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보수파 뉴욕 가톨릭 수장 교체…"MAGA와 거리두기 신호"

신임 뉴욕대교구장에 개혁 성향 힉스 대주교 임명
교회 내 트럼프 행정부 反이민정책 비판 목소리 커져

차기 뉴욕대교구장으로 임명된 로널드 힉스 대주교(왼쪽)와, 퇴임을 앞둔 뉴욕대교구장 티모시 돌런 추기경이 1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세인트 패트릭 대성당에서 열린 미사에 참석하고 있다. 2025.12.18. ⓒ 로이터=뉴스1 ⓒ News1 윤다정 기자

(서울=뉴스1) 윤다정 기자 = 레오 14세 교황이 미국에서 2번째로 큰 교구인 뉴욕대교구장에 개혁 성향 로널드 힉스 대주교를 임명하면서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진영과 거리두기 신호를 보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임자인 티모시 돌런 추기경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공화당을 중심으로 보수 가톨릭 진영을 결집시킨 인물이다.

28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교황은 지난 18일 돌런 추기경의 사임을 수락하고 뉴욕대교구장 후임으로 일리노이주 졸리엣 교구장 힉스 대주교를 임명했다.

힉스 대주교는 교황과 같은 시카고 출신으로, 졸리엣 교구에서 주교로 재임 전에는 5년간 엘살바도르에서 선교사로 활동했다.

힉스는 미국 이민자들의 첫 관문 역할을 해 온 뉴욕의 역사를 기리며 "'황금의 문'의 약속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다양한 신앙 지도자들과 시민 지도자들과 함께 일하겠다"고 다짐했다.

전임자인 돌런 추기경은 강경 보수 성향의 베네딕토 16세 교황 시절 뉴욕대교구장으로 임명됐다. 미국 가톨릭교회의 정치적 양극화가 심화하는 가운데 민주당을 공개 비판하며, 임명 후 16년간 미국 내에서 정치적 영향력을 키워 온 인물이다.

미국 가톨릭 주교회의 의장 시절에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주도한 '오바마 케어'(ACA·건강보험개혁법)를 공개 비판했다. 또 찰리 커크 피살 사건 직후에는 그를 '현대판 성 바오로'라고 묘사하는 등 보수 성향이 뚜렷한 행보를 이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월 콘클라베 기간 중 "뉴욕 출신 추기경이 아주 훌륭하다"며 돌런 추기경이 프란치스코 교황의 후임으로 선출되기를 바란다는 뜻을 나타나기도 했다.

교황은 플로리다 팜비치 교구장(주교)에는 도미니카공화국 이주민 출신인 뉴욕 브루클린 교구의 마누엘 데 헤수스 로드리게스 신부를 지명했다. 팜비치 교구는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별장인 마러라고 리조트가 위치한 지역을 관할한다.

이러한 인선은 미국 가톨릭교회 내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한 반(反)이민 정책과 이민세관단속국(ICE)의 대대적 단속에 대한 비판이 커지는 가운데 나왔다.

교황은 트럼프 행정부를 직접 비판한 적은 없지만, 취임 후 줄곧 미국의 비인도적인 이민자 처우에 대한 우려를 표명해 왔다.

미국 가톨릭 주교회의는 지난 11월 이례적인 '특별 사목 메시지'를 통해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자 추방 정책에 반대한다는 뜻을 표했다.

블레이즈 J. 쿠피치 시카고 대주교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분명히 말하겠다. 교회는 이민자들과 함께한다"며 "미국인들은 우리 모두가 이민자 가정 출신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mau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