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국무부 "韓 허위조작정보근절법, 기술협력 위태롭게 할 우려"

로저스 차관, 규제당국의 자의적 검열 가능성 지적

사라 로저스 미 국무부 공공외교 차관 엑스 계정

(서울=뉴스1) 양은하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한국 국무회의에서 30일 의결된 '허위조작정보 근절법'(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 대해 기술 협력까지 위험하게 만들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사라 로저스 미 국무부 공공외교 차관은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한국의 '네트워크법' 개정안은 겉으로는 명예를 훼손하는 딥페이크를 바로잡는 데 초점을 맞춘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 범위가 훨씬 더 넓게 미치며 기술 협력을 위태롭게 하고 있다"고 밝혔다.

로저스 차관은 또 "딥페이크가 우려 대상인 것은 당연하지만 규제당국에 자체 관점에 기반한 검열 권한을 주기보다는 피해자에게 민사적 구제수단을 제공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해당 법의 적용 범위가 지나치게 넓게 적용될 수 있고 허위조작정보를 판단하는 기준이 자의적일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낸 것으로 보인다.

허위조작정보 근절법은 정보통신망을 통해 확산하는 불법·허위 정보로부터 피해자를 보호하는 게 목적이다. 고의로 허위 또는 조작 정보를 유포해 타인에게 손해를 입힌 가해자에 대해 인정된 손해액의 최대 5배까지 배상 책임을 지우는 내용이 골자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법안 개정을 주도하면서 유럽연합(EU)의 디지털서비스법(DSA)을 참고했다고 설명했다.

2022년 EU가 제정한 DSA는 혐오 발언과 허위정보·조작정보 확산을 막기 위해 대형 온라인 플랫폼에 콘텐츠 관리 의무를 부과하는 법이다. 위반 시 기업의 연간 전 세계 매출의 최대 6%까지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다.

미국은 EU의 DSA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미국 기술 기업에 과도한 비용을 지우는 규제라며 비판해 왔는데 같은 맥락에서 허위조작정보 근절법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낸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EU가 이달 초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소셜미디어 기업 X(엑스)의 광고 정책 등을 문제 삼아 1억 2000만 유로의 과징금을 부과하자 DSA 입법에 관여한 전직 EU 집행위원 등 5명의 입국을 금지하는 제재를 부과하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허위조작정보 근절법이 온라인상의 모든 표현물을 적용 대상으로 삼아 표현의 자유를 광범위하게 침해한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yeh25@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