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메이커의 귀환'…트럼프-머스크 화해는 '차기 주자' 밴스 작품

머스크 신당 선언에 보수 분열 위기감…머스크 측근 NASA 국장 임명 관철
기술중심 세계관 공유해 과거부터 친분…머스크, 2028년 대선 후보로 밴스 판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14일(현지시간) 매릴랜드주 랜도버에서 열린 육군-해군 풋볼 경기를 JD 밴스 부통령 당선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와 관전을 하고 있다. 2024.12.15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올봄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신당 창당 의사를 밝혔던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대통령 사이를 중재한 것이 JD 밴스 부통령인 것으로 나타났다. 밴스 부통령과 그의 측근들이 이 새로운 정당이 2026년 중간선거와 이후 공화당에 악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해 압박을 가하거나 로비를 벌였다는 것이다.

29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밴스와 머스크는 대선 전부터 친분이 있었지만, 머스크가 정부효율부(DOGE) 프로젝트 때문에 워싱턴에 온 이후 더욱 가까워졌다. 새 행정부가 출범한 지 며칠 만인 2월, 밴스는 머스크를 해군 천문대에서 열린 자기 가족 저녁 식사에 초대했고, 이후 몇 달 동안 두 사람은 매주 여러 차례 통화를 했다. 앞서 트럼프에게 밴스를 부통령 후보로 지명하도록 로비한 것도 머스크였다.

하지만 머스크가 행정부로 들어온 후 대규모 감세법안 등 여러 정책과 인사 문제를 둘러싸고 트럼프 행정부 관리들과 마찰이 잦아졌고, 머스크가 공개적으로 트럼프 대통령과 부딪치며 끝내 결별로 이어졌다. 특히 신당 구상까지 내보이자 트럼프 행정부와 공화당 내에서는 내년 중간선거를 앞두고 보수 진영의 분열 우려가 커졌다.

이에 밴스는 머스크의 측근들에게 창당 계획을 철회하도록 압력을 가해줄 것을 촉구했다. 밴스는 의원들에게도 직접 로비를 벌여 머스크의 측근인 재러드 아이작먼을 미항공우주국(NASA) 수장으로 재지명하도록 지지를 호소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NASA는 머스크의 우주 탐사 사업인 스페이스X에 자금을 지원하는 기관인데 아이작먼이 소유한 기업은 스페이스X에 투자하고 계약도 한 관계다. 그를 NASA 수장에 임명한다면 고양이한테 생선을 맡기는 셈이 된다는 비판이 많았다.

WP에 따르면 밴스의 작업은 수개월에 걸쳐 진행되어 효과를 거두었다. 이 과정에서 수지 와일스 백악관 비서실장도 도왔다. 밴스의 설득에 머스크는 창당 계획을 백지화했다. 창당이 성공할 가능성이 작다는 머스크 주변 정치 참모들의 판단도 마음을 바꾼 이유였다.

소식통들은 지난 9월 초 보수 논객인 찰리 커크가 유타주의 한 대학 캠퍼스에서 강연 도중 총격 사망한 것도 머스크가 다시 친트럼프로 돌아서게 된 계기가 됐다고 전했다. 머스크가 이 사건으로 인해 자신이 행동에 나서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꼈다는 설명이다.

머스크의 지원이 여전히 필요한 트럼프 대통령도 다시 머스크를 받아들였다. 아이작먼의 지명을 반대하던 백악관 인사 담당 보좌관은 해외로 발령받았고 이는 "모두가 다시 서로를 좋아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 소식통이 말했다.

머스크는 지난 11월 백악관에서 열린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만찬에 참석하는 등 다시 워싱턴 정가에 돌아왔다.

머스크의 재력과 그가 가진 디지털 영향력은 트럼프가 정계에서 물러난 뒤에 마가(MAGA) 운동의 강력한 자산이 될 수 있는데 특히 밴스가 이 수혜를 입을 가능성이 크다고 관계자들은 보았다.

한 소식통에 따르면, 밴스는 머스크와 정기적으로 소통하며, 머스크는 밴스를 2028년 대선 후보로 고려하고 있다. 실리콘밸리 투자자 출신인 밴스와 머스크는 기술 중심적인 세계관뿐만 아니라 온라인 활동, 특히 머스크의 소셜미디어 플랫폼인 X에서의 활동에 열심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와 밴스 양측에 머스크는 관종 성향이 있고 자신의 세계관에 맞춰 정책을 추진하려 하기 때문에 여전히 부담되는 존재다. 한 관계자는 "머스크는 일종의 킹메이커 역할을 즐긴다"며 "킹메이커의 역할에는 자신이 왕(실세)이라는 사실을 전 세계에 알리는 것이 포함된다"고 꼬집었다.

ky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