떤 상황인지에 따라 다르다"면서 "우선 상황을 바로잡는 데 더 집중하고 있다"라고 답했다.

베네수엘라 야권 지도자인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나 2024년 베네수엘라 대선 때 마두로 대통령과 맞붙었던 에드문도 곤살레스보다는 현 베네수엘라 정부를 우선 상대하겠다는 의미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 3일(현지시간) 플로리다 마러라고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체포·압송 작전 배경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2026.01.04 ⓒ 로이터=뉴스1 ⓒ News1 류정민 특파원
美국무 "새 지도부 정책 변화 지켜볼 것"…군사 옵션도 열어둬

같은 날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도 ABC, NBC, CBS와 잇달아 인터뷰하며 당분간 로드리게스 부통령 등 현 지도부를 상대로, 군사력이나 석유 수출 봉쇄, 제재 등을 통한 영향력 확대·유지 구상을 밝혔다.

루비오 장관은 전날 트럼프 대통령이 '운영'을 말한 것에 언론 등이 집착하고 있다고 불만을 표하면서 "우리가 운영하는 것은 국가가 아니라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의 목표는 베네수엘라의 권력 구조를 직접 떠안는 것이 아니라 미국의 안보와 이해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정책 변화를 끌어내는 데 있다는 취지의 설명이다.

베네수엘라 조기 선거 계획에 대해서도 "지금 단계에서 선거를 논의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마두로가 체포된 지 24시간도 안 됐는데 모두들 왜 내일 선거가 예정돼 있지 않느냐고 묻는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이제 새로운 사람들이 자리에 앉았으니, 그들이 어떤 행동을 하거나 하지 않는지를 지켜볼 것"이라면서 "우리는 그들이 궁극적으로 베네수엘라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조치들을 취하기 시작하기를 희망한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카리브해 미 해군 병력 배치가 유지될 것이며, 그 목적은 "정권이 수익을 창출하는 방식의 일부를 마비시키는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베네수엘라 측의 공식 발언이나 정치적 수사보다는 실제 행동 변화를 기준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루비오는 베네수엘라 정부가 국영 석유 산업을 외국인 투자에 개방하고 여타 변화를 단행할 때까지 미군은 미국의 제재 대상에 오른 유조선들이 베네수엘라에 출입하는 것을 계속 막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사용할 수 있는 선택지를 공개적으로 배제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추가적인 군사 조치를 여전히 고려하고 있음을 상기시켰다.

뉴욕타임스(NYT) 보도에 따르면 백악관 당국자는 루비오 장관이 이날 인터뷰에서 언급한 내용은 트럼프 대통령이 베네수엘라를 운영하겠다고 한 발언의 의미를 자세히 설명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또 트럼프 대통령의 고위 참모들이 베네수엘라 현 지도부와 "계속해서 외교적으로 관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쿠바계 미국인인 루비오 장관은 트럼프 행정부에서 마두로 대통령을 축출 계획을 주도했으며, 이는 스티븐 밀러 백악관 부비서실장과 존 랫클리프 중앙정보국(CIA) 국장의 지지를 받았다고 NYT는 보도했다.

그는 CBS와의 인터뷰에서 "21세기 트럼프 행정부 하에서 서반구에 헤즈볼라, 이란 그리고 세계의 모든 악의적인 세력의 영향력 아래 있는 베네수엘라 같은 나라를 용납할 수 없다"라고 강조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워싱턴포스트(WP), NYT 등 미 주요 언론은 이번 마두로 축출과 관련한 트럼프 대통령과 루비오 장관의 일련의 발언을 두고 '함포 외교'로의 회귀라고 지적했다.

함포외교는 과거 제국주의 열강이 군함 무력시위로 약소국의 개항을 유도한 강압적 외교책을 일컫는다.

WSJ은 트럼프 행정부가 일종의 함포 외교로 회귀했다면서 "공격을 정당화하는 백악관 연설 없이, 의회 승인 없이, 그 나라의 미래에 대한 세부 계획도 없이 행동했다"라고 비판했다.

미국 해군 핵추진 항공모함 '조지워싱턴함'(CVN-73) 2025.11.5/뉴스1 ⓒ News1 윤일지 기자
베네수 임시대통령 "공존·협력 희망"…트럼프 위협에 태세 전환

마두로 대통령 강제 축출 후 임시대통령으로 취임한 델시 로드리게스 대통령 권한대행 겸 부통령은 사태 초기의 강경한 입장을 거두고 미국과의 공존을 강조하는 유화적 태도로 돌아섰다.

로드리게스 권한대행은 이날 텔레그램을 통해 "베네수엘라는 평화와 평화로운 공존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한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나라는 외부 위협 없이 존중과 국제 협력의 환경 속에서 살아가기를 갈망한다"며 "우리는 각국 내부의 평화를 먼저 보장함으로써 세계 평화가 구축된다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는 주권 평등과 내정 불간섭을 전제로 미국과 베네수엘라 간, 그리고 베네수엘라와 지역 내 다른 국가 간의 균형 잡히고 상호 존중하는 국제 관계 구축을 최우선 과제로 삼는다"며 "이러한 원칙은 우리가 다른 국가들과 외교를 하는 지침"이라고 설명했다.

로드리게스 권한대행은 미국에 "공동체의 지속 가능한 공존을 강화하기 위해 국제법 틀 안에서 공동 발전을 지향하는 협력 의제를 함께 추진할 것을 제안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을 명시하며 "우리 국민과 우리 지역은 전쟁이 아닌 평화와 대화를 누릴 자격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메시지가 "마두로 대통령의 변함없는 메시지이며 이 순간 베네수엘라 전체의 목소리"라며 "베네수엘라는 평화와 발전, 주권, 그리고 미래를 누릴 권리가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로드리게스는 마두로 대통령 체포 직후 "베네수엘라는 어떤 나라의 식민지도 되지 않을 것"이라며 "마두로만이 유일한 합법적 지도자"라고 강조한 바 있다. 또 "우리의 천연자원을 방어할 준비가 되어 있다"며 미국에 협조하지 않겠다는 뜻을 드러냈었다.

ryupd0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