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안방서 러·우와 연쇄 회담…"건설적" 말뿐 한 걸음도 못나가

19일부터 사흘간 마이애미에 3국 및 유럽 대표단까지 결집
"러시아 한치도 양보 안해"…美선 '푸틴 압박' '중재 지속' 엇갈려

지난 15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 총리관저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미국 특사 스티브 위트코프가 만나는 장면.2025.12.15.<자료사진>ⓒ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지난 주말까지 미국과 우크라이나 간, 그리고 미국과 러시아 간에 이뤄진 비공개 회담이 결국 빈손으로 종료됐다. '생산적'이었다는 논평이 나왔지만 실제로는 깊은 균열만 확인했고 미국 특사들을 따로 만난 러시아로부터는 합의 훼방 메시지가 난무했다.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 우크라이나 키이우포스트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고위 대표단, 유럽 동맹국들은 사흘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특사 스티브 위트코프가 주재하는 별도 회담을 위해 플로리다 마이애미에 머물렀다. 러시아에서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측근인 키릴 드미트리예프 국부펀드 대표가 나섰다.

진전된 것 없는 "생산적이고 건설적 회담"

위트코프 특사와 우크라이나 수석 대표 루스템 우메로우 국가안보국방위원회 서기는 이날 X에 올린 각각의 성명에서 "지난 사흘 동안 플로리다에서 우크라이나 대표단이 미국 및 유럽 파트너들과 일련의 생산적이고 건설적인 회담을 가졌다"고 밝혔다.

위트코프는 "평화는 단순히 적대 행위의 중단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안정적인 미래를 위한 존엄한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메로우 역시 같은 메시지를 전하며, 우크라이나는 "정의롭고 지속 가능한 평화를 달성하기 위해 전적으로 헌신하고 있다"며 "더 나아가 진전과 실질적인 성과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회담에서 진전된 것은 없었다. 한 관계자는 "이번 회담은 합의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입장을 조율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었다"며 "러시아는 한 치도 양보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양보 없는 러시아…회담을 서방 분열 기회로 삼아

나아가 러시아 대표단은 마이애미 회담을 다른 목적, 즉 미국과 유럽 사이에 분열을 조장하는 데 이용했다고 분석가들은 보았다. 드미트리예프는 이날 대부분의 시간을 소셜미디어를 통해 유럽 지도자들과 서방 언론을 맹렬히 비난하는 데 보냈다.

드미트리예프는 일련의 게시물에서 "글로벌리스트 언론"이 트럼프의 평화 계획을 훼손하고 있다고 비난했으며, EU 정치인들이 국내 실패를 은폐하고 무기 판매로 이익을 얻기 위해 유럽을 러시아와의 전쟁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미국에 3자 협상을 제안한다고 말한 다음 날이기도 한 이날 오전 푸틴 대통령의 외교정책보좌관인 유리 우샤코프는 "현재로서는 누구도 이 제안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또 미국과의 협상에서 논의된 대부분의 제안은 우크라이나와 유럽 대표들이 제시한 것이었으며 "(이 회담이) 오히려 비생산적이었다"고 직설적으로 논평했다.

한 유럽 외교관은 "이는 눈에 띄지 않게 진행된 메시지 작전이었다"며 "목표는 워싱턴에 '유럽이 걸림돌이다'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앞서 미국과 우크라이나가 발표한 성명은 위트코프 특사의 러시아 측 회담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대신 우크라이나 및 유럽과의 협력에 초점을 맞춘 것이었다. 그러다 몇시간 후 위트코프 특사는 별도의 소셜미디어 게시물을 통해 드미트리예프 러시아 특사와의 회담 사실을 공개적으로 인정하며 또 러시아에 화해적인 메시지를 냈다.

그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평화 달성에 전적으로 전념하고 있다"며 "우크라이나 분쟁 해결과 세계 안보 재확립을 위한 미국의 노력과 지원을 매우 높이 평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런 '띄워주기'가 무색하게 러시아는 회담이 비생산적이었다고 쏘아붙인 것이다.

압박 강화? 고립주의 선택?…미국의 기로

미국에서는 지지부진한 우크라이나 협상 진전을 위해 푸틴 대통령에 대한 압박을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과 더 큰 분쟁은 안된다는 입장이 대립하고 있다.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공화당·사우스캐롤라이나)은 이날 푸틴 대통령이 협상단을 속이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 푸틴 대통령이 현재의 제안을 거부한다면, 러시아산 원유를 운반하는 선박을 나포하고, 해당 원유를 구매하는 국가에 2차 관세를 부과하며, 러시아를 테러 지원국으로 지정하는 등 압박 수위를 높여야 한다면서 "판도를 완전히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행정부 내에서는 고립주의적인 의견도 만만치 않다. 털시 개버드 국가정보국(DNI) 국장은 이날 "딥스테이트의 호전주의자들(예전의 네오콘과 유사한 성향의 워싱턴 강경파들)"과 그들과 동맹을 맺은 언론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평화 추진 노력을 약화하고 미국을 더 큰 분쟁으로 끌어들이려 한다고 비난했다.

유럽은 전쟁이 장기적인 교착 상태에 빠질 것에 대비하고 있다. 유럽연합(EU) 정상들은 19일 우크라이나의 군사 및 경제적 필요를 위해 향후 2년간 1050억 달러(약 155조5365원)를 지원하기로 합의했는데 이는 전쟁이 쉽게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한 것을 의미한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ky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