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치문양 '증오'→'분열' 제재완화…美해안경비대사령관 임명 제동

민주당 상원의원들 문제제기

지난 11일(현지시간) 케빈 런데이 해안경비대 사령관이 워싱턴 DC에 있는 미국 국회의사당을 걷고 있다. 국가안보 전문 변호사, 군법무관으로 경력을 쌓은 런데이 사령관은 지난 1월 21일부터 해안경비대 사령관 대행을 맡고 있다. 2025.12.11. ⓒ AFP=뉴스1 ⓒ News1 이정환 기자

(서울=뉴스1) 이정환 기자 = 미국 상원이 해안경비대의 직장내괴롭힘 방지 정책에서 나치 독일을 상징하는 스와스티카 문양의 제재 규정을 완화한 것에 문제를 제기해 17일(현지시간) 케빈 런데이 해안경비대 사령관 대행의 인준안에 제동을 걸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이날 태미 덕워스(민주·일리노이) 의원과 재키 로젠(민주·네바다) 의원 등 최소 2명의 미국 상원의원이 런데이 사령관 지명에 보류 의사를 표명했다.

이들은 해안경비대가 스와스티카(나치 문양)와 올가미(흑인 인종차별 상징물)의 정의를 '증오 상징물'에서 '잠재적 분열을 조장하는 상징'으로 격하하는 직장내괴롭힘 방지 대책을 지난 15일 시행한 것을 문제삼았다.

발표된 해안경비대의 새로운 직장내괴롭힘 매뉴얼은 나치 문양과 올가미의 성격을 덜 명확하게 규정할 뿐만 아니라, 상징물이 직장에서 어떻게 사용되거나 전시되는지를 상급자가 즉시 금지하는 대신 검토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WP가 지난달 20일 이 사실을 보도하자 런데이 사령관 대행은 입장을 번복해 "두 가지 모두 금지돼야 한다"며 이들이 증오 상징물라고 밝힌 바 있다.

덕워스 의원은 성명에서 "현 상황을 믿기 어렵다"며, 왜 런데이 사령관이 문제가 된 두 표현을 삭제하지 않았는지 의문을 제기했다. 이어 런데이 제독이 자신에게 직접 "두 가지 모두 증오의 상징"이라고 확언했다고 전했다.

로젠 의원도 성명에서 런데이 사령관 대행이 "반유대주의, 증오 범죄와 싸우고 해안경비대원 모두를 보호하겠다는 약속을 어겼다"고 비판했다.

일부 공화당 의원들도 우려를 나타냈다. 댄 설리번(공화·알래스카) 의원은 런데이 사령관 대행에게 해안경비대가 이러한 증오의 상징을 용인하지 않을 것을 밝히라고 요구했다고 전했다.

보류가 해제되지 않을 경우 런데이 사령관 지명안은 이달 말 백악관으로 반송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그를 재지명하거나 다른 인물을 선택해야 한다고 WP는 전했다.

런데이 사령관 대행은 지난 1월 취임한 트럼프 대통령이 린다 페이건(여) 전 사령관을 해임한 뒤 해양경비대 사령관으로 지명됐다. 페이건 전 사령관의 해임 발표 당시 정부 관료들은 다양성 정책에 과도하게 집중했다는 점 등을 이유로 들었다.

런데이 사령관 대행은 취임 후 나치독일 문양, 남부연합기 등의 전시나 제작이 잠재적 혐오 사건을 야기한다는 점을 명시했던 2023년 직장내괴롭힘 정책 매뉴얼의 중단을 명령했다.

해안경비대의 소속 부처 국토안보부 대변인 트리샤 맥롤린은 상원의원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군 인사를 정치화하고 있다며 "값싼 정치적 이득"을 얻으려고 한다고 비난했다.

jwle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