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직구했더니 파손·폐기돼…트럼프 관세에 막힌 소포들

800달러 면세 폐지·강화된 통관에 혼란 가중
부품 폐기, 배송 지연 속출…소비자·기업 피해 눈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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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정책 영향으로 미국에 수입되는 소포들이 통관 과정에서 발이 묶이거나 파손·폐기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2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몇 달간 수만 개의 수입품이 미국 국경을 넘지 못하고 창고에 쌓이고 있으며, 이들 중 일부는 반송되거나 폐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텍사스주에 사는 매슈 갈로는 최근 황당한 경험을 했다. 자신의 빈티지 재규어 자동차에 필요한 에어컨 부품을 영국에서 주문했는데, 운송업체로부터 1600달러(약 230만 원)짜리 부품이 세관에서 폐기 처분됐다는 통보를 받은 것이다.

이유를 알아보니 미국 세관국경보호국(CBP)이 부품에 포함된 철과 알루미늄의 원산지가 불분명하다는 이유로 통관을 불허하고 폐기 처분 해버린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의 예측하기 어려운 관세 변동과 한층 엄격해진 통관 절차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혼란의 핵심 원인은 지난 8월 폐지된 소액 면세 제도였다. 이전까지는 800달러 이하 개인 수입품은 관세 없이 신속하게 통관됐지만 이 제도가 사라지면서 수많은 소액 물품이 관세 부과 대상이 돼 복잡한 서류 절차를 거치게 됐다.

이로 인한 피해는 일반 소비자와 중소기업에 집중되고 있다. 스웨덴의 가정용품 회사 대표 아니 세르네아는 8월 말부터 미국행 배송이 지연되기 시작해 상품과 배송비로 약 6000달러의 손실을 봤다고 주장했다.

일부 소포는 세관을 통과하지 못해 폐기됐고 한 고객에게 배송된 칵테일 잔은 산산조각 난 채 도착하기도 했다.

인도네시아에서 액자용 목재 틀을 수입하는 아민 샤도 WSJ 인터뷰에서 샘플 제품이 아무런 설명 없이 몇 달 동안 세관에 묶여 있었다고 토로했다.

미 당국은 이런 조처가 의도된 것이었다는 입장이다. CBP 대변인은 "소비자들은 해외 구매 물품이 미국의 주와 연방 수입 규정을 준수하는지 확인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미 식품의약국(FDA) 또한 "잠재적으로 안전하지 않거나 규정을 준수하지 않는 제품이 미국 소비자에게 도달하는 것을 막는 조처"라며 통관 거부가 1년 새 60% 급증한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물류 혼란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운송업체들은 바뀐 규정을 준수하기 위해 노력하고는 있지만 급변하는 정책에 대응하기는 역부족이라고 토로했다.

통관 대행업체 IBC의 최고경영자 조셉 코스티건은 "우리가 모두 하루아침에 이런 변화에 적응하는 건 불가능했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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