엡스타인 파일 3만쪽 추가 공개…"트럼프 20대女와 전용기 동승"

CNN·WP "1990년대 엡스타인 전용기에 트럼프 8차례 탑승 기록"
이번에도 삭제 후 재공개…법무부 "트럼프 관련 선정적 주장들 신빙성 없어"

미국 법무부가 23일(현지시간) 미성년자 성착취범 제프리 엡스타인 수사 자료를 추가로 공개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엡스타인의 공범 길레인 맥스웰의 모습. ⓒ 로이터=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워싱턴=뉴스1) 류정민 특파원 = 미국 법무부가 미성년자 성착취범 제프리 엡스타인의 수사 자료 약 3만 페이지를 추가 공개한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언급된 문건들이 다수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워싱턴포스트(WP)와 CNN 보도에 따르면 법무부가 공개한 파일 중에는 2020년 1월 8일 뉴욕남부지방검찰청 소속 검사가 작성한 이메일이 포함돼 있는데, 검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1993년부터 1996년 사이에 엡스타인의 전용기에 8차례 탑승했다고 적었다.

특히 한 비행에는 트럼프와 엡스타인, 20세 여성이 함께 탑승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다른 2건의 비행에서는 승객 중 2명이 여성이었는데, 이들은 맥스웰 사건에서 증인이 될 수 있다고 검사는 이메일에 적었다.

또 최소 4번의 비행에는 엡스타인의 옛 연인이자 공범인 길레인 맥스웰도 동승했다고 기록했다. 검사는 메모에 트럼프 대통령이 이전에 보도된 것보다 훨씬 더 여러 차례 엡스타인의 전용기를 이용했다는 코멘트를 달았다.

아울러 미연방수사국(FBI)이 2000년대 초반 트럼프가 엡스타인이 주최한 파티에 참석했다는 여러 제보를 수집한 자료도 포함돼 있다.

WP는 해당 문서들이 22일 오후와 저녁 수 시간 동안 열람할 수 있었다가 오후 8시 전후 일시적으로 삭제된 뒤, 자정 무렵 다시 게시됐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추가적인 수정 작업이 이뤄졌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법무부는 문서가 게시됐다가 삭제된 이유에 대한 질문에 즉시 답변하지 않았고, 백악관도 새로 공개된 문서에 대한 논평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WP는 다만 수사 문서에 이름이 언급됐다고 해서 범죄 행위를 저질렀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트럼프가 엡스타인의 범죄 활동에 연루됐다는 혐의를 받은 적은 없다고 지적했다.

또 이번에 공개된 문서를 통해서는 한때 엡스타인을 트럼프 대통령의 열렬한 지지자였던 세자르 사요크와 같은 감방에 수감할 계획이었다는 내용도 공개됐다.

사요크는 2019년 민주당 주요 인사들과 언론인들에게 폭발물을 우편으로 보낸 혐의로 20년형을 선고받았다.

법무부는 의회에서 거의 만장일치로 처리된 '엡스타인 파일 투명성 법'에 따라 지난 19일부터 엡스타인 수사 자료를 순차적으로 공개하고 있다.

앞서 공개한 자료에는 트럼프 대통령 관련 내용이 거의 없었고, 공개된 사진 중 트럼프 대통령의 모습이 담긴 사진은 삭제했다가 비난이 일자 다시 게재하는 등 투명성에 논란이 일고 있다.

엡스타인의 학대 피해자인 헤일리 롭슨은 이날 CNN과의 인터뷰에서 수사파일 공개 방식에 불만을 표하며 "트럼프 대통령이 탄핵되기를 간절히 바란다"라고 말했다.

법무부는 이날 소셜미디어 엑스(X)를 통해 "이번에 공개된 문건 일부에는 2020년 대선 직전 FBI에 제출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허위이자 선정적인 주장이 포함돼 있다"며 "조금이라도 신빙성이 있었다면 이미 정치적 공격 수단으로 활용됐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법과 투명성에 대한 우리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엡스타인 피해자에 대한 법적으로 요구되는 보호 조치를 적용한 상태로 이 문서들을 공개한다"라고 부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 엡스타인과 알고 지낸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그의 범죄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일관되게 주장해 왔다.

다만 추가 자료 공개가 이어질수록 트럼프 대통령과 엡스타인의 과거 관계가 재조명되면서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법무부가 지난 19일(현지시간) 공개한 미성년자 성착취범 제프리 엡스타인 관련 파일에 포함돼 있는 사진. 엡스타인과 그의 옛 연인이자 공범인 길레인 맥스웰이 전용기를 타고 있는 모습으로 보인다.2025.12.23. ⓒ 로이터=뉴스1 ⓒ News1 류정민 특파원

ryupd0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