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트럼프' 래리 엘리슨 57조원 개인보증…워너브라더스 인수전 '요동'

파라마운트 자금 불확실성 해소 위해 '직접 보증'
워너 + 3.5% 파라마운트 +4.2% 넷플릭스 -1.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백악관 루스벨트룸에서 손 마사요시소프트뱅크 회장(왼쪽에서 두 번째), 래리 엘리슨 오라클 창업자,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 등과 함께 AI 인프라 프로젝트를 발표하고 있다. 2025.1.21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오라클의 공동 창업자이자 세계적인 자산가인 래리 엘리슨이 아들 데이비드 엘리슨이 이끄는 파라마운트 스카이댄스의 워너브라더스 디스커버리(WBD) 인수를 지원하기 위해 파격적인 승부수를 던졌다.

22일(현지시간) 래리 엘리슨은 이번 인수에 필요한 자기자본 조달분 475억달러의 85%에 해당하는 404억 달러(약 57조 원)에 대해 본인이 직접 '취소 불가능한 개인 보증(Irrevocable Personal Guarantee)'을 제공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신뢰성' 문제 삼던 워너 이사회에 엘리슨 '개인보증' 대응

이번 조치는 지난주 워너브라더스 이사회가 파라마운트의 인수 제안을 거절하며 내세운 "자금 조달의 불확실성"을 단번에 해결하기 위한 조치다. 당시 워너 이사회는 파라마운트의 제안이 '엘리슨 가족 신탁'이라는 불투명한 구조에 의존하고 있다며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대신 넷플릭스와의 합병안(약 827억 달러 규모)을 선호한다고 밝힌 바 있다.

경쟁자인 넷플릭스의 경우 827억 달러의 인수 대금을 제시하며 파라마운트보다 총액은 높지만, 상당 부분을 부채(Debt)로 조달하려 하고 있어 이사회로부터 재무 건전성에 대한 우려를 산 바 있다.

반면 파라마운트 측은 래리 엘리슨이라는 세계적 자산가의 '현금 동원력'을 앞세워, 넷플릭스보다 부채 비율은 낮추고 자기자본 비중을 높여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래리 엘리슨이 개인 자격으로 404억 달러를 보증한 것은 단순히 돈을 빌려주는 것 이상으로 확실한 담보라는 점에서 적대적 인수합병이 가속화할 수 있다. 엘리슨 가족 신탁이 보유한 오라클 보통주 약 11억 6,000만 주(수천억 달러 가치)를 배경으로, 거래가 무산될 경우 발생하는 손해배상 청구까지 본인이 책임지겠다는 확약이기 때문이다.

이번 보증으로 "돈이 준비되지 않았다"는 워너 이사회의 명분이 사라질 수 있다. 파라마운트는 주당 30달러의 전액 현금 매수 조건을 유지하며 주주들에게 직접 호소하는 적대적 공개 매수를 1월 21일까지 이어갈 계획이다.

워너·파라마운트 동반 상승…넷플릭스 vs 파라마운트, 결전의 시간

엘리슨의 개인보증 소식이 전해지자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워너브라더스는 자금조달 리스크 해소에 따른 인수 프리미엄 기대로 주가가 3.5% 상승했다. 파라마운트는 워너브라더스 인수 기대감으로 주가가 4.2% 급등했다. 반면 넷플릭스 주가는 1.3% 빠졌다.

현재 워너브라더스 이사회는 여전히 넷플릭스의 제안이 더 우수하다는 입장이지만, 래리 엘리슨의 참전으로 주주들의 표심은 흔들리고 있다.

넷플릭스는 워너의 스튜디오와 스트리밍 자산만 가져가려는 반면, 파라마운트는 CNN과 디스커버리 채널을 포함한 회사 전체를 인수하겠다는 계획이어서 주주 가치 극대화 측면에서 파라마운트가 유리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shinkir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