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유조선봉쇄에 마두로 '군함 호위' 맞불…일촉즉발 카리브해

美의회, 트럼프 군사행동 제동 실패…국제사회는 '평화적 해결' 촉구
갑작스러운 봉쇄령에 펜타곤 당혹…"부랴부랴 작전 계획 짜는 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자료사진) ⓒ AFP=뉴스1 ⓒ News1 강민경 기자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카리브해에서 미국과 베네수엘라의 무력 충돌 위험이 한층 고조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베네수엘라산 원유를 실은 제재 대상 유조선에 대해 '전면적이고 완전한 봉쇄'를 명령한 가운데,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해군 함대를 동원해 유조선을 직접 호위하라고 지시하고 나서면서다.

17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베네수엘라 해군은 마두로의 명령에 따라 아시아로 향하는 유조선단의 호위를 시작했다.

익명을 요구한 소식통은 카리브해 연안 호세 항구에서 비료와 석유 코크스 등을 실은 선박 3척이 베네수엘라 해군의 호위를 받으며 출항했다고 전했다.

양측의 강 대 강 대치로 공해상에서의 물리적 충돌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12월 10일 미국 법무장관실이 공개한 카리브해 해상작전 장면. ⓒ 로이터=뉴스1 ⓒ News1 이종덕 기자

에드워드 피시먼 전 국무부 제재 정책 담당관은 NYT에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조처는 비폭력적인 제재나 경제적 압박의 범위를 벗어났다"며 "그는 확전의 사다리(escalatory ladder)를 오르고 있는 것 같다. 해상 봉쇄를 시작했다는 건 실제 무력 사용까지 불과 한 뼘 거리라는 뜻"이라고 우려했다.

국제사회는 즉각 우려를 표하며 중재에 나섰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17일 마두로와의 전화 통화에서 국제법 존중과 긴장 완화를 촉구했다.

멕시코와 브라질 등 중남미 국가 정상들도 유혈 사태를 막기 위해 유엔이 적극적으로 역할을 해야 한다며 평화적 해법을 강조했다.

하지만 이미 불붙은 갈등을 진화하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12월 12일(현지시간) 카리브해 과들루프 북부에서 포착된 유조선 '스키퍼'의 위성사진. 미군은 지난 10일 베네수엘라 연안에서 제재 대상이었던 스키퍼를 나포했다. 사진은 미국 우주 기업 반토르 제공. 2025.12.12 ⓒ 로이터=뉴스1 ⓒ News1 김지완 기자

미국 내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독자적인 군사 행동에 제동을 걸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실패했다. 미 하원은 17일 대통령이 의회 승인 없이 베네수엘라에 대해 군사력을 사용하거나, 마약 운반선에 대한 공격을 지속하는 것을 제한하는 내용의 결의안 2건을 근소한 표차로 부결시켰다.

이로써 트럼프 대통령은 의회 견제 없이 베네수엘라에 대한 군사적 압박을 이어갈 수 있는 정치적 명분을 얻게 됐다.

다만 미 국방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봉쇄 명령이 사전 조율 없이 내려진 점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며 긴급하게 작전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베네수엘라 해군이 호위하는 유조선을 저지하기 위해 헬기를 이용한 승선 검색이나 추진 장치 무력화와 같은 작전이 논의되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현재 카리브해에는 제럴드 R. 포드 항공모함 전단을 포함해 미국 구축함 3척과 병력 1만5000명이 집결해 있다. 베네수엘라 해군의 호위를 받는 유조선을 미 해군이 실제로 가로막고 나설 경우 국지전을 넘어선 전면전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군 남부사령관을 지냈던 제임스 스타브리디스 예비역 해군 대장은 "백악관과 국방부가 어떤 카드를 저울질하고 있든 이는 그 자체만으로 엄청난 규모의 작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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