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소폭 상승…넘치는 원유에 지정학 위기 불안 다소 완화

美, 압류한 베네수 원유 매각 검토… 우크라, 러 유조선 공격

22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카라카스에서 미국에 항의하는 오토바이 행렬에 참여한 한 운전자가 해적 복장을 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사진을 오토바이에 부착했다. 이날 해적 복장을 한 오토바이 운전자 수십 명은 미국이 제재 대상 유조선에 대한 봉쇄 조치의 일환으로 베네수엘라산 석유를 실은 선박들을 나포한 것에 항의하며 카라카스 시내를 행진했다. 2025.12.22. ⓒ AFP=뉴스1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국제 유가가 베네수엘라의 지정학적 리스크와 공급 과잉이라는 상반된 재료 사이에서 소폭 상승했다. 미국이 베네수엘라로부터 압류한 원유를 시장에 풀 수 있다는 소식과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그림자 함대'를 공격했다는 소식이 맞물렸다.

23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37센트 상승한 배럴당 58.38달러를 기록했다. 브렌트유 선물도 31센트 오른 배럴당 62.38달러에 마감했다.

유가는 이날 공급 과잉 우려에 부딪혀 상승세가 주춤해졌다. 전날 미국과 베네수엘라의 긴장 고조로 2% 이상 폭등했다. IG의 분석가 액셀 루돌프는 "기록적인 수준의 해상 저장 재고와 공급 과잉 상태가 유가의 추가 상승을 가로막고 있다"며 "거래량이 적은 연말 휴가 주간임을 고려할 때 상승 여력은 제한적"이라고 진단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베네수엘라 인근 해역에서 압류한 원유를 미국이 직접 보유하거나 매각할 수 있다고 밝혔다. 베네수엘라에 대한 '해상 봉쇄'로 인한 공급 차질 우려를 일정 부분 상쇄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바클레이즈 은행은 "2026년 상반기까지 원유 시장은 충분한 공급 상태를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지정학적 혼란이 장기화될 경우 내년 4분기에는 초과 공급 물량이 하루 70만 배럴까지 줄어들며 시장이 타이트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원유 시장의 또 다른 뇌관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제재 회피용 '그림자 함대(Shadow Fleet)'와 항만 시설을 직접 타격하기 시작하면서 공급 불안을 자극하고 있다.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오데사 항구를 연이어 공습한 가운데, 우크라이나 역시 드론을 이용해 러시아 크라스노다르 지역의 부두와 선박 2척을 타격하며 화재를 일으켰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자금줄인 원유 수출을 막기 위해 해상 물류망을 집중적으로 공략하고 있어, 베네수엘라 사태와 맞물려 해상 운송 리스크가 극대화되는 양상이다.

shinkir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