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베네수 원유 실은 유조선 추가 나포…"마두로 압박 강화"(종합)

10일 이어 두번째…"中 정유시설로 원유 이송하던 中업체 소유"
마두로 정부 "또 한번의 민간 선박 절도·납치 강력 규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자료사진) ⓒ AFP=뉴스1 ⓒ News1 강민경 기자

(런던=뉴스1) 이지예 객원기자 = 미국이 베네수엘라 연안에서 베네수엘라산 원유를 실은 유조선 한 척을 열흘 만에 추가로 나포,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을 향한 압박 강도를 끌어올렸다.

뉴욕타임스(NYT)는 20일(현지시간) 익명을 요구한 미국 관리와 베네수엘라 석유업계 관계자를 인용해 미국 해안경비대가 이날 새벽 파나마 국적의 유조선 '센추리스' 호를 정지시켜 승선 검사를 실시했다고 보도했다.

크리스티 놈 미국 국토안보부 장관은 이날 오후 소셜미디어 엑스(X) 게시글에서 해안경비대가 베네수엘라 항구에서 출항한 유조선을 "나포했다"며 "미국은 이 지역의 마약 테러 자금 조달에 사용되는 제재 대상 석유의 불법 유통을 계속 추적할 것"이라고 밝혔다.

놈 장관은 미군이 헬리콥터에서 함선 갑판으로 로프를 타고 내려오는 모습으로 보이는 영상도 게시했다.

미국이 최근 역내 대규모 병력 증강을 진행하면서 베네수엘라 연안에서 유조선을 나포한 사례는 이번이 두 번째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10일 베네수엘라산 원유를 운송하던 스키퍼 호를 나포한 바 있다. 스키퍼 호는 과거 이란산 원유를 운송한 혐의로 미국의 제재 대상에 올라 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7일 베네수엘라를 오가는 제재 대상 유조선의 입·출항을 전면 봉쇄한다고 선언하며 유조선 추가 나포를 경고했다.

다만 이날 추가 나포된 센추리스 호는 미국의 제재 대상에 올라 있지 않다. 베네수엘라 석유업계 관계자들은 유조선이 중국에 본사를 둔 석유거래업체 소유이며, 과거에도 베네수엘라산 원유를 중국 정유시설로 운송한 이력이 있다고 말했다고 NYT는 전했다.

세계 최대 원유 매장량을 가진 베네수엘라는 미국의 제재로 인해 국제 석유시장 참여가 막혀 있으며, 중국 정유사들이 대부분의 원유를 사들이고 있다.

NYT는 글로벌 해운 모니터링 업체 분석을 인용해 센추리스 호가 12월 7일부터 12월 11일 사이 베네수엘라에서 180만~200만 배럴의 원유를 선적했으며 이번이 센추리스 호가 2020년 이후 베네수엘라산 원유를 수출한 일곱 번째 사례라고 보도했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성명을 통해 "베네수엘라산 석유를 운송하던 또 다른 민간 선박의 절도 및 납치, 그리고 선원들의 강제 실종 사건을 강력히 규탄하고 단호히 거부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제재 대상 유조선 전면봉쇄 선언 이후 마두로 대통령은 베네수엘라 항구를 떠나는 유조선들을 해군 함정이 호위하도록 지시해 양국 병력 간 무력 충돌 가능성이 커졌다.

베네수엘라 해군 추정 함정 3척이 센추리스 호를 베네수엘라의 배타적경제수역 경계까지 호위한 것으로 보이며, 다만 이날 유조선 나포 사건 당시에는 현장에 없었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NYT는 전했다.

그간 트럼프 행정부는 마두로 정권을 미국인들의 생명을 앗아가는 서반구 마약 카르텔의 배후로 지목하고 베네수엘라에 대한 군사적 압박을 강화하고 나섰다.

9월 초 이후 베네수엘라 인근 동태평양과 카리브해에서 20여 차례에 걸쳐 마약 운반이 의심되는 선박을 공격했고 최소 100명을 살해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베네수엘라에 대한 지상 작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마두로 대통령과 통화를 갖고 즉각적인 사퇴 및 해외 망명을 요구하기도 했다.

ez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