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보다 기부가 즉효"…트럼프, 3조 받고 공직·사면·사업 퍼줘

NYT, 346명 거액 기부자 추적…대가성 정황 포착
백악관 무도회장·미국 250주년 사업 등 기부처 다변화…대통령이 직접 기부자 챙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루스벨트룸에서 '트럼프 골드 카드'를 들고 있다. 2025.12.19 ⓒ AFP=뉴스1 ⓒ News1 국제부 공용 기자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한 이후 기부받은 금액이 약 20억 달러(약 2조9600억 원)에 달한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는 현대 미국 정치사에서 전례 없는 규모로, 거액 기부와 그에 따른 대가성 혜택을 둘러싼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의 불투명한 자금 조달 구조를 파헤친 탐사 보도를 통해 최소 25만 달러를 기부한 후원자 346명이 낸 총 5억 달러 이상의 자금을 추적했다.

그 결과 기부자 중 절반 이상이 정부 계약과 사면, 고위직 임명 등 직접적인 혜택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약 2억 4000만 달러를 모금한 취임식 위원회와 정치행동위원회인 '마가 주식회사', 백악관 무도회장 신축, 미국 건국 250주년 기념 사업 등 기부 창구를 다변화했다.

기부자들은 이른바 '뷔페식'으로 원하는 곳에 기부하며 대통령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기회를 얻고 있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누가 얼마를 냈는지 직접 꼼꼼히 챙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와 함께 한 피터 시엘 팰런티어 회장. ⓒ 로이터=뉴스1

대표적인 사례로 데이터 분석 기업 팰런티어는 백악관 무도회장 신축에 1000만 달러, 미국 250주년 기념 사업에 500만 달러를 기부했다. 이후 팰런티어는 이민세관단속국(ICE)의 불법 이민자 추방 소프트웨어 개발 등 수억 달러 규모의 연방정부 계약을 따냈다.

대통령이 추진하는 미사일 방어 시스템 '골든 돔' 사업 수주를 노리는 엔지니어링 회사 파슨스 또한 무도회장 신축에 250만 달러 기부를 약정했다.

카지노 거물인 미리엄 애덜슨이 후원하는 재단은 무도회장 신축에 2500만 달러 기부를 약속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주 백악관 하누카 파티에서 애덜슨을 공개적으로 칭찬하며 그의 거액 기부 사실을 언급했다.

또 다른 후원자 부부는 취임식과 슈퍼팩에 총 150만 달러를 기부한 뒤 아들인 하워드 브로디가 핀란드 주재 미국 대사로 지명되는 혜택을 받았다.

통상 재선에 성공한 대통령은 개인적인 모금 활동을 줄이는 게 관례였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례적인 모금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미국 정치권의 공정성과 투명성에 흠집이 가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백악관은 기부자들이 특별 대우를 받는다는 의혹을 부인했다. 리즈 휴스턴 백악관 부대변인은 성명을 내고 "트럼프 대통령의 유일한 동기는 미국민의 삶을 개선하는 것"이라며 "그를 지지하는 기부자들은 공격이 아닌 축하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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