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네타냐후 '체포·영장조사' 국제형사재판소 판사 2명 제재

루비오 국무 "ICC, 이스라엘 겨냥한 정치 행보"
ICC "노골적 공격, 국제 사법기관 독립성 위협"

지난 9월 16일(현지시간) 미국 국무장관 마코 루비오가 이스라엘 공식 방문을 마치고 텔아비브에서 카타르로 출발하기 위해 벤구리온 국제공항에서 비행기에 탑승하기 전 엄지 손가락을 치켜 세우고 있다. 2025.09.16. ⓒ AFP=뉴스1 ⓒ News1 권영미 기자

(워싱턴=뉴스1) 류정민 특파원 =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가자지구 전쟁과 관련해 이스라엘을 수사해 온 국제형사재판소(ICC) 판사 2명을 직접 제재했다. 이스라엘 지도부를 겨냥한 ICC의 사법 절차에 대해 미국이 제재 카드로 대응에 나선 것이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18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조지아 국적의 고차 로르드키파니제 판사와 몽골 국적의 에르데네발수렌 담딘 판사를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국제형사재판소에 대한 제재 부과'를 규정한 행정명령 14203에 따른 것이다.

국무부는 이들 판사가 이스라엘의 동의 없이 이스라엘 국민을 상대로 한 수사와 체포, 구금, 기소 절차에 직접 관여했으며, 지난 15일 이스라엘의 항소를 기각한 ICC 결정에 찬성표를 던졌다고 설명했다.

루비오 장관은 "ICC는 이스라엘을 겨냥한 정치화된 행보를 지속하며 모든 국가에 위험한 선례를 만들고 있다"며 "미국과 이스라엘의 주권을 침해하고, 양국 국민을 ICC 관할에 부당하게 종속시키는 권한 남용을 결코 용납하지 않겠다"라고 밝혔다.

그는 또 "ICC에 대한 우리의 입장은 분명하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ICC 설립 조약인 '로마 규정'의 당사국이 아니므로 ICC의 관할권을 인정하지 않는다"며 "미국은 ICC의 법적 공세와 월권행위에 대해 의미 있는 실질적 조치로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제재는 이스라엘 총리 베냐민 네타냐후를 포함한 이스라엘 지도부에 대한 ICC의 체포영장 및 수사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나왔다.

ICC 검찰은 지난해 5월 네타냐후 총리와 요아브 갈란트 당시 이스라엘 국방장관,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수뇌부들에 대해 전쟁 범죄 혐의로 체포영장을 청구했고, ICC 예심재판부는 영장을 발부했다.

이스라엘은 조사를 중단하고 체포영장도 철회하라며 항고했지만, ICC 항소재판부는 이달 15일 이를 기각했다.

ICC는 이번 미국의 제재에 대해 "노골적인 공격"이라며 반발했다.

ICC는 성명을 내고 "사법 관계자들이 법을 적용했다는 이유로 위협을 받을 때, 위험에 처하는 것은 바로 국제법 질서 그 자체"라는 입장을 밝혔다.

ryupd0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